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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기타 10인의 3시간 혈투…승자는 여성


16일 밤(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11명의 주요 후보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공화당 경선 후보 제2차 TV토론은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에 대한 파상 공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토론 시작 전 CNN은 "다른 후보들이 링에 올라 카운터펀치를 날릴 지 잽을 날릴 지 고민할 때 트럼프는 철제 의자로 그들의 머리를 내려친다. 트럼프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경쟁 후보들이 프로레슬링 한 조를 구성해 덤비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날 토론은 CNN의 분석 그대로 진행됐다.

선봉에 선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4위를 달리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지난달 1차 토론 때만 해도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기 싫다"며 점잖게 대응하던 부시는 이날 트럼프를 격하게 몰아세웠다.

충돌은 3번 있었다. 부시는 먼저 "내가 플로리다 주지사로 있을 당시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카지노 도박사업을 하려 했으나 내가 그걸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자 부시는 "오, 노(Oh, No)"라 외치며 "그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시는 트럼프가 최근 "부시의 이민정책은 멕시코 출신의 아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청중석에 있는 아내 쪽을 가리키며 "(내 아내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가 "여기 있는 후보 중 나만 당신의 형(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벌인 이라크전에 반대했다"고 반격을 가하자 부시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 형은 우리(미국)를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응수했다. 1차 토론 후 '존재감 제로' '활력 부족’(low energy)이란 야유를 받았던 부시는 이날 비교적 활기 있게 토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토론의 최대 승자는 이번에 첫 참전한 피오리나였다. 트럼프를 당황하게 만드는 송곳 답변에 '포커 페이스'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토론이 끝난 뒤 "피오리나가 트럼프를 수세로 몰았다"(CNN), "이날은 '여성의 밤(Lady's Night)'이었다"(허핑턴포스트)는 평가가 나왔다.

피오리나는 지난주 트럼프가 "저 얼굴을 봐라. 누가 저 얼굴에 대통령으로 표를 던지고 싶겠느냐"며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인신 공격 발언을 한 데 대한 질문을 받자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며 "난 이 나라의 여성들이 그가 한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난 그녀가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수습하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트럼프가 과연 핵 단추를 누를 자격이 있다고 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트럼프는 훌륭한 엔터테이너"라며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 중인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은 자신의 강점인 '온화함'을 내세우려는 듯 트럼프에 대해선 별다른 공세를 취하지 않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한 때 상위권에 있다 중위권으로 밀려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우리는 백악관에 수습사원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한 명(오바마 대통령을 지칭)을 갖고 있다"고 '트럼프 때리기'에 가세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토론에서 이란과의 핵 합의안을 비난하던 중 "우리는 거의 2주마다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누군가를 보고 있다"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미치광이'로 묘사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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