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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만들러 들어와 … 재신임 안 되면 나도 떠날 것

손혜원 위원장은 “기업에선 마켓 셰어가 떨어지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문제가 뭘까 고민하는데 이 당(새정치민주연합)은 지지율이 떨어져도 그런 고민을 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며 “60년 전 창당 당시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내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어쩌겠어? 아직 지치진 않았지만 좀 염증 나.”

 막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그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당 대표실 벽면에 걸었던 창당 60주년 기념 걸개 사진 때문에 비주류의 호된 공격을 받은 걸 위로하는 모양이었다. 이날 아침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걸개 사진 때문에 사달이 났었다. 야당 시절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모습이 사진 상단에 큼지막하게 나와있는 데 반해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단 좌우에 작게 배치돼 있어서다. “누가 이 당의 주인이냐”는 고성이 쏟아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 현수막 사진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 현수막 사진

 작업을 주도한 주인공은 손혜원(60) 홍보위원장. 손대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냈다고 해서 광고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지난 7월 제1야당 홍보 전문가로 영입되자 정치권이 술렁였었다. 그러나 친노- 비노 간 팽팽한 기세싸움 와중에 두 달 만에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문제가 된 사진은 다음 날 바로 교체됐지만 손 위원장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작지 않아 보였다. 설상가상, 이날은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이 부결되면 재신임을 받겠다”며 승부수를 띄운 날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왜 정치에 들어왔으며 무엇을 하려는 걸까.

 지난 9일 남산 중턱에 자리한 광고회사 크로스포인트 사무실에서 손 위원장을 만났다. 그의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이야기에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40분 동안 이어졌다. 손 위원장에게 “문 대표가 재신임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전 안 해요. 털고 나갈 거예요. 문 대표가 대통령 되는 걸 도우려고 왔는데 제가 무슨 출세를 하겠다고 남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 의원들의 ‘셀프 디스(자기비판)’, ‘아버지 봉급을 깎아 저를 채용한다고요?’라는 현수막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달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시작도 못 했다. 뭔가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하는데 누구도 저한테 뭘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더라. 당장 할 일이 없으니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게 셀프 디스였다. 또 새누리당과 비교할 때 우린 손 놓고 있다시피하고 있는 게 아쉬워 현수막 대응을 한 거고 그러던 중에 60주년 엠블럼을 하게 된 거다.”

 - 걸개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렀는데.

 “제가 잘못한 거다. 김영삼 대통령이 민주당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저분들(※의원·당직자들을 이렇게 불렀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이 분들한테 너무나 중요한 자랑이고 자긍심이고 예민한 존재인데 내가 그걸 모른 거다. 사진 찍을 때 카메라에 잡히라고 내린 건데 그분들은 사진이 아래로 내려온 게 너무 싫은 거였다.”

 - 잘나가는 브랜드네이밍 전문가인데 왜 정치권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나.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 물건을 사게 만드는 게 내가 평생 한 일이다. 어떤 제품이 갖고 있는 본질적 가치에 기반해 사람들이 어떤 면을 좋아할까를 살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호로 사람들 앞에 놓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문재인 대표와 당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 문 대표 부인(김정숙 여사)과 숙명여중·고 동창 사이다. 사적 인연이 작용한 건 아닌가.

 “친구 남편으로 봐왔던 문재인이란 인간을 내가 알잖나. 다른 성격이나 스킬이 이 당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훌륭한 사람이다. 곧고 바르고 똑똑하다. 2012년 대선 때 개표를 보면서 저분이 갖고 있는 훌륭한 덕목이 있는데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구나, 이런 부분들을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훨씬 설득됐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다시 대통령에 나간다면 내가 백의종군해 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 김정숙 여사가 도와달라고 했나.

 “그 친구는 신문 보고 내가 들어온 걸 알았다. 사실 대선 때 가려고 했는데 지난 4월 제 고문변호사인 진선미 의원이 ‘지금이 너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해서 한마디로 오케이했다.”

 - 문 대표가 홍보가 안 돼 졌다고 보나.

 “홍보가 안 됐고 이 당이 전략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치밀하지도 못했다.”

 - 문 대표의 경쟁력은 뭘까.

 “내용이 충만한 사람이다.”

 - 일반 국민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다.

 “그게 안타까워 들어온 거다. 문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정말 훌륭한 정치를 할 사람이다. 안과 밖이 똑같고 시작과 끝이 같고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다. 욕심·권력욕이 없는 사람의 예다. 시위 경력 때문에 판사가 못 됐는데 로펌행을 뿌리치고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를 했다. 굉장히 소신 있는 사람이다. 문 대표가 우유부단하고 카리스마 없다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다. 다만 남에게 상처 주거나 말을 끊거나 소리 지르는 걸 안 할 뿐이다.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사람이 그렇게 소신 있게 일생을 살아왔겠나.”

 - 그렇게 훌륭한 면들이 유권자에게 어필하지 못 하는 건 결국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 때문 아닌가.

