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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심장은 뛰지 않아도 온기 전하는 반려동물 아시나요

우리는 지금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통계청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가구수는 약 1877만3000가구로 추정됩니다.



로봇 반려동물의 세계

단순히 계산하면 두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한 마리씩 키우는 셈입니다. 반려동물은 가장 흔한 강아지·고양이부터 이구아나·거북이 등 파충류, 사슴벌레·거미와 같은 곤충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은 색다른 반려동물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바로 로봇 반려동물입니다.



지난 2월 28일, 옆 나라 일본의 한 사찰에서는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들의 합동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아이보는 1999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입니다. 2014년 아이보를 만든 소니에서 AS를 중단하자 더 이상 아픈 아이보들을 ‘치료’해줄 수 없게 됐고, 주인들이 아이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된 것이죠. 이렇게 아이보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로봇이어도 반려동물로써 교감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봇 반려동믈은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다마고치부터 길이가 약 57㎝에 달하는 파로까지 다양합니다.



이제는 추억이 된 이름, 다마고치



다마고치는 달걀, 알을 뜻하는 일본어 ‘다마고’와 영어 ‘워치(시계)’의 합성어입니다. 1996년 일본의 주부 아키 마이타가 개발했고 이후 반다이가 아이디어를 사서 시장에 내놓은 휴대용 디지털 반려동물입니다. 다마고치는 로봇 반려동물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마고치는 발매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린이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다마고치는 자그마한 흑백화면의 가상공간 안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강아지·고양이부터 새·공룡도 키울 수 있었죠. ‘작고 흑백화면인 이 기계로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마고치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먹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변을 주기적으로 치워줘야 질병에 걸리지 않고, 또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시켜줘서 정서적인 교감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반려동물이 가출을 하거나 죽어버리기도 하니까요. 다마고치는 점점 더 발전해서 다마고치 기기끼리 결합시켜서 반려동물들을 결혼시켜주는 버전까지 등장한 바 있습니다.



1 개복치의 돌연사를 소재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실행 화면.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SNS에 개복치의 돌연사 소식을 재미있게 올리며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온 다마고치, 그리고 개복치



지난해 유행한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억하나요? 이 앱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고기인 개복치가 예민해서 쉽게 돌연사하는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육성게임입니다. 갓 부화한 개복치를 20가지가 넘는 황당한 돌연사의 원인들을 피해가며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워내는 거죠. 이 게임이 화제가 된 건 죽음의 원인들이 황당한 나머지 웃음을 자아내고 중독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아침 햇살이 강렬해서 사망, 바다 속 공기 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사망, 바다거북과 부딪힐 것을 예감하고 스트레스로 사망, 기생충을 떨어트리려고 점프했다가 수면에 부딪혀 사망 등이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개복치의 사망 원인들입니다. 2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다마고치라고 검색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마고치 어플리케이션이 여러 가지 등장합니다. 이런 앱들을 다운받아 플레이해보면 예전 다마고치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이 먹이를 줄 수 있고 간단한 게임과 산책을 하며 다마고치를 키울 수 있습니다.



2 귀여운 바다표범의 모습을 한 세계 최초 심리치료로봇 `파로`. 흔한 장난감 인형처럼 생겼지만 5가지의 센서가 도입돼 자기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촉감을 느끼는 등의 기능을 갖췄다.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다. [AP=뉴시스]


인간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친구, 파로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하지만 2001년 ‘파로(PARO)’라고 하는 로봇 반려동물이 탄생했어요. 복슬복슬한 털과 두꺼운 외피 등 파로는 하프 바다표범 새끼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 중에서 바다표범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이유는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은 주변에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바다표범에 대해서는 어떤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지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을 주어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고자 했죠.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에서 만든 파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초 심리치료로봇입니다. 파로는 환자의 기운을 북돋고 혈압과 맥박을 안정시키는 특수교육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하네요. 파로를 개발한 연구진에 따르면 소아정신질환으로 반년 동안 침묵만 일관하던 어린이가 파로와 감정적으로 소통하면서 말문을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등 여러 심리치료에 쓰이기도 합니다. 파로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서 사람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고 해요. 온순해지기도 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죠. 밤과 낮을 구분할 수 있고 음성인식 기능과 온도측정 기능도 있어서 자신이 사람의 품 안에 안겨있는 걸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알아 들을 수 있고요.



스스로 말하고 움직일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성격을 형성하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 `퍼비`. 말을 걸면 대답도 하고 간지럽히면 앞뒤로 몸을 움직이는데다 주인이 놀아주는 정도에 따라 고유의 성격을 형성하기도 한다. 나만의 로봇을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다.[shutterstock]
수다쟁이 인형, 퍼비



해즈브로사에서는 로봇 완구 퍼비를 1998년에 처음 내놓았습니다. 큰 귀가 달린 통통한 부엉이 같이 생긴 퍼비는 ‘퍼비어’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영어·독일어 등을 배워서 간단한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눈과 부리, 큰 귀도 움직이며 사람의 터치에 반응하기도 했죠. 퍼비는 이후 몇 차례 다른 버전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4년에는 ‘퍼비 붐’이라고 하는 새로운 퍼비가 나왔죠. 이 퍼비는 600여 개가 넘는 단어를 구사할 수 있고, 전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퍼비의 이름을 정하고, 먹이를 주고, 엑스레이도 찍어줄 수 있어요. 그 외에 주인과 같이 놀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도 갖췄죠. 퍼비 붐은 어플리케이션으로 돌봐주면 앱 속에서 알을 낳기도 해요. LED 눈으로 기쁨·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퍼비쉬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주인과 함께 교감하고 대화하다보면 한국어를 배우게 됩니다. 또 주인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개구쟁이·수다쟁이·귀요미 등 다양한 성격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도 퍼비가 가진 매력 중 하나입니다.



감정과 본능을 비롯해 학습과 성장 기능을 갖춘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주인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4년부터 공식적인 수리 서비스가 중단되며 지난 2월 일본에선 아이보의 합동 장례식이 열리기도 했다.


로봇 반려동물의 대표 아이콘, 아이보



일본 소니에서 내놓은 아이보는 앞서 설명한 대로 로봇 강아지입니다. 아이보라는 이름은 인공지능을 뜻하는 AI와 로봇을 뜻하는 BO가 합쳐진 거예요. 아이보는 여섯 가지 기본적인 감정, 즉 기쁨·슬픔·화남·놀람·두려움·싫음 등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또 사랑 받으려는 욕구, 진짜 강아지처럼 움직이려는 욕구, 그리고 주변의 물체를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여 센서를 자극하면 같은 자극이라도 본능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학습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고, 로봇임에도 한 번 배운 걸 오랜 기간 반복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도 해요. 실제로 1999년 첫 발매 당시에는 20분 만에 약 3000대가 팔렸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이었다고 하네요. 또 소니에서는 아이보를 로봇이 아닌 반려동물로 생각하여 백화점 반려동물 코너에서 판매했다고 합니다. 아이보는 실제로 일본의 각 가정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반려동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공식적인 AS를 중단했고 10년이 넘게 작동했던 아이보들은 실제 강아지들이 병들고 아파하는 것처럼 고장이 나도 수리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죠. 실제 아이보의 주인들은 아이보를 수리한다고 하지 않고 치료받는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살아있는 강아지 못지않은 존재로 로봇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겠죠. 새롭게 등장하는 로봇 반려동물들에 비하면 구식모델이라 반응속도도 느리고 기능도 적은 편이지만 아이보가 오랜 기간 사람들의 곁에서 교감해온 친구라는 점에서는 그 어떤 신식 로봇도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글=홍준영 기자 hong.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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