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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의 ‘영원한 미소’

천추샤가 그린 장궈룽.


몇 년 전 이사를 했는데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았다. 그동안 내가 작곡한 모든 데모가 담긴 노트북도 그 중 하나다. 아마도 인테리어 기사가 가져간 것 같다. 당신을 위한 이름이 없는 그 곡도 사라졌다. 가사 역시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원작자이니 조금 달라진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예전에 음악 작업을 도와주던 첼로 칸이 원본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느냐고? 감히 묻질 못하겠다. 만일 모두 사라졌다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일 테니까. 이 문제는 회피하고 싶다. 미리부터 충격을 받고 싶진 않다.

그 많던 사진도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레슬리(장국영)와 함께 찍은 사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으니 직접 붓을 잡고 그의 얼굴을 그릴 수 밖에. 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서양식 데생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중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실력을 발휘할 수밖에. 나는 어젯밤 양아들에게 부탁해 인터넷에서 레슬리의 사진을 다운받아 내 휴대전화로 옮겨받았다. 오늘 아침엔 딸에게 도화지를 빌려 서랍 제일 아래쪽에 쳐박혀 있던 4B연필을 찾아 예전에 사둔 『데생 입문』을 펴들었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초상화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첫 번째 관문은 눈썹과 눈. 그림 같은 눈썹과 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요, 우수에 찬 눈빛은 그의 내면세계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아닌가. 만약 이 둘을 잡는다면 성공률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사온 잡지 ‘은색세계(銀色世界)’나 ‘남국전영(南國電影)’을 보고 스타들의 초상화를 그리곤 했다. 지금은 휴대폰 카메라로 회화 작품을 찍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버튼 몇 개만 누르면 그림 속 눈코입을 확대할 수도 있고, 그걸 보며 음영선까지 한땀 한땀 그려낼 수 있으니 가히 기계와 사람이 함께 빚어내는 환상적인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문제에 봉착했다. 사진 속에선 머리 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내가 대신해서 그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해야 하나. 생전에 그를 거쳐간 유명한 스타급 스타일리스트가 수없이 많은데 이제 내 차례라고? 좋은 친구라면 의논을 해야지. 나는 휴대폰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벌써 12년이 흘렀어.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도 됐지. 내가 칼자루를 쥘게. 만족할 수 있을거야!”

임시 데생 교사로 옆에 앉아 있던 둘째 딸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과 대화를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을 테지. 게다가 이렇게 기세등등한 자세로!

그렇다. 한 사람을 회상할 때 반드시 눈물을 훌쩍일 필요는 없다. 친구라면 아무 때나 생활 속 사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한 번도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까.

드디어 가사를 완성했다. 아직도 제목이 없는데 ‘영원한 미소’는 어떨까. 당신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 노래는 내가 당신을 위해 부르는 노래 / 이 노래는 내가 당신에게 바치는 노래 / 온갖 감정이 묻어나는 나의 목소리가 / 산과 강을 넘고 바다 위로 나부끼길 바라네 / 그 때 우연히 당신을 마주쳤을 때 /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아 / 당신에게 가지 못함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 영원히 기억할거야 당신이 어떻게 나를 불렀는지 / 영원히 기억할거야 당신의 환한 미소를 / 그 때가 마지막이 될 줄을 어찌 알았겠어.

다시 한 번 추억을 꺼내본다 / 당신을 위해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때를 / 당신의 진심이 담긴 / 노래에 대한 열정이 온 세상에 퍼지던 때를 / 나는 영원히 기억할거야 / 당신은 스스로 멀고 험한 길을 택했지 / 다시는 외롭지도 않은 말할 수도 없는 행복을 / 당신의 미소는 우리가 마음 속에 간직할게.'

천추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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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