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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저신뢰 사회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3일) 판가름난다느니, 이미 물 건너갔다느니, 하며 관측이 엇갈립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데엔 노사정 상호간의 불신이 큰 원인이라 합니다. 노사 협상에선 상대가 합의사항을 어떻게 악용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로 못 믿겠다는 거죠. 그 탓에 협상은 시한을 훌쩍 넘기거나, 기껏 선언적 수준에서 불씨를 남긴 채 끝내기도 합니다. 불신이 비단 노사 관계에만 해당하는 얘기이겠습니까.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 풍조가 쫙 깔려 있지 않습니까. 사회 구성원 사이에 신뢰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북한 말은 곧이들으면서도 우리 정부 말은 죄다 거짓이라고 우기는 이들마저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0년대 중반 신뢰(Trust)를 번영의 요건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구성원 사이에 신뢰 수준이 높은 나라는 번영하고, 낮은 나라는 그러기 어렵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이 고신뢰 국가, 중국 한국 프랑스가 저신뢰 국가로 꼽혔지요. 그는 나중에 이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개념으로 확대합니다. ‘개인 사이의 협력을 촉진시키는 비공식적 규범의 집합’으로 말입니다. 신뢰뿐 아니라 유대감, 협동심, 헌신적 자세, 공동체 의식, 준법정신 등 좋은 건 다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게 경제성장이나 안정적인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이라고 하더군요. 서로 경계하고 반목하는 것보다 양보하고 협력해야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선험적인 주장을 이론화한 셈이지요. 이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회적 자본이야말로 우리에게 크게 부족하므로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이념갈등, 깊이 패인 양극화,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만연한 불신풍조…. 이 모든 게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의 사회적 자본을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합니다.그렇다고 탄식하거나 자조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후쿠야마의 주장에 휘둘릴 이유도 없습니다. 20년 전 후쿠야마가 고신뢰 국가로 치켜세운 일본은 어찌 됐습니까. 잃어버린 20년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반면 저신뢰 국가로 지목된 중국은 성장을 거듭해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신뢰를 강조한 후쿠야마의 논리를 과연 신뢰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지 않습니까. 신뢰 수준이 높고 사회적 자본이 튼실해야, 노사정 협상이 술술 합의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역시 기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협상 스쿨의 교수들이 쓴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이란 책이 있습니다. 협상론의 고전으로 불리지요. 경영학이나 행정학 공부하신 분들은 대개 읽으셨을 겁니다. 공저자인 로저 피셔와 윌리엄 유리가 제시한 협상법의 첫째는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라는 것이지요. 문제와 사람을 동일시하면 상대를 때려잡아야 할 악마로 보기 쉽습니다. 염장 지르는 막말과 욕설이 오간다면 협상 테이블은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서로 자기 입장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명분이나 체면이 전면에 나서면 진정한 이익과 관심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법이지요. 여기에다 감정까지 상하면 힘으로 끝장을 봐야 하는 투쟁 단계로 돌입하곤 합니다. 그 투쟁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사회정의니, 통일이니, 하는 지구수비대를 방불케 하는 전방위 이슈를 덕지덕지 갖다 붙입니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시작한 협상이 어느새 새로운 문제를 확산시키는 매개체로 변질되고 맙니다. 이번 노사정 협상은 그와 다르리라고 믿어 봅니다. 물론 테이블에 마주앉은 노사정 대표들은 각자의 이익에 기반해 치열한 공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발 판을 깨지는 않기 바랍니다. 협상을 하는 이유는 협상 없이 얻을 수 있는 결과보다 더 나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넘긴 시한, 하루이틀 더 써도 됩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협상에선 대화를 하고 있는 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입장보다는 이익을, 사람보다는 문제를 놓고 대화하십시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노사정 협상의 주요 쟁점들을 짚어보고,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전문가의 눈을 빌어 살펴보겠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거제도를 건드리는 특위 활동에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설문조사해 전해드렸습니다. 금주에도 정치개혁 과제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국민의 뜻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는, 즉 대의정치를 강화시키는 방향의 개혁을 기대합니다.[관련기사]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정치개혁 위한 최우선 과제”중앙SUNDAY, 정개특위 설문조사 [관련기사] 새 선거구 ‘무조건 수용’ 규정 도입해 게리맨더링 막아야 [정치개혁, 지금이 골든타임] <상> 선거구 통폐합 [관련기사] 획정위에 정치적 독립 철저 보장 … 결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선거구 획정 외국은 어떻게 하나 창간 8주년을 맞이한 중앙SUNDAY는 지역뉴스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지난주엔 SNS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얘기를 소개했습니다. 앞으로도 전국 어디에서나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끌 만한 뉴스들을 포착해 깊이 있는 기사로 요리해 보겠습니다. [관련기사] 네티즌 눈길 잡은 부산경찰, 범인도 착착 잘 잡더라SNS로 소통하는 경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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