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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끌어들인 판소리 … 재창조 DNA로 신한류 이끌자

이자람씨가 브레히트 희곡을 판소리로 재창조한 ‘억척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판소리만들기 자]

경기도 구리시의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지난 11일 소리꾼이 무대 위에 오르자 드럼을 치는 이가 스틱을 움켜잡았다. 한복 치마에 옛 독일 군복 형태의 상의를 입은 소리꾼이 입을 열었다. “세상 사는 게 마음대로 된답니까. 억척같아야 먹고사는 세상.” 소리꾼의 목소리 뒤로 드럼의 묵직함과 심벌즈의 잔잔함이 어우러졌다. 관객들은 600석 규모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소리꾼 이자람씨의 ‘억척가’ 공연이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한국적으로 재창조했다. 이씨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에서 영감을 얻어 전자기타와 드럼 등을 활용한 ‘사천가’를 만들어 공연한 적도 있다. 2010년엔 폴란드 콘탁트 국제연극제에 공식 초청돼 최고여배우상을 받았다. 이씨는 “해외의 공연에서 ‘얼쑤’ 같은 추임새를 알려 주면 관객들이 즐겁게 따라 한다. 그때마다 우리의 ‘소리’와 서양의 공연문화가 한곳에서 만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재창조 DNA가 K팝과 드라마·영화를 넘어 판소리와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지난달 K팝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해 방한한 독일 바이로이트대 우테 펜들러 교수는 “한류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트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다가 이후 서서히 한국적인 색깔을 내는 특징이 있다”며 “21세기 대중문화에서 한류는 독창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재창조 DNA는 한국 문화의 핵심이다. 이문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우리는 중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종속된 적이 없다. 오히려 새롭게 창조해 고유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려청자를 대표적 예로 꼽았다. 그는 “송과 거란의 기술을 받아들여 만든 상감청자는 송나라로 건너가 명품이 됐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은 K팝도 재창조의 산물이다. 이상민 가톨릭대 창의교육센터장은 “K팝은 서양 대중음악의 보편적 리듬에 흥과 끼라는 우리의 특성이 가미된 독특한 산물이다”고 말했다. 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클릭 수가 24억 건(유튜브)을 넘고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가 대만에서 115주 동안 1위를 차지한 것도 재창조 DNA 덕이라고 풀이한다. 이 교수는 “에미넴과 마룬5, 폴 매카트니 등 유명 팝가수들조차 모두 함께 소리 높여 노래하는 한국 팬들의 흥과 끼에 감명을 받는다”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역시 보편적 감성에 한국적 정서를 더해 인기를 끈다. 김기덕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한국의 드라마·영화에는 가족애와 우정, 의리 등의 감정이 바탕에 흐르고 있다. 공동체 해체와 인간 관계의 ‘원자화’를 겪고 있는 지구촌 시청자들에게 한국 작품들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의 한국어 교사인 파낫차 송쁘라윤(25·여)은 “한국 드라마에는 가족의 정이 느껴져 정겹다”고 했다.

 재창조 DNA는 산업 분야에서도 돋보인다. 그동안 한국은 1등의 기술과 전략을 재빠르게 따라가는 대표적인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자 기술로 1등을 넘어서기도 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TV 판매량 1위인 삼성전자가 그렇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모방을 통한 제2의 창조는 한국의 정체성이며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경희대 공동 기획 ◆특별취재팀=윤석만·남윤서·노진호·정종훈·백민경 기자, 김다혜(고려대 영문학과)·김정희(고려대 사학과)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경희대 연구팀=정진영(부총장)·정종필(미래문명원장)·지은림(교육대학원장)·김중백(사회학)·이문재(후마니타스칼리지)·이택광(문화평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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