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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내기 포커가 원정 베팅으로 … 20명 중 1명 ‘도박중독’

# 국립대 사범대에 재학 중인 송모(25)씨는 외동아들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 친구들과 우연히 불법 스포츠토토를 한 것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큰 금액을 걸면서 도박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송씨는 부모의 카드를 훔치기도 하고 친구의 스포츠토토 사이트 비밀번호를 알아내 친구 돈으로도 도박을 했다. 이후 불법 도박사이트의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수수료를 받아 도박을 했다. 이제 남은 건 7000만원의 빚뿐이다.

 # 중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박모(26)씨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 박씨는 결국 학업을 포기했고 부모와의 갈등도 심해졌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박씨는 아는 형에게 포커를 배웠다. 처음엔 친구들과 한화로 1000원 상당의 금액을 걸고 친목을 다지는 정도였지만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중독되고 말았다. 급기야 박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원정 도박까지 갔다. 빚이 3억여원에 이르자 국내에 돌아온 박씨는 현재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도박이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20명 중 한 명은 ‘도박중독’ 상태라는 통계까지 나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지난해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2만 명을 대상으로 2013년 한 해 동안의 도박실태를 조사한 결과 66.3%(1만3260명)가 “한 차례 이상 도박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도박 유병자에 해당하는 비율은 2만 명 중 5.4%(1080명)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2.5%), 호주(2.4%), 홍콩(3.3%)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조사 대상의 3.9%는 도박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일부 상실돼 일상생활에 피해가 발생하는 ‘중위험’ 단계에 있다. 조절 능력을 잃고 일상생활을 거의 할 수 없게 되는 ‘위험성’ 단계에 이른 경우도 1.5%에 달했다. 도박중독 정도는 ▶도박 경험 여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걸어본 경험 여부 ▶죄책감 여부 등 31개 항목을 조사해 측정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광자 원장은 “도박 유병률 5.4%는 국내 성인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약 207만 명을 도박중독이라고 추산할 수 있는 수치”라며 “일반적으로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도박중독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건 도박중독자 대부분이 가볍게 친목 도모로 시작했다가 중독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감위가 시행한 같은 조사에서 53.8%는 도박을 시작한 이유로 ‘친목 도모’를 들었다. 2년간 불법 스포츠토토를 하다 치료를 받고 있는 윤모(25)씨는 “친구들과 적은 판돈을 걸고 시작했다가 걷잡을 수 없게 빠져드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사감위는 2010년 사행산업과 불법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78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11개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운영하며 연 3만 건의 상담을 하고 있지만 모든 중독자를 관리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김교헌 충남대 교수는 “재정·법률 상담을 확대하고 상담을 위한 정신보건전문 요원도 늘리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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