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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는 보물 고서의 운명

14일 경매에 부쳐지는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부분.



최남선(1890~1957)은 고서(古書) 수집가로도 유명했다. 옛 책을 귀히 여기고 모으는 일을 즐겼는데 장서인(藏書印)에 관한 한 마디를 남겼다. “책에 도장을 찍지 말라. 죽고 나면 당신의 책이 아니다.” 지금 내 손에 있는 장서라 할 지라도 언젠가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게 마련이라는 고서의 운명을 말한 것이다.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육당처럼 고서를 좋아하거나 수집에 취미가 있는 분들에게 귀가 번쩍할 소식이 전해졌다. 고서가 유전(流轉)하는 물건임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압류된 고서와 서화류가 4년 만에 경매에 나온다는 뉴스다. 이중 『월인석보(月印釋譜)』와 『하피첩(霞?帖)』은 모두 국가 지정 보물로, 근래 보기 드문 명품의 외출이라 할 수 있다.



『하피첩』(보물 제1683-2호)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1810년 가을,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경기도 양평 마현에 있던 부인 홍씨가 보내온 헌 치마를 재단해 만든 서첩이다.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써준 가계첩(집안사람들이 경계할 것과 교훈으로 삼을 것을 담은 첩)으로 가족을 생각하는 다산의 따듯한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중에 병 든 아내가 헌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붉은 빛이 담황색으로 바래서 서본(書本)으로 쓰기에 알맞았다…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들에게 남긴다. 다른 날 이 글을 보고 감회를 일으켜 두 어버이의 자취와 손때를 생각한다면, 뭉클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월인석보』(보물 제745-3호)는 세조 5년(1459년) 경에 목판으로 간행된 초판본으로 권9, 권10 2책이 나왔다. 훈민정음 창제 직후의 한글 사용례, 문자로 표기된 초기 한글의 변천 등을 알 수 있어 국어사 연구에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 보물을 한때 소장했던 이는 국문학 연구의 개척자로 꼽히는 양주동(1903~77) 박사였다.



이 두 점은 오는 14일 오후 4시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서울옥션 고서 경매’에 부쳐진다. 시작가는 둘 다 3억5000만원이다. 6일까지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S-Space’, 9~13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미리 볼 수 있다. 고서점 ‘통문관’에서 일할 때 두 점이 거래되는 경과를 지켜본 김영복(옥션 ‘단’ 대표) 씨는 “몇 년 내 다시 보기 힘든 진본이자 선본(善本), 희귀본”이라며 “최종 낙찰가는 10억 원 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물 두 점의 향방을 놓고 문화계에서는 국민 모두가 두루 보고 연구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새 주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대헌 삼례 책마을 책박물관장은 “『하피첩』은 다산의 정신을 기리는 실학박물관, 『월인석보』는 한글박물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면 그 격이 맞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서 애호가들이 점차 드물어지는 요즘, 오랜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명품 고서의 운명에 뜻있는 이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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