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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수퍼 시니어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10년 전 번역돼 나온 독일 작가 홀거 라이너스의 『남자 나이 50』이란 책 기억하십니까. 라이너스는 오십이란 나이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규정하더군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입니다. 어디 남자만 그렇겠습니까. 남자건 여자건, 오십대는 참 묘한 시기인 듯합니다. 많다고 하기엔 쑥스럽고, 젊다고 하기엔 민망한, 어정쩡한 연령대입니다. 위로는 치이고, 밑에서는 받히는, 그야말로 ‘낀 세대’입니다. 어느 새 훌쩍 커버렸지만 아직 독립하진 못한 자식들, 앞으로도 더 모셔야 할 부모,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배우자, 벌이와 씀씀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살림, 재깍재깍 다가오는 정년, 여기에다 흉흉하게 어른거리는 구조조정의 그림자….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조마조마합니다. 나이 들면 좀 안정될 법도 한데, 오십대는 거꾸로입니다. 어디에서나 어중간하게 낀 세대 취급을 받습니다. 경기가 나쁘다 보니 오십대의 어깨는 더 처집니다. 얼마 전 동창모임에서 서로 격려해 주자며 각자 지난해 잘한 일이나 칭찬받을 업적을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대기업 임원인 한 친구가 대뜸 “잘리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라 하더군요. 한 바탕 웃고 말았지만, 그게 맞는 말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확실한 건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했습니다만, 이젠 하나 더 넣어야겠습니다. 퇴직 말입니다. 오너, 또는 면허증으로 평생 먹고사는 몇몇 전문직 아니면 누구나 언젠가 퇴직을 하게 돼 있습니다. 뜨면 가라앉고, 차면 빠지는 게 섭리라지만 오십대에게 퇴직은 너무도 이르게 느껴집니다. 오십대는 나름의 노하우, 지식,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유효기간이 지났으니 폐기처분해야 할 불용품이 아닙니다. 도려내야 할 굳은살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농익은 상태로 떨어진 낙과(落果)를 연상시킵니다. 퇴직한 뒤에도 쌩쌩하고, 팔팔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축적된 역량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입니다. 이게 대부분 사장되고 있으니 얼마나 큰 낭비인지 모릅니다. 그들 개개인의 역량을 구조화해 어딘가에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도저히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 특히 정부나 기업 또는 공공단체가 함께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게 되레 청년 실업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십대가 어찌 자식 세대와 일자리를 놓고 다투겠습니까. 청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청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런 방향의 구조화가 더욱 절실합니다.개인도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오래 전 일본의 한 대학에 잠시 적을 두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개강일 오리엔테이션 때 지도교수가 20~30대 대학원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매주 토·일요일엔 공부 외에 무엇이든 하나를 잡아 4시간씩 매달려라. 취미도 좋고, 운동도 좋다. 이렇게 10년을 계속하면 그 분야에서 잘한다는 얘기를 들을 거다. 20년 뒤엔 어쩌면 그걸로 먹고살 수 있을지 모른다. 30년이면 달인(達人)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제가 하도 궁금해 바로 질문했습니다. “그럼 교수님은 뭘 하십니까?” 그 교수는 소싯적부터 가드닝에 몰두했다고 하더군요. 당시 50대 후반이던 그 분은 동네 고령자 집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 쳐주고, 화분 갈아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건강하시다면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뭔가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보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돈을 벌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돈 욕심은 애초부터 접고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긴장감 있는 생활, 밀도 높은 시간, 보람 있는 여가를 위해 미리 준비하자는 겁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달인이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루 3시간씩 연습하거나 레슨을 받는다면 1년에 1000시간, 이를 10년 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진해야 비로소 프로의 경지에 입문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한 분야에서 ‘1만 시간’은 오십대 이후의 단단한 자아 형성을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그 ‘무엇’을 찾는 게 어려운데, 이거야말로 정답이 없으므로 각자 알아서 해야 할 일입니다. 용빼는 재주가 없는 이상, 저금리 시대에 퇴직금을 어디에 넣어 얼마로 불리고, 하는 재테크에 신경 곤두세워 봤자 소용없습니다. 요동치는 주가에 마음 흔들릴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멀리 보자는 겁니다. 10년, 20년 뒤에 뭘 할지 생각하고 실행하자는 겁니다. 이게 ‘노(老)테크’ 아니겠습니까. 다시 라이너스의 책을 들춰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모습이 허물어지기 쉬운 재료로 만든 집 같지만, 나에겐 튼튼한 피난처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든든한 피난처가 있으니, 뭐든지 모색하고 도전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금주 창간 8주년을 맞이한 중앙SUNDAY는 그 모색과 도전의 사례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탄과 한숨보다는 희망과 열정의 메시지를 담아보겠습니다. 그래서 타이틀도 senior앞에 super를 붙여 ‘수퍼 시니어’로 정했습니다. 중앙SUNDAY가 새로 연재할 수퍼 시니어의 희망 선언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전자부품 메이커 무라타제작소의 CEO를 인터뷰해 제조업 강국 일본의 장인정신과 현장경영의 힘을 짚어봤습니다. 금주엔 노동의 가치를 찾으려 홀로 분투하는 빵집 주인을 만나러 갑니다. 지난해 국내에 번역돼 화제를 모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입니다.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그가 찾았다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관련기사] “돈보다 작품 만들기 위해 한 우물 팠다” 일본 무라타제작소, 세계 최강의 비결 [관련기사] 무라타 직원들, 사장인 나에게 무슨 말이든 다 한다 [중앙SUNDAY 창간 8주년 기획] 무라타제작소를 최고로 이끈 현장경영주한미군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현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대응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하는 분도 있더군요. 금주 중앙SUNDAY는 국제정치학의 대가 두 분의 대담을 통해 이 사안을 조명해보겠습니다.[관련기사] [사설]사드 배치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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