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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센룩, 백화점 문화센터 갈 때 이유 있는 ‘엄마 패션’

머리에서 발끝까지 무심한 듯 고급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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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 소홀해 보일까 “튀면 안돼”

재킷 대신 카디건 … 회사 정장도 꺼려

심플해도 경제력 알 만한 브랜드 선호






‘문센룩’이란 문화센터에 갈 때의 옷차림을 뜻하는 말이다. 문화센터를 줄인 문센과 옷차림을 뜻하는 룩(look)의 합성어다.



원래 문센룩은 어린아이들이 문화센터에 갈 때 입는 옷차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젊은 엄마들이 자녀의 문센룩을 자신의 SNS에 올려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아이뿐 아니라 엄마들의 옷차림을 부르는 말이 됐다. 문센룩의 특징은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에 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입은 차림은 아니다.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나



지난 4일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로비. 이곳에서 열리는 영·유아 신체활동 수업을 받기 위해 모인 젊은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여유 있는 바지나 스커트에 가벼운 티셔츠나 단순한 디자인의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몸에 붙는 스키니진에 넉넉한 티셔츠를 입은 이들도 있었고, 무릎 길이의 원피스를 입는 여성도 있었다. 대부분 움직이기 편한 자연스러운 옷차림이었다.



형태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튀지 않는 무채색 계열의 옷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회색·검정·흰색 등이 주를 이뤘다. 그 외에는 어두운 카키색이나 남색, 와인색 정도였다. 신발은 대부분 굽이 낮고 편안한 디자인이었다. 굽이 없는 플랫슈즈나 밑창이 두꺼운 플립플랍(발가락 사이로 끈을 끼워 신는 샌들), 신고 벗기 쉬운 단화나 끈 없는 운동화인 슬립온이었다. 가방은 커다란 쇼퍼백(쇼핑할 때 이용하는 커다란 손가방이나 숄더백)이나 천으로 만든 에코백이 많았다.



이날 문화센터에서 만난 서진경(36·강남구 삼성동)씨는 “엄마들 사이에 문센룩 공식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너무 신경 써서 입고 나온 것 같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는 단순하고 편한 옷이어야 해요. 너무 공들여 꾸민 티가 나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세 살 딸을 문화센터에 보내기 시작한 송정인(34·서초구 잠원동)씨도 “문화센터에 나간 첫날 의상 코드, 즉 문센룩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너무 튀어서도, 너무 처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센룩으로 많이 입는 의류 브랜드로는 ‘플리츠플리즈’와 ‘토리버치’다. 플리츠플리즈는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많이 입는다. 토리버치는 최근 가수 설리의 공항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폴로셔츠 스타일의 줄무늬 원피스, 금장 단추가 달린 남색 V네크라인 카디건이나 남색 니트 원피스가 문센룩으로 애용된다. 서씨는 “단정하고 편하면서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 인기 이유”이라고 말했다. 플리츠플리즈는 고유의 주름 때문에, 토리버치는 금장 단추 때문에 로고가 없어도 어디 옷인지 알 수 있다.



가방은 ‘고야드’의 생루이 쇼퍼백과 ‘이세이 미야케’의 바오바오백이 인기다. 물티슈·기저귀·젖병 등 아기용품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젊은 엄마들에겐 크고 가벼운 가방이 쓰기 편해서다. 문화센터에 올 때 바오바오백을 주로 들고 온다는 이모(31·서초구 잠원동)씨는 “물을 흘려도 닦아낼 수 있고, 크고 가벼운데다 스타일도 살려줘서 좋다”고 말했다.



작은 크기의 백으로는 ‘에르메스’의 피코탄백을 많이 든다. 가볍고 입구가 트여 있어 물건이 많이 들어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실용성을 우선하는 이들은 가벼운 ‘키플링’ 가방도 많이 이용된다. 키플링 가방은 화려한 프린트 무늬의 제품을 선호한다.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아직까지는 발등 부분에 반짝이는 스팽글이 가득 달린 ‘핏플랍’의 플립플랍을 많이 신는다. 운동화로는 ‘아쉬’ ‘미우미우’ ‘벤시몽’의 슬립온(끈 없이 신는 운동화)과 ‘골든구스’, 플랫슈즈로는 빨간색 발레리나 스타일의 ‘로저비비에’나 ‘페라가모’ ‘레페토’를 신는 이들이 많다.



문화센터에 입고 가면 안 되는 옷도 있다. 바로 재킷이다. 직장맘 송씨는 “문화센터에 갈 때는 재킷보다는 카디건을 주로 입는다”며 “문화센터를 거쳐 회사에 가야할 때는 회사에서도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띠어리’ 블라우스에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토리버치 플랫슈즈를 신는다”고 말했다. 정장 스타일의 원피스도 금물이다. 5세, 7세 두 딸을 둔 주부 김인혜(35·영등포구 당산동)씨는 “문화센터에 오피스룩은 낯설어서 오히려 눈에 띈다”고 말했다.



왜 문센룩인가



① 토리버치의 카디건 ② 아쉬의 슬립온 ③ 페라가모의 플랫슈즈
눈에 띄게 튀면 안 되지만 너무 뒤처져도 안 되는 문센룩. 문센룩의 공식에 대해 엄마들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아이와 같은 또래의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서로의 옷차림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처음 본 사람이라면 일단 외모로 판단하게 된다. 나 스스로도 옷차림이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빠져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차려입고 간다”고 덧붙였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문화센터에서는 옷차림이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평가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김씨는 “옷차림으로 그 집의 생활 수준이나 아이에 대한 관심을 짐작하게 된다”고 했다. 너무 차려입고 나가면 아이 양육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까봐, 너무 안 차려입고 나가면 생활 수준이나 취향이 낮다고 평가될까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패션전문 홍보회사 비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의 설수영 실장은 “문화센터에서는 입고 있는 옷이나 들고 있는 가방의 브랜드로 상대의 생활 수준을 평가할 수밖에 없어 로고로 알아볼 수 있는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랜드를 알아차릴 수 없는 옷들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백화점에 나온 이번 시즌의 의류 가운데 비교적 캐주얼한 디자인의 옷을 골라 입고 문화센터에 가는 것이다. 압구정동에 사는 한 주부는 “요즘 명품들은 로고를 잘 안 보이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알아보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입고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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