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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는 자 ‘전당’에 오르리니

미국 메이저리그(MLB) 당국은 지난 7월 28일 뉴욕 메츠 투수 헨리 메히아에게 16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경기력향상약물(PEDs)을 복용했다는 이유다. 지난 4월 내려진 80경기 출장정지 이후 메히아가 메츠의 불펜으로 복귀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뉴스위크] 미국 메이저리그에 약물 복용의 어두운 시절 끝나고 깨끗한 시대 열리나

메히아를 포함해 올해 금지약물로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선수는 3명뿐이다(나머지 2명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어빈 산타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투수 앤드류 매키라한이다). 지난해에는 한 선수만 징계를 받았지만 2013년에는 8명이 처벌을 받았다(넬슨 크루즈, 라이언 브라운, 자니 페랄타 같은 스타들도 포함됐다). 2012년에는 멜키 카브레라, 바톨로 콜론, 말론 버드 같은 유명 선수를 포함해 7명이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다. 2005년을 전후해 MLB 당국이 PED 검사를 강화한 뒤로는 해마다 적잖은 인기 스타가 약물복용으로 적발되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됐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전례 없이 PED 복용 ‘문제’가 과거지사가 된 듯하다. 메히아 같은 무명 선수가 드문드문 걸리겠지만 야구 스타들이 깨끗해진 듯하다. 야구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스테로이드 시대에 가장 문제가 된 이슈는 야구의 신성한 기록이 훼손됐다는 점이다. 둘째 문제는 밝혀진 PED 복용자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야 하느냐는 점이다. 여태껏 그 답은 ‘노’였지만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가장 욕을 많이 얻어먹은 두 악한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각각 36.8%와 37.5%의 표를 얻었다. 지난해보다 지지율이 약간 높아졌다(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면 75%의 지지표를 얻어야 한다).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마크 매과이어, 새미 소사 같은 약물복용 선수들은 야구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전당 헌액자들은 많다.



지난 7월 26일 크레이그 비지오, 존 스몰츠,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헌액됐다. 그들은 그 이른바 빛 바랜 기간(tarnished period) 중 야구에 관한 자신들의 추억을 애틋하게 떠올렸다. 그들 각자가 활약했던 기간(1990년대 초~2000년대 후반)이 사실상 스테로이드 시대를 규정지었다. 마르티네스의 헌액 명판은 그가 활약한 시기를 ‘활력 넘치는 공격(high octane offense)’의 시대로 묘사한다. 야구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건 명예의 전당이 지닌 특징이다.



