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矜持 -긍지-

긍지(矜持)는 창(矛)을 손에 쥐다(持)는 단어다. 월(越)왕 구천(句踐)이 공자(孔子)를 만날 때 ‘굴노(屈盧·명품 창을 만들던 명인)가 만든 창을 손에 쥐었다’는 기록이 『오월춘추(吳越春秋)』에 나온다. 굴노는 의장(儀仗)용 창을 잘 만들었다. 의장은 나라의 의식에 쓰이는 무기다. 긍(矜)이 의장용 창이다. 긍은 창 모(矛)와 이제 금(今)이 합쳐진 한자다. 날이 선 창을 바로 지금 쥐고 있을 때 생기는 감정이 긍지다. 두려움을 떨친 자부(自負)와 자긍(自矜)이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앞에선 성대한 열병식(閱兵式)이 펼쳐졌다. 행사는 56문의 대포가 28문씩 70발의 예포를 쏘며 시작했다. 56개 민족, 1921년 창당한 중국공산당이 28년 만에 신중국을 건국했음을 의미한다. 이어 천안문 국기게양식을 전담하는 국기호위부대 200명이 121걸음으로 오성홍기 게양대에 섰다.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전국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전면 소강(小康) 사회를,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부강·민주·문명·조화의 현대 국가를 만든다는 두 개의 100년을 상징한다. 1894년 청일전쟁 패배 후 121년 자괴(自愧)의 역사가 끝났음을 표현했다.

천안문에 우뚝선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연설 중 “처음은 누구나 잘하지만 끝을 잘 마무리하는 사람은 적다(靡不有初 鮮克有終·미불유초 선극유종)”며 『시경(詩經)』을 인용해 5000년 계속된 문명은 중국이 유일함을 과시했다. “전쟁이라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여전히 인류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며 13억 중국인에게 조국의 무력(武力)을 확인시켰다. 끝으로 “정의필승, 평화필승, 인민필승”을 외치며 오른손을 불끈 쥐어 올렸다.

중국 정치는 긍지 만들기에 열심이다. 열병식은 극적 표현이다.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로 촉발된 리비아 내전 당시 인민해방군 함정은 3만8000명의 자국민을 무사 귀국시켰다. 올 봄 네팔 대지진 당시 중국 여권은 국적기의 탑승권이었다. 모두 중국의 긍지 정치다. 여의도 정치권은 한국인임을 자부할 긍지 정치를 어떻게 내놓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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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중국연구소·국제부 기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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