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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리콴유가 헐어버리라는 것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난 23일 별세한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총리의 업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초라한 항구도시에 번영을 선사한 그의 안목과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정정이 불안한 아시아 국가에 갈 때마다 이 나라를 리콴유가 다스렸다면 경제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해본다”고 했습니다.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입니다. 리콴유의 족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 면을 고루 감안해야 균형있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예컨대 그의 개발독재를 마냥 찬양한다면 우리의 혼란스러운 정치와 연결시켜 불온한 상상을 촉발시킬 위험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의 강권통치를 무조건 비판하면 싱가포르의 발전을 결코 설명할 수 없습니다.그의 경제적 치적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유보적인 평가는 주로 정치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국가발전엔 민주주의보다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라의 모든 역량을 경제성장에 집중한 것이지요. 그러느라 언론과 표현의 자유, 야당의 정치활동을 틀어막았습니다. 국민에겐 인권유린이다 싶을 정도의 엄격한 규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도성장을 착착 이뤄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자본주의 발전의 전제로 여겼던 서구인의 눈엔 ‘블랙 스완(black swan)’이었을 겁니다. 하여, 50년 간 일당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앞에 여러 변형된 수식어들이 붙습니다. 아시아형 민주주의, 관리 민주주의, 선의의 독재, 개발독재…. 리콴유는 민주주의에 대해 유보적이었습니다. 1959년 인민행동당을 이끌 당시 그는 경제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며, 정치적 자유는 성장의 뒤를 따라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싱가포르가 선진국에 진입하자 말을 바꿉니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는 아시아의 문화 토양엔 맞지 않는다고 한 것이지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여기엔 리콴유의 소신이 강하게 투영돼 있습니다. 그는 유교적 전통에 입각해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 공동체를 우선시하면서, 이를 ‘아시아적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동양적 가치관과 행동규범이 번영의 토대로 작용한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해석입니다. ‘아시아적 가치’가 번영의 원동력이라면, 19세기 또는 그 이전의 아시아인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습니까. ‘아시아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 왜 서양보다 근대화에 뒤졌습니까. 리콴유의 지론은 고도성장을 달성한 그의 카리스마 덕에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사회과학적으로 탄탄한 논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리콴유 모델이 개도국들에 미친 영향은 큽니다. 개발독재를 합리화시켜 주는 좋은 사례가 싱가포르 아닙니까. 중국 공산당의 개혁개방 정책은 싱가포르를 교과서처럼 여긴 듯합니다. 박정희 정권 역시 전형적인 개발독재로 분류됩니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도 싱가포르를 따라하려 합니다. 중요한 차이 또한 분명히 드러납니다. 리콴유는 번영을 위한 수단으로 독재를 했지만, 다른 개도국 리더들은 정권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성장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군사정권에겐 정통성의 결여를 메우는 유일한 길이 성장이었습니다. 이처럼 싱가포르와 다른 개발독재 체제를 비교하면 목적과 수단의 도치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싱가포르는 현 체제를 유지하며 계속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까요. 개도국들은 앞으로도 개발독재 모델로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요. 싱가포르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1994년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포린 어페어즈에 게재한 논문에서 싱가포르 경제를 ‘스탈린식 소련 경제의 쌍둥이’로 표현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성장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단순히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린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크루그먼은 싱가포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의문부호를 찍었습니다. 실제론 어떻게 됐습니까.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 세계 경기 변동, 싱가포르 기업의 구조개혁 등 복합적인 요소들 덕에 크루그먼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의 주장은 애초부터 싱가포르의 성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싱가포르 경제가 마냥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소득 불평등은 우리보다 심합니다. 지니계수가 0.478로 우리보다 꽤 높습니다. 절대빈곤율도 10~12%에 이른다 합니다. 1인당 GDP가 지난해 5만6000달러로 1965년 독립 당시의 100배가 넘습니다만, 분배구조가 썩 건전하진 않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론 더 큰 숙제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구현 말입니다. 2011년 총선에서 지배정당인 인민행동당의 득표율은 60%로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이를 리콴유 체제의 한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고촉통 전 총리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하더군요. 싱가포르가 변화의 길로 방향을 틀 계기가 됐다는 뜻입니다. 이어 2013년 여론조사에선 15~19세 청소년층의 44%가 “사회안정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싱가포르 미래세대의 의식구조는 선대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까. 결국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듯합니다. 리콴유는 생전에 “나 죽으면 집을 헐어버려라”고 유언처럼 말했다 합니다. 그가 헐어버리라는 게 과연 자기 집뿐이었을까요. 그가 가리킨 것은 슬슬 앙시앵 레짐으로 굳어지려는 싱가포르의 개발독재 체제인지도 모릅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장례식 하루 전 싱가포르의 분위기를 현지 전문가의 취재로 전해드립니다. 또 싱가포르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다뤄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창간 8주년 특집으로 ‘수퍼시니어’로 사는 법을 소개했습니다. 언론인 출신인 손관승씨의 ‘퇴직 후 분투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단순히 개인사에 그치지 않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50대가 퇴직 후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요. 금주에도 수퍼시니어의 힘찬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당신의 과거는 재산 … 중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수퍼시니어로 사는 법 [관련기사] 퇴직 후 남은 건 12권의 수첩 뿐, 그 속에 새 길이 있었다수퍼시니어로 사는 법[관련기사] 중년의 명품시계 집착은 시간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 super senior <1> 남자 나이 50과 시계우리 국민이 찍은 독도 사진은 넘치지만, 일본인이 찍은 다케시마 사진은 없습니다. 이 단순한 사실에 착안한 중앙SUNDAY의 ‘작은 외침 LOUD'가 국민들이 찍어온 독도 사진에 태극기를 붙여 인터넷 앨범 서비스 ‘플리커’에 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반응이 뜨겁습니다. 일본 정부의 억지를 우리 국민의 손으로 누르는 일에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관련기사] 우리가 찍은 독도 사진으로 일본 정부 억지 꺾어 볼까요[작은 외침 LOUD] ⑫ ‘독도는 한국 땅’ 사진?영상 세계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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