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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월요일] 빵에 발라 먹는 명란 중국 바이어가 물었다 “이 맛있는 잼은 뭐죠?”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국제수산식품박람회장의 한 부스. “크래커에 발라 먹으니 참 맛있네요. 이 잼은 뭔가요?” 중국 바이어의 질문에 강치범(35) 대경에프앤비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한국산 명란젓으로 만든 일종의 ‘스프레드’입니다. 빵에 발라 드셔도 맛있습니다.”

 강 대표의 설명을 들은 중국 바이어는 명란젓이 뭐냐고 다시 물었다. 강 대표는 “명태라는 생선의 알을 소금과 양념에 절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바이어는 “생선 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비린내가 안 난다”며 “중국에 정식 수입되면 꼭 구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옆 부스는 까만 김을 들여다보는 바이어로 북적였다. 조그만 다홍색 알갱이들이 김 표면에서 반짝였다. 장석위(59) 덕화푸드 전무가 “소금 대신 명란을 한국산 김에 뿌렸다. 명란젓이 생소한 중국인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김을 맛보던 바이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명란젓을 생산·판매하는 이들 업체는 사흘간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서 중국인 바이어 110여 명을 상대로 7만4000달러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 한국 명란젓이 중국 시장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세계 시장에선 명란젓이 일본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엄연한 한국의 전통 음식”이라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 ‘명란 종가’ 타이틀을 되찾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 명란, 일본 건너가 ‘국민 반찬’ 등극

명란 김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명란을 먹었을까. 기록상으로는 조선시대부터다. 효종 3년(1652년) 『승정원일기』엔 이런 글이 실렸다. “대구 알(大口卵)을 밀봉해 올리지 않고 명태 알(明太卵)을 올린 데 대해 해당 관리를 엄중하게 캐물어 밝혀야 한다.” 궁중 음식을 담당하는 사옹원(司饔院) 관리가 대구 알 대신 명란을 진상한 일을 두고 강원도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기록이다. 조선 말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조리서인 『시의전서』와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명란이 식재료로 등장한다.

 한대성 어종인 명태는 과거 동해안에서 많이 잡혔다. 살은 국으로 끓여 먹고 알과 내장은 소금에 담가 젓갈로 먹었다. 상온에서 쉽게 상해 한반도 전역에서 즐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명란젓은 일본으로 건너간 뒤 큰 인기를 모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명란의 일본식 발음인 ‘멘타이코(明太子)’라는 이름으로 밥상에 오르며 후쿠오카(福岡)의 명물로 인기가 높다. 일본의 명란젓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현재 세계 명란의 90%는 일본에서, 10%는 한국에서 소비된다.

 명란젓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일제 강점기 때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일본 최대의 명란젓 생산업체인 ‘후쿠야’ 창업자인 가와하라 도시오는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명란젓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명태를 손질하던 부산의 노동자들이 일본인에게 품삯 대신 명란을 받아 젓갈로 담가 먹으면서 부산 일대에서 명란젓이 유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후쿠오카 하카타(博多)에 식료품점을 차리고 1949년부터 일본식 명란젓을 팔았다. 손님들이 몰리자 명란젓 업체들이 꾸준히 늘었고 유통기술도 발달하면서 현재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후쿠야는 홈페이지에 “멘타이코의 기원은 한국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스타·바게트 … 명란의 끝없는 변신

장석준 덕화푸드 대표가 비린내를 없애고 염도를 낮춘 저염 명란젓을 들어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명란젓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젓갈은 짜다”는 인식과 특유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지만 생산업체들은 각자의 노하우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장석준(70) 덕화푸드 대표가 만든 명란젓이 대표적이다. 93년 덕화푸드를 설립한 그는 청주로 명란젓의 비린내를 잡은 뒤 염도 4%의 ‘저염 명란’을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또한 ‘명란 레시피북’을 펴내고 명란젓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소금 대신 명란을 김에 뿌린 ‘명란 김’, 짭짤한 명란을 담백한 계란으로 감싼 ‘명란 계란말이’ 등 반찬류는 물론 올리브 파스타에 명란을 곁들인 ‘명란 파스타’와 ‘명란 크림떡볶이’ 등 명란을 부재료로 활용한 레시피도 포함돼 있다.

 이런 레시피들은 덕화푸드 내 연구개발실에서 탄생했다. 장 대표와 연구개발 담당 직원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회사 조리실에 모여 시제품을 만들어 보면서다. 장 대표는 2011년엔 수산 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평생을 명란 생산과 개발에 몰두한 결과다.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 대경에프앤비는 누룽지에 명란을 더한 ‘명란 라이스칩’, 튜브에 명란젓을 담은 ‘튜브형 명란’, 술안주로 적당한 ‘구운 명란’ 등을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시범 판매했다. 명란 라이스칩(80g)은 한 달도 안 돼 준비한 1200봉지가 모두 팔렸다. 장석준 대표는 “새로운 요리법을 통해 젊은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명란젓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명란은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예전엔 염도가 10% 이상인 탓에 ‘짠 음식’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저염 명란’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염분 걱정도 덜었다. 부경대 장영수(해양수산경영학) 교수는 “국내 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반찬 성격이 강한 명란의 소비 또한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양한 레시피가 개발되면서 찾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며 “중국 시장도 한국 명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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