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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13시간 기다려 13초 답변 … 기업인 “질문않는 의원 더 밉다”

새누리당 김종훈(서울 강남을)·황영철(홍천-횡성),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청원)·최민희(비례대표), 통합진보당 이상규(서울 관악을·2014년 의원직 상실), 정의당 김제남(비례대표) 의원. 이들 여섯 의원의 공통점은 국회 모니터링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3년 국정감사 때 자신이 출석을 요구한 일부 증인에게 아예 질의를 하지 않은 의원이란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종종 증인은 출석 요구용이지 질의용이 아니다. ‘무더기’로 불러 놓고 정작 질문은 하지 않는, 이상한 국감은 속기록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①증인 3명이 40초 답변=지난해 10월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이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이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 의원=“‘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인데 영업상태가 어떻습니까?”

 ▶강 대표=“잘하고 있습니다.”

 ▶전 의원=“중소기업청이 홈쇼핑 전문 채널을 하나 더 만든다는데 문제는 없겠습니까?”

 ▶강 대표=“기존 민간기업과 다르게 공영기업을 신설한다니까 크게 충돌이 없지 않겠느냐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22분까지 증인석에서 대기하던 강 대표가 입을 연 건 이 순간이 유일했다. 종일 대기하고 답변한 시간은 13초에 불과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도 그랬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공정성 문제를 따지겠다며 위메프·쿠팡·티켓몬스터 등 세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세 사람이 답변한 시간은 모두 합쳐 40초였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음식점과 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에 대한 대금 결제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세 곳 모두 “맞다”고 답했다. 이어 “조그만 음식점들이 수수료를 주고 할인해 주면서 상황이 급한데도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금을 일주일에 한 번씩 결제하는 이유가 뭐냐”는 신 의원의 추궁에 “적극 개선하겠다”(쿠팡), “개선방법을 찾겠다”(위메프), “저희도 찾아보겠다”(티켓몬스터)가 끝이었다. 공교롭게도 3명이 1인당 13초꼴이었다.

 부른 의원도 밉지만 불러 놓고 묻지 않는 의원은 더 밉다고 기업체 관계자들은 말했다.

 지난해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잘 모르는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알아보고 답변드리겠다”고 한 뒤 보충질의 시간에 “답변 준비를 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질의를 했던 당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따로 보고해 달라”며 다른 사안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②대기업 총수 망신 주는 국회=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 놓고 세세한 걸 물어본 뒤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감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불려 나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세세한 법 조문이나 시장 현황이 숙지돼 있지 않다 보니 “잘 모르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해야 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소속인 강창일(제주갑) 위원장이 나섰다.

 ▶강 위원장=“정용진 증인은 대그룹답게, 그리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세요. 많은 회사를 거느리다 보니까 일일이 체크를 못해서 그런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회사 잘 체크하세요.”

 ▶정 부회장=“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 국회는 의원들이 너무 갑 행세를 한다”며 “훈계나 들으려고 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나와야 하느냐”고 말했다.

 ③증인 한 명이 4곳 국감에 등장=바른사회시민회의 분석 결과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증인 한 명을 복수의 상임위가 동시에 채택한 경우는 21명(2012년 4명, 2013년 10명, 2014년 7명)이었다. 이 중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4명은 2개 상임위에 중복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한 곳에서만 답변할 기회를 얻었고, 다른 곳에선 아예 질의도 받지 못했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4차례나 국회에 불려 갔다.

김형구·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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