 “그건 아니다. 다만 정치를 하려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문 대표는 남을 너무 많이 배려한다. 본인이 소신을 갖고 맞다고 생각하면 그걸 제압해서 자기 쪽으로 밀고 가야 하는데 문 대표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강압적으로 자기 의견으로 모으는 일들을 안 한다. 늘 표결을 해야 결론이 난다. 균형감 있는 얘기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아니라고 반대를 하면 가만히 있는 거다. 샤이(수줍음을 타는 것)해서 그렇다.”

 - 그렇게 해서 어떻게 당을 이끌어가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나.

 “대통령이 되기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저의 기능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당에 들어온 거다. 그런데 와서 보니 문 대표가 우선이 아니고 당이 당면한 일들 중에서 디자인으로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았다. 현수막, 셀프 디스…두 달 동안 그 일을 한 거다. 홍보위원장 자리에 연봉 1억원 정도가 책정돼 있었지만 안 받겠다고 했다. 굳이 당에서 돈 안 받아도 회사에서 먹고살 만큼 번다.”

 - 당을 이기게 해주겠다고 자원봉사 하러 왔는데 오늘 같은 일을 당하면 화가 나지 않나.

 “출입기자나 보좌관들이 내가 온 뒤로 당이 바뀌는 것 같다며 희망을 갖는다고 한다. 실제로 제가 많은 부분을 바뀐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실제로 바뀐다. 당에서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새정치연합이 왜 선거마다 패한다고 보나.

 “늘 싸우니까 믿을 수 없는 거다. 아파트 부녀회에서도 물 새는 걸 안에서만 얘기하지 절대로 밖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집값 떨어지니까. 오늘도 사진이 문제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면 되는데 기자들 있는 데서 소리치는 게 뭐냐. 나도 잘못한 게 있지만 그분들도 잘못한 게 있다. 안에서의 내분이 자꾸 바깥으로 나가니까 믿지 못할 당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 거다. 뭉쳐서 시너지를 내면 멋있는 야당이 될 수 있는데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좌절하겠나. 그럴 것 같으면 들어오지도 않았다.”

 - 경쟁 브랜드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작명했다. 새누리당에서 요청이 왔어도 갔겠나.

 “(아하하하- ) 아니요. 새누리당에 아는 분은 많다. 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이다. 문 대표 때문에 들어온 거다.”

 - 정당의 선택은 처음처럼·참이슬을 고르는 것과 다르다. 실제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홍보에만 치중하는 건 화장술에 불과해 결국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 아닌가.

 “제가 하는 일이 머리를 나쁘게 쓰면 사람들을 나쁜 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서 사기를 쳐서 이기겠다는 생각만으로 들어온 건 절대 아니다. 스마트한 야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선 온 것이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 당 안에 나라 걱정을 많이 하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문 대표는 이날 정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을 걸었다. 공천혁신안과 자신의 재신임안을 연계시켜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하나의 허들을 통과하지 못해도 정치생명은 끝장날 운명이다.

 -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아주 잘한 것 같다. 시원하더라. 문 대표가 기자회견 하는 걸 봤는데 평상시에도 원고만 읽지 말고 눈 똑바로 뜨고 얘기하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 문 대표가 아닌 사람이 대선 후보가 돼도 당을 도울 건가.

 “그럴 생각 없다. 문 대표가 그만두면 나도 그만둘 거다.”

글=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jm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힐스테이트·트롬·식물나라 브랜드 네이밍 히트 …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가는 게 비결”

광고인 영입이 정치권의 대세가 됐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카피라이터 출신의 조동원씨를 영입해 ‘빨간색의 새누리당’ 이미지로 재미를 봤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유명 광고 카피의 주역인 조씨는 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직책을 갖고 선거전을 주도했 다. 지난 7·30 재·보선 때는 흰색 반바지에 빨간 카우보이 모자 차림의 ‘혁신장렬’ 퍼포먼스를 주도해 새누리당의 보수·노쇠 이미지를 탈바꿈시켰다. 현재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제의로 경기도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의 눈물’ ‘기타 치는 노무현’ 등의 TV 광고가 히트를 쳤다. 역시 카피라이터 출신인 송치복씨 작품이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코래드 등에서 잔뼈가 굵은 송씨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OK, SK’ 같은 다수의 히트 카피를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대선 후에는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돕기도 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브랜드네이밍 전문가다. 홍익대에서 응용미술학(학사)·시각디자인(석사)을 전공한 손 위원장은 현대양행 기획실 디자이너로 디자인계에 발을 들여놨다. ‘힐스테이트’ ‘잇치’ ‘트롬’ ‘미인 활명수’ 등의 브랜드와 함께 ‘식물나라’ ‘이니스프리’ 등 K뷰티의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로 각광 받고 있다.

 잇따른 히트의 비결에 대해 그는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 들통나기 때문에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한 걸 해야 한다. 진심밖에는 안 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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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