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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실·교무실 벽, 투명한 유리로 바꾼 인천 초등학교





1일 개교한 가원·장서·백석초등학교
권위 상징 운동장 구령대도 없애
소통 위한 선생님·학생 벽 허물기
학부모들 “이 학교 보내길 잘했다”
교육청, 신설 초·중·고로 확대키로





지난 4일 낮 12시20분 인천시 서구 가정동 가원초등학교.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1층 교장실 안으로 이영규(56) 교장이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점심 식사를 위해 급식실로 향하던 3학년 학생들이 교장과 눈이 마주쳤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자 이 교장은 아이들을 방으로 부르더니 “밥은 맛있니”라고 물었다. 한 남학생이 “너무 맛있어서 어젠 세 번이나 급식을 받았어요”라고 답하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1일 개교한 이 학교 교장실엔 화려한 검정색 명패도, 안락한 가죽 소파도 없다. 교무실과 행정실도 벽 대신 투명 유리창을 설치해 지나는 학생이나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소통 강화와 권위주의 해소를 위한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장엔 구령대도 설치하지 않았다. 보통 학교 건물 현관 앞에 자리잡는 구령대는 조회 때 교장이 올라가 훈시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이런 구령대를 없애자 운동장이 한껏 넓어지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 조회는 방송으로 하거나 강당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교장은 “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인식되던 학교 시설과 운영 방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1일 교내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 개교식 때도 교장과 교사들은 모두 단상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마주보고 앉아 행사를 치렀다. 반응도 좋다. 개교식에 참석했던 학부모 이숙희(34·여)씨는 “거리감 없는 학교 행사는 처음 접했다. 주위에 있던 학부모들도 다들 ‘이 학교 보내길 잘했다’며 만족해 하더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1일 개교한 가원초등학교과 백석초등학교 등 3개 초등학교를 이처럼 변화된 모습으로 꾸몄다. 7일 찾은 남동구 장서초등학교도 유리벽 교장실·교무실에 구령대 없는 운동장 등 ‘학생들과 눈높이 맞추기’ 시도는 다를 게 없었다. 한 학생이 투명 유리창 너머로 홍철희(47) 교감선생님을 발견하곤 반갑게 인사를 했다. 홍 교감이 “전학 오니까 낯설진 않니”라고 묻자 이 학생은 “새 건물이라 좋아요. 교무실도 다 들여다 보이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학교는 담장도 2m가 넘는 기존 학교들과 달리 1.5m로 낮춰 안이 들여다 보이게 했다.



 이 같은 실험은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소통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교육감은 8년 전 인천시교육청 교육위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초등학교에는 아직도 일제시대의 잔재가 상당수 남아 있는데, 정작 일본의 초등학교에 가보니 구령대도 없고 학교 건물도 자유분방하게 꾸며져 있었다”며 “일본도 바뀌었는데 우리만 옛 모습 그대로인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달 7일 이번에 개교한 초등학교들을 미리 둘러보며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현재까지 ‘좋아요’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 찬성한다” “창의적인 건물에서 아이들의 꿈과 아이디어도 쑥쑥 커갈 것”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인천시교육청은 3개 초등학교에 도입한 각종 시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자 내년 3월 개교하는 연수구 송도2초등학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 서구 마전고 등 3개 학교에서도 이 같은 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구령대를 없애고 담장을 낮추면서 학교 신축 예산을 꽤 절감하는 부수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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