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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주말에 꼼짝달싹하기 싫죠, 그건 쉼 아닌 회피

평일엔 ‘골드미스’ 휴일엔 ‘건어물녀’





01 그래도 움직여야 즐거워진다



Q (일에 지친 30대 직장인)
30대 중반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자칭 골드미스입니다. 제가 요즘 주말마다 일명 ‘시체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건어물녀 증후군’이라고도 하죠. 주중에 열심히 일했으면 주말에는 밖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면서도 만사 귀찮고 꼼짝도 하기도 싫습니다. 왜 그런 건지, 어떻게 하면 주말을 즐겁고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A (싫어도 나가보라는 윤 교수) 건어물녀는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 만화에서 유래한 말로 직장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머리는 대충 묶고, 맥주와 건어물을 즐겨 먹는 여성을 지칭합니다. 일에 지쳐 혼자 쉬는 것을 좋아하고 연애마저 귀찮게 여기면서 건어물처럼 변해간다는 슬픈 이야기죠.



 시체놀이는 ‘짱구는 못말려’라는 일본 만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놀이입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운동을 하며 활동적으로 지내기보다 시체처럼 있으면서 정적인 쾌락을 즐기는 거죠. ‘카우치 포테이토’란 단어도 비슷한 뜻입니다. 종일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은 집안에서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마우스 포테이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건어물녀, 시체놀이, 카우치 포테이토는 일종의 심리적 회피(avoidance) 행동입니다. 인간관계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그리고 기분 나쁜 사건이나 감정으로부터 떨어져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심리적 방어 전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단기간의 회피 행동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과 떨어져 있을 수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행복 계기판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장기간의 회피 행동은 행복을 주는 요소와의 결별을 의미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것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없겠죠. 연애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여성이 아예 평생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며 만남을 회피하면 사랑이란 좋은 감정과도 멀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죠.



 회사 내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우울감·불면증·불안감은 약으로 치료가 잘되는 데 반해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는 약물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인 회피 행동 때문입니다. 이것이 만성화되면 내 삶이 위축됩니다. 사실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과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는 경우가 많죠.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일을 안 하면 일이 주는 성취감도 같이 사라지게 됩니다.



 우울증까지는 아니라도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우리에게 회피 행동은 일반화돼 있고 그 회피 행동을 위한 수많은 서비스 시장까지 형성돼 있습니다. 홀로 먹는 것에 특화된 식당이나 배달 서비스가 그 예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주말에 친구도 만나고 취미 활동도 하시고 운동도 해보시죠’라고 권유하면 별로 그럴 마음이 없다고들 하십니다. 하고 싶은 감정이 있어야 할 텐데 감정이 영 도와주지 않는 거죠. 마음이 있어야 행동이 뒤따르는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행동을 하면 그 자체가 내 맘을 활동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치료 기법으로 활용한 것이 행동강화 기법입니다. 행동강화 기법은 우울증 환자에게 주로 쓰이다가 최근 일반인들의 행복감을 고취하는데도 쓰이고 있습니다.



 우선 주말에 꼼짝달싹하기 싫더라도 일단 행동을 먼저 해보는 것입니다. 지금은 하기 싫지만 옛날에는 좋아했던 행동들을 떠올려 보세요. 등산일 수도 있고, 친구와의 수다일 수도 있고, 영화 관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을 작게라도 시작하는 겁니다. 억지로 한 행동이지만 하다 보면 과거에 느꼈던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동기가 강화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쉼이 아닌 회피입니다. 움직여야 과거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02 노래 한 곡, 친구와 차 한잔의 위로



Q
생각해 봐야겠네요. 어떤 것을 했을 때 즐거웠는지를요. 그나마 제가 요즘 하고 있는 것은 음악 감상인데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음악에 정말 치유의 힘이 있나요.



A 대체보완 의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신의학으로 치면 전통적인 치료법인 심리 치료 및 약물 치료 외에 명상, 요가, 창조적 예술 행위 등으로 마음을 힐링하는 것이 대체보완 의학의 영역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충분한 근거가 쌓여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관리 기법’ 같은 치료법은 전통적인 치료법과 함께 임상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도인이 떠오르며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명상보다 우리 곁에 가까운 음악이나 노래에도 아픈 감정을 힐링하는 힘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증거들을 살펴보면 우울장애, 불안장애, 만성통증 그리고 조현병 같은 마음의 고통을 가진 분에게 음악 치료를 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사회적 기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도록 하는 게 음악 치료입니다. 우선 음악은 직접적인, 긍정적인, 생물학적인 신체 변화를 일으킵니다. 심장박동, 혈압,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의 수치를 떨어뜨립니다.



 또 친사회적인 가사들은 긍정적인 사고, 공감, 이타적 행동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구돼 있습니다. 정신을 치료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을 만날 수는 없죠. 하지만 좋은 노래 가사 하나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전파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음악을 통한 힐링에는 노래 가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 라디오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시각적인 자극이 없어서 노래 가사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면을 쓰고 나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 인기죠. 시각적인 자극을 줄이고 가사나 음률에 더 집중하기에 감동도 커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의 또 중요한 힐링 파워는 개인의 경험을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나만 실연으로 힘든 줄 알았는데 실연의 아픔이 담긴 노래를 수많은 사람이 함께 들을 때 내가 우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찾아오고 이런 사회적 결속감이 심리적인 불안정감을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결속감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칩니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 삶에 위로가 되는 참 좋은 친구입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고 혼자 음악만 듣는다면 이 또한 심리적 회피 반응일 수 있습니다. 집을 나와 친한 친구들과 좋은 음악이 나오는 곳에서 커피 한잔, 또는 소주 한잔 기울이며 가을의 여유를 즐기셨으면 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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