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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그 쪽빛 바다색, 전혁림을 다시 부르다

질긴 인연이다. 혈육을 넘어선 사랑이다. 20년을 한마음으로 한 화가에게 전력한 애호가의 여정이 굵은 매듭 하나를 짓는다.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흥덕 4로 이영미술관. 전혁림(1915~2010) 탄생 100년 기념 특별전 ‘백년의 꿈’을 개막하는 김이환(80) 관장의 얼굴에 환희심이 넘친다. 통영이 낳은 큰 화가 전혁림을 기리는 김 관장 목소리가 살짝 흔들린다.



“전 선생의 작품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어요. 이토록 강렬하게 한국적인 미감을 드러낸 작가가 있었던가. 통영 앞바다의 쪽빛 바다색이 출렁대는 화폭 앞에서 평생 이 분과 함께 하리라 마음먹었죠.”



전혁림은 오방색과 민화가 지닌 한국의 색과 형태와 질감을 화폭에 흠씬 풀어놓아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이 없음을 증명했던 민족혼의 화가였다. 저평가된 그의 작품세계를 일찌감치 알아본 김 관장은 매주 통영에 내려가 작가 뒷바라지를 하며 그 과정을 부인 신영숙(76)씨와 함께 『통영 다녀오는 길』이란 책으로 펴냈다. 이미 한국화단의 거장 박생광(1904~85) 후원 기록을 『수유리 가는 길』로 풀어낸 뒤였다. 2004년 9월에는 박생광 화백 탄생 100년 기념 특별전도 열었다.



“20세기 후반 한국미술사에 큰 별이 된 두 분의 탄생 100년 전을 일개 소장자 손으로 치러낸다는 게 행운이고 복입니다. 이승에서 그랬듯 두 분 화가가 저승에서도 제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게으르게 살 수가 없어요. 불꽃처럼 타올랐던 두 화가와의 만남이 제 인생의 빛입니다.”



전시장 1층에는 1050개 목기에 전부 다 다른 형과 색 그림을 그려넣은 ‘새만다라’가 장엄한 자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화가가 생전에 “내 그림에는 불화(佛畵)도 있고 성화(聖畵)도 있고 입체파 그림도 있고 초현실주의 그림도 있다” 했던 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2층으로 오르면 화가의 그림을 주제 삼은 화시전(畵詩展)이 펼쳐진다. 젊은 시절에 시인들과 교유가 깊었던 전혁림을 추억하며 김종길·김후란·문덕수·신달자·오세영·오탁번·유안진·이근배·정진규·정현종·조오현·허영자씨 등이 자필로 쓴 시가 그림과 나란히 걸렸다. 시인 김춘수(1922~2004)가 남긴 ‘전혁림 화백에게’ ‘귀향’이 긴 세월을 거슬러 젊은 날의 화가를 추억한다.



“전 화백/ 당신 얼굴에는/ 웃니만 하나 남고/ 당신 부인께서는/ 위벽이 하루하루 헐리고 있었지만/ 코발트 블루/이승의 더없이 살찐/ 여름 하늘이/ 당신네 지붕 위에 있었네.”



예술동지였던 김 시인은 ‘전혁림 편모’라는 글에서 화가의 이 시절을 ‘청색시대’라 이름 지었다. “그 무렵 그의 화폭을 진하게 물들인 그 청색은 내가 본 통영의 그 하늘빛이요, 특히 그 물빛이다. 화가로서의 그의 뇌리에는 늘 통영 앞바다의 물빛이 그득 괴고 있었지 않았나 싶다.”



“세상 모든 그림을 내가 다 잡아먹었소” 자부했던 전혁림의 예술세계가 그의 꿈을 지켜주려 고군분투한 한 컬렉터의 힘으로 꽃처럼 피어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10월 3일 오후 1시부터 이영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전혁림의 화업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031-282-8856.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전혁림=1915년 경남 통영군에서 태어나 통영수산학교를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해 일가를 이뤘다. 45년 극작가 유치진, 시인 유치환·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작곡가 윤이상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창립해 통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꾀했다. 회갑을 맞은 74년 서울 화단에 처음 이름을 알리고 뒤늦게 작품이 평가받으며 89년 중앙일보사 주최로 호암갤러리에서 ‘전혁림 근작전’이 열렸다. 2003년 통영시 봉평동에 ‘전혁림 미술관’을 세우고 작업에 몰두하다 2010년 95세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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