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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노동개혁 발목 잡는 기재부의 자충수

김기찬
고용노동 선임기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원포인트 협의체’를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기재부 안에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협의체 구성에 노사정 대표가 합의했는데, 이를 기재부가 파기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교착상태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본지 9월 2일자 3면, 3일자 사설) 수정해 내놓은 제안인 셈이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문제는 기재부가 직접 컨트롤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동시에 향후 “대화 결렬의 책임이 기재부의 합의 파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정부의 앞길에 스스로 덫을 놓는 꼼수가 될 수 있다. 기재부 안에 협의체가 꾸려지면 ‘노사정 협의’가 ‘노정 협상’으로 성격이 확 바뀌기 때문이다. 대화 파트너가 정부-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노사정위 4자가 아니라 기재부-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공투본)로 좁혀진다는 얘기다. 공투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연합해 구성한 투쟁기구다. 임금피크제를 반대하지 않는 한국노총과 달리 공투본은 임금피크제 자체를 반대한다. 심지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반대하는 데 선봉에 섰다.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될 리 없다. 오히려 갈등만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더욱이 정부가 노동계와 직접 협상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노정 협상체계가 물꼬를 트면 향후 공공기관과 관련된 정책이 이슈화할 때마다 기재부가 대화 파트너로 나서야 할지 모른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기재부가 ‘협의’와 ‘협상’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 이유다.



 정부 내에선 “임금피크제 도입 실적을 치적으로 삼으려 집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실적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병원 경총 회장마저 “이미 성과형 임금체계로 바꾼 곳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하는 건 과도기적 조치인 임금피크제가 우선인지, 임금체계 개편이 목표인지 헛갈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이다. 누구보다 공공부문의 사정을 잘 안다. 그래서 조만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나 이런 문제를 짚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그만큼 답답하다는 뜻이다.



 노사정 대타협 시한(10일)까지 사흘 남았다. 정부가 단독으로 노동 개혁을 밀어붙이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노사정 대타협으로 추진하려 한 건 어렵더라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꼼수가 난무하면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로 끝날지 모른다.



김기찬 고용노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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