MLB는 뉴욕주 쿠퍼스타운(명예의 전당이 있는 곳)의 ‘고결함’을 수호하는 문제에는 항상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뉴욕주 북부의 그 작은 마을을 방문해봐야 그 진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미국에서 가장 천국에 가까운 곳이다. 고결함이 거의 만화에서처럼 극치를 이룬다. 마을 구석구석이 때묻지 않은 자연 상태를 유지한다. 중앙로에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있고, 수풀이 우거지고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언덕이 그림 같다. 명예의 전당 헌액 행사 중 보이스카웃 단원들이 버려진 물병을 수거해 핫도그 판매대 옆에 자신들이 가설한 재활용 텐트로 가져간다. 옥수수 밭을 배경으로 하는 필드에서 사람들이 캐치볼을 한다. 헌액자들이 연설하는 동안 아들을 데리고 나온 아버지들이 무대 위의 역할 모델들을 가리킨다. 이것이 야구의 본질이라고 행사는 말하는 듯하다. 야구 카드와 선수 사인이 그려진 야구공을 수집하며 자란 사람들에게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쿠퍼스타운은 실제로 야구의 천국이다. 아무리 회개해도 속죄할 수 없는 범죄도 있는 듯하다. 올해 들어 대중은 피트 로즈를 거의 용서했다. 소속팀 신시내티 레즈는 오는 9월 중 로즈의 버블헤드(bobblehead, 머리를 까딱거리는 인형) 증정 행사를 연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MLB 야구의 눈에 비친 그의 불법행위 또는 그 심각성이 완화되지 않았다. 나는 로즈의 문제에 관한한 MLB의 완고한 태도가 항상 못마땅했다. 악의적인 인종차별주의자와 술꾼들은 찬양하면서 우리가 지켜봐 온 어느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던 선수는 왜 외면하는가? 그러나 지난 26일 명예의 전당 헌액 행사에서 미국의 전형적인 순수함을 만끽하는 동안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여전히 로즈가 전당에 올라야 한다고 믿는다. 감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야구로 도박을 한 선수 입장에선 매년 7월마다 새 헌액자 뒤에 모이는 전설들 앞에 서는 것이 쿠퍼스타운 정신에 어긋난다고 느껴졌을 듯하다. 아마 본즈나 클레멘스 같은 약물복용자가 그렇게 한다면 추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사람을 결정하는 건 메이저 리그가 아니라 야구 기자들이다(리그에서 영구 추방된 피트 로즈의 경우는 예외). 여태껏 그들은 PED 복용자를 전당 입성 후보자로 받아들이기를 꺼려 왔다. 하지만 최근에 변화가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지난 28일 명예의 전당 이사회는 10년 이상 활동하지 않은 기자는 투표자격을 상실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전당 헌액자 심사단 중 고리타분한 전통주의자들이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변화가 대체로 크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 PED 복용자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스테로이드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야구 기자들이 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을 밀어주기가 쉬워질 것이다. 전통적인 기자들이 퇴장할 테니까 말이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이지만 세월이 흘러 그 시대가 먼 옛날의 추억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약물복용 전까지 확실한 전당 입성 후보였기 때문에 헌액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 그 시대가 그렇게 가물가물해졌는데 누가 PED를 복용하고 누가 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겠는가?



슈퍼스타 약물복용 시대의 마지막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지난해 1년에 걸친 출장정지 처분을 마친 뒤 기적 같은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다. 40세의 로드리게스는 현재 홈런, 타점, 사구, 출루율(OBP), 장타율에서 아메리칸 리그 톱 10에 올라 있다. 한때 미움을 샀던 그가 지금은 팬의 사랑을 받는 인기선수가 됐다. 그는 참회의 시간을 보낸 뒤 손을 씻고 새롭게 태어났다. ESPYS(각종 스포츠계 최우수 선수상) 시상식에서 배우 켄 정(정강조)과 함께 자학적인 사과를 했다. 물론 실제로도 PED 복용 그리고 이전 인터뷰에서 거짓말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복잡한 경우지만 다른 역대 최고급 스타들인 본즈나 클레멘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로드리게스에게는 일반 대중 팬들이 대체로 마음을 돌린 듯하다. 아직도 원정 경기에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유를 받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명을 씻어냈다. 아니면 적어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과거의 PED 복용자 다수가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노력이다.



5~6년 뒤 명예의 전당 투표장에 그가 등장하기 시작할 땐 그 정도로는 필시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내고 1년 더 활약한 뒤 그의 대중적 이미지가 계속 호전된다고 하자. 은퇴한 뒤에도 그가 야구와 관계된 일을 계속 한다고 하자. 어쩌면 약물복용 금지 홍보대사가 될지도 모른다. 10~20년 뒤 스테로이드 시대와 로드리게스의 경력에 관해 더 넓은 관점에서 보게 됐을 때 그도 언젠가 헌액될 수 있다는 (어쩌면 나아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쿠퍼스타운이 지닌 고결함의 맥락에서 볼 때 이는 여전히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어떤 아버지가 로드리게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선수가 한번은 실수했지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 성공했다고 아들에게 말하게 돼선 안 된다고 누가 막겠는가. 어쨌든 이들은 야구선수지 성직자가 아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은 야구의 천국일지 몰라도 헌액자를 결정하는 기자는 분명 신이 아니다.



글=라이언 벌트 기자 /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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