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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中企 보호법이 히든 챔피언 탄생 장애물

# 상하수도 파이프를 만드는 A사는 2001년 법정관리 졸업 후 재기에 성공했다. 강관 제조기술을 인정받으면서 매출액이 2009년 1400억원, 2010년엔 2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2012년 12월 상하수도 파이프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을 넘는 중견기업을 공공부문 입찰에 배제하는 제도다. 수도관 시장은 관급 공사 외에는 판로가 없다. A사의 수익성은 이듬해 크게 악화됐다. 연간 50억~80억원을 오가던 영업이익은 2013년 53억원, 지난해 81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이 회사는 수주에 성공한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하청을 따내야 했다.



# 2000억원대 매출의 61%를 간장·된장·고추장으로 올리는 장(醬)류 전문 기업 B사는 2011년 뜻밖의 외풍을 만났다. 간장·고추장·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이다. 중견기업이 이 품목에서 영업하면 중기청으로부터 사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3년 기한이 지난 올해, 장류는 중기적합업종에 재지정됐다. B사는 6년 동안 주력 제품의 생산과 영업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수십년간 장을 담가온 회사에 갑자기 다른 성장 동력을 찾으라는 것은 무책임한 주문”이라고 말했다.



불편 수준으로 여겨지던 ‘신발 속 돌멩이’들이 중견기업을 압사시키는 바윗덩이가 될 판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에 주력한 나머지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 성장하는 중견기업엔 되레 규제의 사슬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정부가 조사한 중견기업 성장 걸림돌 법조항은 83개에 달했다. 2년 뒤인 최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조사 결과 이 가운데 현재 73개가 존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정책이 대기업·중소기업의 2분법 구조로 시행되면서 중견기업은 사각지대로 내몰린 것이다.



흔히 거론되는 중소기업의 ‘피터팬증후군’도 제도적 모순에 대한 자구책인 측면이 크다. 중소기업이라는 보호막을 벗어나는 순간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기 때문이다. 몸집을 줄여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가는 기업도 늘고 있다. 2011년 91개에서 2012년 50개로 줄었다 2013년 76개로 다시 증가세다.



그 결과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 층이 두꺼워질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근로자 수 300~999명) 비중은 0.08%로 독일(0.57%)·일본(0.55%)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문을 닫게 만드는 제도가 있는 한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며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같은 기업들이 나오려면 경직된 제도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18~19p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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