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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혁신가들] “시속 80㎞ 넘으면 공기 흐름 맞춰 차 모양 변화”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벤츠관에 모인 방문객들이 신형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벤츠는 시속 80km가 되면 공기 흐름에 맞춰 차체 외형을 바꾸는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 AP=뉴시스]

트랜스포머 자동차, 고효율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차, 친환경·고성능 자동차 ….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미래 신기술이다.

과거 모터쇼에서 선보인 기술이 수년 내 현실이 된 것처럼 이들 기술도 곧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벤츠·BMW·폴크스바겐·르노의 거물급 인사들이 자동차의 트렌드를 진단하고 기술 혁신의 청사진을 그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첫 날인 15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마네킹 옆 좌석에 앉아 가상운전 체험을 하고 있다. 모터쇼는 27일까지다. [프랑크푸르트 AP=뉴시스]

디터 제체 벤츠 회장
디지털화 작업 덕분 … 공기 흐름 측정 가능
달리며 모양 달라져


디터 제체 벤츠 회장
2년 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무인차를 내세웠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모터쇼에선 속도에 따라 디자인을 바꾸는 ‘트랜스포머 차’를 들고 나타났다. 디터 제체(62) 벤츠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 시속 80㎞에 도달하면 빠른 공기 흐름에 맞춰 차체 외형을 바꾸는 컨셉트카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지능형 공기역학 차량)를 선보였다.

 IAA는 고속 상태에서 차체가 유선형으로 바뀌며 뒷면 차폭이 39㎜ 늘어난다. 앞면 범퍼는 공기가 더 잘 흐를 수 있도록 바뀐다. 바퀴 휠도 평평하게 변해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카메라가 사이드 미러를 대신한 것도 특징이다. 벤츠 측은 세계에서 공기 저항을 가장 덜 받는 차라고 소개했다.

벤츠의 IAA
 제체 회장은 “차 한 대로 두 대의 차를 동시에 만들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화 작업 덕분에 공기 흐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게 가능해졌고, 측정값에 맞춰 차체 변형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제체 회장은 “디지털 작업을 활용한 덕분에 IAA를 10달 만에 개발했다”며 “이런 디지털화를 컨셉트카 뿐 아니라 양산차 연구개발(R&D)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든 영역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화가 자동차 분야에서 큰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6년 다임러 벤츠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제체 회장은 큰 키에 흰 콧수염이 주는 이미지 덕분에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는 이날 신차 발표 도중 “디지털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겠다”며 “이민자가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요소라는 시각이 있는데 나는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현재·미래를 아는 사람은 난민을 거절하면 안된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스테판 포니크바 BMW 총괄
손짓으로 조작하는 커넥티드 드라이브 … 가장 중요한 이슈


스테판 포니크바 BMW 총괄
BMW가 이번 모터쇼에 ‘플래그십 세단’으로 내세운 신형 7시리즈는 손 동작으로 내부 기능을 조작하는 제스처 컨트롤 같은 ‘커넥티드 드라이브’(Connected Drive) 기술로 주목받았다.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완성차 업체 중 BMW가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차량 정보기술(IT)이다. 갤럭시 기어에 설치한 BMW 앱을 터치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 앞으로 와 멈춘다.

 15일(현지시간) 프레스 컨퍼런스 도중 현기증으로 쓰러진 하랄드 크루거(49) BMW 회장을 대신해 본지와 단독 인터뷰한 스테판 포니크바(42)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 총괄은 “운전자의 안전함, 편안함,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 커넥티드 드라이브”라고 강조했다.

BMW의 7시리즈
 이 기술 개발을 위해 BMW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에 연구소를 두고 IT·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끌어모으고 있다. 포니크바 총괄은 “올 상반기에만 500명 이상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며 “BMW 내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커넥티드 드라이브”라고 말했다.

 또 거의 개발을 마친 신기술도 깜짝 공개했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무인주차 시스템이다.

 “주차를 하고 싶은데 주변 주차장 중 어느 곳에 주차하면 더 편한지 패널에서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도심 주행시 주차공간 찾는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빅데이터와 주차 기능을 결합한 신기술이죠.”

