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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직업 아닌 억압





[뉴스위크] 국제앰네스티가 성매매 비범죄화를 표명하자 세계 각지에서 거센 반발 일어



지난 8월 11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3일 동안 80개국 대표단 회의를 가진 끝에 성매매는 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로써 국제앰네스티는 세계 각국 정부에 성매매를 비범죄화하라고 권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성매매 비범죄화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성매매 비범죄화는 여성 인권이 아니라 성매매 산업에 기여한다. 성매매 비범죄화란 단지 매춘부뿐만이 아니라 성매매 산업 전체의 비범죄화를 의미한다. 포주를 합법적인 사업가로 만드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매매 비범죄화는 포주와 성매수자에게 도움이 될 뿐 성매매 여성에겐 힘이 되지 못한다. 물론 성매매를 비범죄화하면 성매매 여성은 체포되거나 범죄자로 여기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인신매매범, 포주, 성매매 업소 주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성매수자 역시 성매매로 처벌받을 일이 없어진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매매가 “상호 동의하는 성인 간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인정하는 조건 하에 이뤄지는 성적 서비스 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정의는 성매매의 실상을 감추고 성매매를 향한 비전문가적·낭만적 관점을 강화한다. 나는 성매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우크라이나 출신이며, 여성 인권단체 페멘에서 6년 간 이 문제와 씨름했다. 경험에 비춰보건대 성매매는 여성을 향한 남성의 억압이 가장 순수한 형태로 펼쳐지는 장에 불과하다.



성매매 행위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지는 성행위가 아니다. 여성을 종속적인 입장에 놓고 단지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격하한다. 성과 돈이라는 두 가지 사회 권력의 합작이다. 이 두 영역 모두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성매매가 독립적이고 성공적인 여성을 위한 직업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설령 스스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있을지라도,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여성이 경제적 불안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직업을 택하는 가운데 종종 인신매매나 불법이주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가장 많이 성매매를 강제당하는 여성들은 동유럽·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의 가난하고 불안정한 국가 출신이다. 서유럽 출신 여성 중에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성적 욕망과 행위는 삶의 즐거움과 존엄에 중요한 인권”이라고 주장한다. 프랑스의 성매매 반대 단체 둥지운동은 “성매수자들은 불안정하고 취약한 성매매 여성들의 처지를 악용해 돈으로 성관계를 강요하는 남성들”이라고 반박했다. “성폭행·성희롱·근친상간·성매매는 소위 ‘남성의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위해 여성의 몸을 이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공유한다.”



앰네스티의 주장과 달리 성매매 산업은 끊임없는 폭력과 차별, 경제적 억압으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성매매는 여성의 성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인한다. 성매매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상대의 무조건 긍정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매수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여성을 구입한다.



성매매 비범죄화가 해당 산업 확장을 규제하리라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다.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빅토리아주는 성매매 산업이 비범죄화로 인해 크게 번창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매매 수요가 늘어나고, 남성의 성매매 동기를 크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비범죄화되자 성매매를 용인할 만한 산업으로 여기는 남성도 많아졌다. 법적인 장벽이 사라진다면 여성을 성적인 노리개로 취급하지 못하게 했던 사회적·윤리적 장벽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결정으로 조직 안팎의 심각한 비판에 직면했다. 심지어 지부 전체가 결정을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메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같은 유명 연예인들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페미니스트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가부장적 질서를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지지하려 드는 국제앰네스티의 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



저명한 여성인권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성매매 비범죄화는 포주·성매매 업주·노예 상인을 자유롭고 부유하게 만들지만 불법화는 성매매 여성을 감옥에 가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을 불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지 않고도 성매매를 막는 방법은 있다. 스타이넘은 “성매매 여성에게 보호 서비스와 대안을 제공하고 성매수자에겐 벌금을 부과하는 북유럽 모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북유럽 모델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포주와 성매수자를 물리칠 수 있다.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성매매 철폐와 관련된 논의는 19세기 노예 반대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빅토르 위고·장 조레스·빅터 셸셰어 같은 인본주의자들은 성매매가 노예 제도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맞서 싸울 것을 장려했다. 왜 국제인권단체가 여기에 반대할까?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국제앰네스티는 자신들의 근본 이념을 수호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국제앰네스티의 입장이 자라나는 소년들에게 여성을 돈으로 사도 된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동시에 소녀들에겐 매춘부가 되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국제앰네스티의 새 정책에 반대하며 성매수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에 찬성한다. 매춘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직업이 아니라 가장 역사가 긴 억압이기 때문이다.



글=인나 셰브첸코

번역=이기준



[ 필자는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의 대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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