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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바둑 계속 팽팽할 것 … 이세돌은 배울 게 많은 맞수

지난해 열린 ‘몽백합 이세돌·구리 10번기’. 이세돌(오른쪽) 9단이 6승2패로 승리했다. [사진 한국기원]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32강전 최종일인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JW메리어트호텔에서 16명의 선수가 마지막 16강행 티켓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오후 3시(현지시간) 무렵 대부분의 대국이 끝났다. 4시가 넘어가자 복기(復棋)까지 마친 선수들이 시합장을 빠져나갔다. 5시가 되면서 호텔 관계자들이 장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구리(32) 9단. 얼굴에는 아쉬운 빛이 역력했다. 그는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놓았다 담기를 반복하며 상대 선수인 스웨 9단에게 질문을 계속 던졌다. 결국 6시를 훌쩍 넘겨서야 구리 9단은 복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리 9단이 대국장에서 나오자 중국 팬들이 그를 에워쌌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기사로 활약한 그는 중국의 인기 스타다. 동갑내기 이세돌 9단과는 세기의 라이벌로 경쟁하며 바둑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팬들이 흩어진 뒤 구리 9단을 만나 그의 근황과 바둑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서 압도적인 1인자로 활약한 구리 9단.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는 “뛰어난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보다는 중국 바둑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선배 역할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기원]
 “최근 바둑을 너무 많이 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 그것 말고는 다 괜찮다. 어제(9일)도 질 바둑이 아닌데 결국 내가 졌다. 오늘도 바둑을 잘 두지 못한 것 같다(구리 9단은 이날 패배로 삼성화재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곧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뒤늦게 대학교 입학을 결심한 계기는.

 “어릴 때 프로기사로 활동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아직 젊은 나이니까 내가 대학에 들어가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 대학 생활이 내심 기대된다.”

 - 바둑 공부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바둑 공부의 총량과 시합에서의 숙련도는 별개인 것 같다. 지금 내가 바둑 공부를 조금 더 한다고 해서 시합에서 더 잘 두진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시합에서 잘 두는 걸로 치면 10대, 20대의 어린 선수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

 - 그런데 중국 바둑계에도 현재 압도적인 1인자가 없다.

 “어린 선수들이 너무 일찍 목적을 달성하다 보니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것 같다. 바둑 기사에게 타이틀 획득은 인생 최대의 목표다. 그런데 타이틀을 따는 프로기사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그간 타이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오던 어린 선수들이 너무 빨리 목표를 잃는 것이다.”

 - 한국과 중국 바둑이 팽팽하다. 앞으로 어느 나라가 앞설 것으로 보는가.

 “적어도 앞으로 5년 정도는 양국의 성적이 비슷할 것 같다. 현재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해 특별히 잘하는 한 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 그래도 양국의 강자를 꼽자면.

 “한국은 박정환·김지석 9단이 확실한 강자다. 중국은 커제 9단이 세고 나머지 기사들은 비슷한 것 같다.”

 - 입단 2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10번기를 했을 때다. 10번기인데 8판밖에 두지 못했다(당시 6승 2패로 10번기가 끝났다. 4승 이상 차이 나면 10번기가 종료된다). 너무 절망적으로 져서 충격이 컸다.”

 - 졌을 때 어떻게 패배감을 극복하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다 괜찮아지는 것 같다. 마음이 하는 일이다. 스스로 내 마음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 이세돌 9단을 평가하자면.

 “이세돌 9단이 이번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라갔나? (그렇다.) 이세돌 9단이 요즘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이세돌 9단은 내가 배울 게 많은 인물이다. 2004년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2대 1로 지고 이렇게 강한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 다시 10번기를 할 의향이 있는가.

 “10번기는 내가 아무 때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당대에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사람 두 명이 만나야 한다. 또 두 선수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일 때 이뤄지는 게 좋다. 만약에 10번기를 다시 한다 해도 내가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바둑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인생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베이징=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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