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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륜 배우자 이혼 청구 허용은 시기상조”



대법원이 바람 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1965년 9월부터 50년간 이혼 재판에 대해 유지해온 유책주의 원칙은 계속 유효하게 됐다.

딴살림 60대 이혼청구 7대 6 기각
“파탄 책임자, 부양의무 장치 없어
이혼당한 쪽이 일방적 희생 위험”
소수의견은 “파탄나면 갈라서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A씨(68)가 부인 B씨(66)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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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76년 B씨와 결혼해 세 자녀를 뒀지만 96년 C씨를 만나기 시작했다. C씨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은 A씨는 2000년 집을 나와 C씨와 사실혼 관계를 이어왔다. A씨는 본처 B씨에게 월 1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지급했다. A씨는 신장병 진단을 받은 2011년 B씨가 낳은 자녀들에게 신장이식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이혼 소송을 냈다.



 A씨의 이혼 청구를 놓고 대법관들의 견해는 팽팽하게 갈렸다.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유책주의(양승태 대법원장 등 7인)와 “결혼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났다면 실질적인 이혼 상태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김용덕 대법관 등 6인)로 맞선 것이다.



두 여성 대법관의 의견도 나뉘었다. 박보영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김소영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 섰다.



 7인의 다수 의견은 “혼인 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A씨가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파탄주의를 택한 미국·영국·프랑스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 배우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혼인 생활이 파탄 난 경우 협의이혼이 가능한 점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거나 이혼을 거부하는 상대방에게 심하게 가혹할 경우 이혼을 불허하는 별도의 장치가 없는 점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 후 부양책임을 부여하는 제도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다수 의견은 “이 같은 상황에서 파탄주의 채택은 유책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는 넓혀놨다. 87년 이후 대법원은 “이혼 청구를 당한 상대방이 혼인 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해왔다. 다수 의견은 “유책 배우자의 책임이 반드시 이혼 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예외로 명시했다.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지거나 세월이 흘러 상대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약화됐다면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수 의견은 “이미 혼인 생활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불허하면 부부가 소송 과정에서 비난과 악감정을 쏟아내 더 적대적인 관계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이혼 후 여성의 자립과 관련된 사회적 여건이 개선된 점 ▶재산분할 청구에서 상대방 부양 필요성을 고려하는 점 ▶자녀 면접교섭권이 도입되고 양육권 등에서 남녀 차별이 사라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초 대법원은 판례 변경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판례 변경의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을 찾으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6월 공개변론 후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공방 속에서 파탄주의 측 참고인(이화숙 연세대 명예교수)도 “제도 보완 없는 파탄주의 도입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 안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명숙)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는 성명을 냈다. 여성변호사회는 “파탄주의 도입에 앞서 위자료를 대폭 높이는 등 유책 배우자가 실질적 부양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했다.



 반면 법무법인 화우의 강호순 변호사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배우자를 집에서 내쫓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성경 단국대 교수는 “유책주의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실질적 보완 대책이 마련된다면 파탄주의 도입을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유책(有責)주의와 파탄(破綻)주의=유책주의는 바람을 피우는 등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탄주의는 잘못과 상관없이 결혼 생활이 파탄 났다면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 대법원 이혼 유책주의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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