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위안화 절하에 일본 또 돈 풀 기세 … 한국수출 산 너머 산

‘수출 외바퀴’로 위태롭게 달리던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393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7%나 감소했다. 감소폭이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컸다. 내수 침체를 상쇄하며 그나마 버티던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온 배경 중 하나는 치열하게 벌어지는 글로벌 환율 전쟁이다. 특히 동북아 3국의 물고 물리는 환율전쟁의 불길은 거세다. 이미 일본에 이어 중국에까지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번지고 있다. 위안화와 엔화 가치 하락이 야기하는 ‘근린궁핍화 피해’가 대한민국 무역장부에 고스란히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일본의 자국 화폐가치 떨어뜨리기는 우리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협일까. 이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86%나 낮춘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1994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인민은행은 12일에도 위안화 고시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1.62% 낮췄다. 이틀 새 위안화 값은 3.48%나 떨어졌다. 전 세계에선 난리가 났다. 인위적 위안화 가치 조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동북아 환율전쟁] 엔·위안 공세에 떠는 한국 경제

중국 3대 경제지표 일제히 부진 중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으면서도 환율전쟁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경제 성장세 둔화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3대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하다. 2010년 27.7%에 달했던 수출증가율은 올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7월 수출증가율은 8.9%나 역성장했다. 내수도 위축되고 있다. 중국 내 7월 자동차 판매량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7개월래 최악의 성적표를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대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구매관리자지수가 50 이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 들어 3, 5, 6월 세 차례 인하했는데 효과가 없자 위안화 가치 절하(환율 상승)라는 고육책을 꺼냈다.



환율은 국제무역수지를 균형으로 수렴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품을 많이 팔아 외화를 많이 번 나라의 돈값(통화가치)은 올라가고, 무역적자가 쌓인 나라의 돈값은 떨어진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생산하는 제품의 국제 판매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회복되고, 다시 수출은 늘어난다. 이런 메커니즘이 반복되면서 국제 무역은 장기간에 걸쳐 균형을 유지한다.



문제는 중국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그 악영향이 주변 국가에 곧장 나타난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와 긴밀하게 얽혀 있는 한국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이 두 갈래로 나타난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면 한국산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대(對)중국 수출이 늘어난다. 긍정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총 수출액의 25%를 중국에 의존한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각각 13%, 5%인데 비하면 대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긍정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부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산과 경합하는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건 긍정적 경로는 약해지고 부정적 경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2004년 58%에 달했던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지난해 49.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제조업 중간투입 자급률도 54%에서 90.1%까지 올랐다. 중간재를 덜 사오고 자국 기술로 만든다는 얘기다. 중국의 기술력 상승은 세계시장에서 한국과의 경합업종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은 2000년 2.7%에서 2014년 3.0%로 0.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의 세계시장 수출점유율은 같은 기간 3.9%에서 12.4%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기술력이 좋아진 중국산이 한국산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엔화 34% 하락 동안 원화 4.9% 떨어져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안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5% 상승하면 국내 총수출은 약 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제조업 중간재 자급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제조업 수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개선되는 반면 한국의 중간재 수입을 늘리는 효과는 반감됐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가 한국 경제에 중층적·간접적 영향을 준다면 엔화 값 하락은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아베노믹스가 양적완화라는 화살을 발사한 뒤 엔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2년 9월 초부터 지난 4일까지 최근 3년간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34.28% 떨어졌다. 반면에 이 기간 원화 가치는 4.91% 떨어진 데 그쳤다.



한국 경제가 엔저에 즉각 피해를 보는 이유는 주력 수출 업종이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 지수는 2013년 말 기준으로 56.9포인트에 달한다. 한국산 수출품 두 개 중 하나 이상이 일본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46.0포인트) 및 중국(43.5포인트)과의 경합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엔저 영향은 업종별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동차 가격의 경우 올해 1~4월 한국산은 2.4% 떨어진 데 비해 일본산은 8.1%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섬유 수출 가격은 7.9%나 낮아졌지만 한국산은 오히려 0.1% 올랐다.



한국, 금리?환율 대응 방안 마땅치 않아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최근 중국의 공세에 맞서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어서다. 일본에서는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자에 “중국발 경기둔화와 증시혼란이 확산하면 일본은행이 엔고를 막기 위해 추가완화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上野泰也)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본은행은 사방이 꽉 막힌 상황”이라며 “2016년 상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 2% 달성이라는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추가 양적완화를 위한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한국은 뚜렷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환율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약하다. 7월 경상수지는 101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경상수지 흑자의 내용이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이기에 정책당국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 추세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3.1%(한국은행) 달성도 버거워 보인다.



여기에 한국은 2010년 서울에서 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키로 한다”는 합의를 주도했다.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행은 두 차례 금리 인하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인하 카드를 앞으로 꺼내기는 어렵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위원은 “통화나 금리 같은 단기 대응책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장기 대응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