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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그레이엄 현대춤에 동양의 전통 접목해 세계 제패

세계에서 사랑받을 만한 동양의 현대무용이란 어떤 것일까. 유럽의 저명 매거진 ‘댄스 유럽’이 피나 바우쉬, 지리 킬리언, 머스 커닝햄, 윌리엄 포사이드와 나란히 ‘20세기의 위대한 안무가’로 선정한 린화이민(林懷民·68)의 무대에 답이 있다. 대만 출신의 린은 2003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무용작품’, 2006년 독일 최고 권위의 평론지 발레 탄츠 테아터 호이테 선정 ‘최고의 안무상’, 2013년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 ‘평생 공로상’ 수상 등에 빛나는, 말 그대로 ‘세계를 제패한’ 안무가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는 그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최신작 ‘Rice(쌀)’(9월 11~12일 LG아트센터)에서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무용을 전공하진 않았다. 14세 때 쓴 글이 유나이티드 데일리 뉴스 에 실릴 정도로 타고난 문학도로서 1969년 미국으로 저널리즘 유학을 갔다. 그런데 전공을 제쳐두고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학교에서 취미로 배우던 현대 무용에 매료됐고, 73년 대만으로 돌아와 중국어권 최초의 현대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를 세웠다. 무용단의 한문 이름 ‘운문(雲門)’은 중국 고전에 나오는 ‘중국 최고(最古)이자 인류 최초의 춤’을 뜻한다.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12년만에 방한하는 아시아 최고 안무가 린화이민

린의 행보는 정체성 찾기로 고민하는 아시아 현대무용가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아시아 전통 춤에서 고유한 안무법을 추출한 것. 중국 경극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한국에서는 김천홍과 한영숙의 궁중 무용과 승무를 배웠다. 일본의 현대무용 부토까지 섭렵한 그의 안무는 동양의 고전 미학을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승화시킨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무용수들도 발레와 현대무용은 물론 명상, 기공, 내가권, 서예까지 수련하고 있다.



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쏠리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클라우드 게이트는 2000년 유럽 최대 규모의 현대무용 축제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아시아 무용단 최초로 개막 공연을 선보였다. 불교 순례자의 여행을 그린 ‘방랑자의 노래’는 린 특유의 스펙터클하고도 동양적인 무대로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하며 세계 무용계의 주류로 우뚝 섰다.



린과 클라우드 게이트는 이제 대만인들에게 문화적 자존심이 됐다. 국적기 중화항공 외관을 이들의 사진으로 뒤덮을 정도다. 매년 각 도시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엔 늘 6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다. 2008년 화재로 스튜디오가 전소되자 국내외에서 4000건이 넘는 개인과 기업의 후원이 빗발쳤고, 올해 4월 공연장과 연습실은 물론 제작 프로덕션까지 갖춘 ‘클라우드 게이트 씨어터’를 개관했다.



‘Rice’는 클라우드 게이트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대작이다. 아시아인의 삶 자체인 쌀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 생명의 순환을 노래한다. 주목할 점은 ‘아시아의 정체성’이 테마라고 해서 결코 오래된 서사나 전통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원에서 예불을 드리거나 향이 좋은 차를 마시는 평범한 아시아인의 생활을 녹여낼 뿐이며, 스토리로 움직임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서 스토리를 읽어야 무용수들이 순수한 춤사위로 무궁무진한 표현을 한다”는 것이 린의 안무철학이다.



‘Rice’를 위해 무용수들은 쌀 생산지 츠상(池上)을 찾아가 직접 농사에 참여했고, 이때 얻은 영감으로 쌀의 탄생 과정 자체를 몸짓으로 재현했다. 농사의 전 과정을 담은 거대한 자연 풍광 영상을 배경으로 24명의 무용수가 빚어내는 다이내믹한 앙상블은 그대로 한 폭의 휴먼드라마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 뉴욕의 BAM, 모스크바의 체홉 페스티벌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nag.co.kr, 사진 LG아트센터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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