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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빚, 가족 도움 없이 갚아야 중독 고리 끊는다

본지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도박 문제 인식주간(14~20일)’을 맞아 도박중독에서 벗어난 13명을 대상으로 중독 극복 과정을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센터의 치료 과정을 마친 도박중독자 3318명 가운데 ▶중독 기간 ▶치료 후 중독 재발 여부 ▶도박을 끊은 기간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새 삶 찾은 13명에게 물어보니
2000만원 도박빚 시달린 대학생
상환 계획 세우고 가계부 쓰며 갚아
중독자 모임 나가며 자신 돌아봐
운동·취미생활 등‘탈출구’필요



 이들이 도박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데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서 금전적 도움을 절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자 대부분은 빚을 지기 마련인데, 누군가 빚을 대신 갚아준다면 중독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야구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윤모(22)씨는 불법 스포츠토토에 빠져 저축은행에서 2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자를 감당하는 것조차 어려워지자 윤씨는 부모에게 도박 사실을 털어놓고 치료를 받았다.



 윤씨는 자기 자신이 빚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담사의 설명에 따라 빚 상환 계획표를 작성했다. 친구 소개로 시작한 과외 아르바이트로 매달 30만원씩 모으고 공모전과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합쳐 빚을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지출 등도 가계부에 기록했다. 윤씨는 “빚이 줄면서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장은 “재정·법률 상담과 함께 스스로 채무 변제를 해야 다시 도박에 손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다른 중독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첫 단계는 ‘도박으론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인지치료 과정이다. 하지만 중독자들은 돈을 땄을 때의 짜릿한 기억 때문에 재산을 잃고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때 도박 빚을 진 사람 등을 만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도박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15년간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 8000만원의 도박 빚을 졌던 최모(40)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도박이 생각날 때마다 ‘단(斷)도박 모임’에 나갔다. 모임에서 익명으로 자신의 처지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서울 최’로 불린다는 최씨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그 기분 아는데’란 생각과 동시에 도박중독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17년간 각종 도박을 하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자살 시도까지 했던 이모(37)씨도 매달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가족 손에 이끌려 치료센터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스스로 단도박 모임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로는 도박 외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탈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 불법도박으로 3년을 보낸 송모(25)씨는 치료 시작 후 도박 충동이 생길 때마다 격투기 도장을 찾고 있다. 1시간여 동안 샌드백을 두드리며 땀을 흘리면 도박 생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박을 할 때 느끼는 자극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운동이나 미술, 음악과 같은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박문제관리센터는 도박중독자를 대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총 12차례 도박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인지·가족·대안 치료 등 중독자의 성향에 맞춰 진행된다. 이광자 원장은 “도박으로 인해 본인과 가족 사이에 갈등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자제하지 못한다면 중독됐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 기관을 찾아 체계적인 상담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미·김민관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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