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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토크②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리키 김 향수병 사라지게 한 깊고 진한 맛

江南通新이 ‘육감(肉感)토크’를 연재합니다. 요리연구가, 셰프, 음식평론가 등 음식 전문가들이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 고기 소비량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먹는 부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육식당이 늘어나고 캠핑 문화가 자리 잡으며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육식의 매력입니다. 육감토크에서는 다양한 고기 맛집을 찾아 그 유래와 맛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두 번째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입니다.





방송인 리키 김(왼쪽)과 정성구 구스테이크 셰프가 스테이크 유래와 맛에 대해 이야기하며 굽기 직전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1900년대 초 미국 카우보이의 스테이크

산화된 부분 잘라내며 공기 중 2주 숙성

응축된 맛…민트 으깨발라 산뜻함 더해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유의 농축된 맛과 강렬한 풍미가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의 매력으로 꼽힌다.



  스테이크 숙성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웨트 에이징(Wet Aging), 즉 습식 숙성 방식과 건식 숙성인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이다. 웨트 에이징은 일반적인 스테이크 숙성 방식으로 도축 후 진공 포장 상태로 둔다. 시중에서 파는 등심·안심 스테이크가 모두 여기 속한다.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는 2주 이상 공기 중에 숙성한다. 숙성 중 고기 표면에 곰팡이가 생기면 그 부분을 잘라내며 안쪽까지 숙성시킨다. 잘라내서 버리는 부분이 40~50% 정도다.



 드라이 에이징은 원래 냉장 시설이 없던 1900년대 초 미국 카우보이들이 고기를 먹던 방식이다. 당시 카우보이들은 종이로 고기를 둘둘 말아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다가 식사 때가 되면 표면의 상한 부분은 잘라내고 구워 먹었다. 미국 대도시에는 이런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파는 수십 년 된 식당이 여럿 있다. 뉴욕의 ‘피터 루거 스테이크’와 ‘울프강 스테이크’, 시카고의 ‘깁슨 스테이크’가 대표적이다.



일반 스테이크 굽는 시간의 딱 절반



으깬 민트를 바른 스테이크는 고기에 산뜻한 풍미를 더한다.
한남동 ‘구스테이크’는 2009년 드라이 에이징 숙성 방식을 국내에 선보인 레스토랑이다. 이런 숙성 방식이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수십번 고기를 숙성해보니 마블링 분포가 고르고 1~2주의 습식 숙성을 거친 미국 고기가 드라이 에이징에 적합하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 레스토랑의 정성구 셰프는 “100년 전 카우보이들처럼 상온에서 숙성하는 건 아니고 온도와 습도를 숙성에 알맞게 설정한 전용 냉장고를 사용한다”며 “하지만 진공 포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기 중 산화가 일어나고 그 상한 부분을 잘라내며 숙성시키는 방식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정 셰프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방송인 리키 김이 이곳을 찾았다. 리키 김은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로 유명한 미국 중부 캔자스주 출신으로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집 근처에 요리 스튜디오를 갖추고 지인을 초청해 파티를 열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자녀 태린과 태오에게 맛있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정 셰프는 리키 김에게 “웨트 에이징보다 드라이 에이징은 구울 때 두 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브오일을 둘러 뜨겁게 달군 팬에 고기를 올려서 1분 동안 굽고, 뒤집어서 다시 1분 굽고, 다시 뒤집어서 1분을 구우면 됩니다.” 정 셰프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웨트 에이징 스테이크는 이 과정을 여섯 번 반복해서 6분 동안 굽는 게 정석이지만 드라이 에이징 고기는 굽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야 한다. 뜨거운 열기가 육질에 너무 오래 전달되면 속이 구운 햄처럼 단단하게 변해서 맛을 망치기 때문이다.



소금 안 뿌리고 구워야 부드러워



마지막에 가염 버터 한 조각을 살짝 떨어뜨리면 고기에 고소한 풍미가 골고루 배어든다. 구워진 고기는 바로 접시에 올려 즉석에서 먹는 게 좋다. 웨트 에이징 고기는 안쪽에 응집된 육즙이 고루 퍼지도록 약 2분간 두는 레스팅(resting) 과정을 거치는데 드라이 에이징은 그 과정을 생략한다. 오버쿡(Overcook, 지나치게 익는다는 요리 용어)을 피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정 셰프의 설명에 “보기 좋은 갈색으로 구워지길 기다리다 너무 오래 익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지방이 흘러나와 고기 표면이 하얗게 변하고 속은 너무 익어서 나무껍질을 씹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 셰프는 소금도 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건조한 육질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수분이 빠져나가 고기가 뻑뻑해지기 때문이다.



 냉동육은 전날 꺼내 냉장실에서 하루 보관하는 것이 좋다. 통풍되지 않는 비닐 랩이 아니라 면으로 된 거즈를 덮어 공기와 육질이 접촉하도록 내버려두면 하룻밤 사이 고기가 더 부드러워진다.



 정 셰프가 구운 드라이 에이징 티본스테이크를 맛본 리키 김은 “향수병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어떤 양념을 했는지 물었다. 정 셰프는 “나만의 비법은 민트”라며 “신선한 민트 이파리를 으깨 고기 표면에 문지른 뒤 통후추를 뿌려 구우면 느끼한 맛은 사라지고 산뜻한 풍미가 더해진다”고 말했다.










▶정성구 셰프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집에서 맛있게 먹는 법



① 무쇠 팬에 굽는 게 가장 좋지만 온도를 조정하기 어렵고 세척과 관리가 까다롭다. 가정에선 시중에 판매하는 스테인리스 삼중 팬을 사용하는 게 좋다. 고기가 들러붙지 않고 열기가 일정해서 굽기에 좋다.



② 팬에 두르는 올리브오일은 최고 등급인 엑스트라 버진을 쓰면 안 된다. 향이 강해 고기 맛을 해친다. 저렴한 볶음용 올리브오일이 적당하다.



③ 생 허브를 고기에 미리 문질러 두면 풍미가 깊이 스며든다. 허브를 고기와 같이 구워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



④ 버터를 처음부터 떨어뜨리면 안 된다. 오일과 버터가 섞이면서 까맣게 타버린다. 스테이크를 구운 후 마지막에 버터 한 조각을 떨어뜨려 팬의 열기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다.



⑤ 고기는 3분 정도만 구워 바로 먹는다. 공기 중에 두면 1~2분만 둬도 단단해져서 맛이 없다. ⑥ 스테이크용 나이프는 비싼 유명 제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고급 나이프일수록 날카로워 손이 베이기 쉽다. 톱니 형태의 칼날을 장착한 과도 사이즈 빵칼을 추천한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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