 “정작 소비자는 외면하는 각종 IT 신기술 옵션 때문에 차 값만 오른다”는 지적에 대해 포니크바 총괄은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더 친숙하다”며 “단순히 IT 트렌드만 좇는게 아니라 고객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회장
2020년까지 전 차종 전기차·PHEV 출시 … 스마트폰과도 연동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회장
올 상반기 판매량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라선 폴크스바겐은 혁신을 예고했다. 마틴 빈터콘(68)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전야제 행사에서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은 지금 재창조의 과정을 밟고 있다. 기술적 토대는 물론 경제적·구조적 토대를 모두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디지털과 연계한 청사진도 밝혔다. 그는 “2020년까지 소형차에서부터 대형차인 차세대 페이톤, 아우디 A8에 이르는 전 차종에 걸쳐 20종 이상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출시하겠다.또 2020년까지 모든 모델이 스마트폰과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모터쇼에서 15분 충전해 500㎞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GTE
 자율주행차 개발에서도 앞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폴크스바겐·아우디를 통해 고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주차 등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다”며“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새로운 IT 기술을 곧 폴크스바겐 차량에 탑재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애플처럼 새롭게 등장한 IT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4만6000명의 연구원, 1만 명 이상의 IT 개발자가 미래 이동수단과 자율주행차, 자동차·공장 디지털화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R&D에만 14조원을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동차 분야에서 폴크스바겐은 (IT 업체에 비해) 강력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폴크스바겐의 위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보쉬를 거쳐 1981년 아우디에 입사했다. 올 5월 22년간 장기집권한 페르디난트 피에히(78) 회장을 밀어내고 회장에 취임했다.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

전기차 판매 1위 달려
자율주행차 진행 중 … 기술은 현실이 돼야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
제롬 스톨(61) 르노 영업·마케팅 총괄 부회장은 2000~2006년 르노삼성차 사장을 지낸 ‘친한파’다. 한국 상황에 대해 르노 그룹 내에서 누구보다 잘 아는 임원으로 꼽힌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르노 부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은 현실로 구체화해야지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경쟁사들은 프로젝트는 있지만 제품이 없다. 르노는 서랍 속에 있는 기술보다 몇 주, 몇 달 후 판매할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인다”고 말했다.

 르노가 서랍에서 꺼낸 차가 이번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준대형 세단 ‘탈리스만’과 준중형차 메간(SM3와 플랫폼 공유)이다. 그는 탈리스만·메간을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프랑스 감성까지 녹인 기대주”라고 소개했다.

르노의 메간
 경쟁 브랜드가 홍보하는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전기차 판매는 르노·닛산이 세계 1위고,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며 “1㎞ 주행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76g에 불과한 동급 최고 수준 친환경차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RSTC)의 기술력에 대해선 글로벌 기준 프랑스 르노 본사 연구소 다음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다만 연구개발(R&D) 비용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인도 기술 연구소의 경우 기술력에 비해 개발비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SM5·SM7·QM5 라인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탈리스만을 출시해도 SM5는 단종하지 않는다. SM7 후속 모델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가 지지부진한 QM5도 후속 차종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르노삼성차의 부진에 대해선 “여러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며 “신차 개발도 하고 노사 문제도 원만하게 풀어가는 등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 고성능차 엔진도 독자개발 능력 갖춰 … N, 2017년 한국 출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
고성능차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다. 고성능차에서 선보인 기술을 양산차로 확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벤츠 AMG, BMW M. 아우디 RS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현대차도 이번 모터쇼에 ‘N’을 공개하며 뛰어들었다. N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 알버트 비어만(58) 현대차 고성능차 총괄 부사장이다. 1983년 BMW에 입사해 7년간 M시리즈 개발을 총괄한 그는 올 4월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비어만 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모터쇼 현대차 부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는 고성능차 엔진을 독자 개발할 능력을 갖췄다”며 “2017년 국내에서 N 브랜드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i20 액티브
 구체적인 개발 방향에 대해선 “서킷에서 기록을 갱신하는 차보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며 “남양연구소에서 개발하고 혹독한 주행성능 시험 조건을 갖춘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벤츠·BMW 같은 고급차 브랜드 반열에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가능성을 낙관했다. 그는 “현대차는 과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이후 뛰어난 내구력을 갖췄고 최근엔 디자인까지 향상됐다”며 “다음 단계는 성능을 높이고 개성을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수준에 반드시 도달하리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로 옮긴 뒤 달라진 점에 대해선 “최근 BMW에선 일보다 회의에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 왜 일이 되지 않는가에 대해 변명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현대차는 결정을 내리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전력을 다해 달리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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