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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나사 풀린 사회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잠잠하다 싶더니 또 사고입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예비군 총기 난사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안전이란 가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예고 없이 우발적으로 터지는 게 사고이지만, 우리의 경우 ‘예견된 인재(人災)’가 유독 많습니다. 이번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사격훈련의 통제가 느슨했다고 합니다. 관심사병 전력을 체크하지 않은 채 총기를 나눠주고, 총구가 전방으로만 향하도록 거치대에 제대로 고정시켰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사고 나자 교관과 조교는 도망치기 급급하고…. 훈련 담당자들이 각자 제 할 일을 다 했으면 범행을 제압했거나,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현장에서 제 할 일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 무슨 사고 터질 때마다 본 듯한 데자뷔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선장이, 해운회사가, 해양경찰이, 감독관청이,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다했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여전히 남습니다. 매번 유사한 인재가 반복되는 건 시스템의 문제에 앞서, 말 그대로 사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각 분야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 한 마디로 나사가 풀려도 단단히 풀렸다는 뜻 아닙니까.총체적 무능사회라고나 할까요.


그 결과 공공재로서의 국민 안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국민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각자 능력껏 자위(自衛)에 나설 수밖에요. 예비군 훈련은 요령껏 빠지고, 군대는 빽 써서 빠지고, 위험해 보이는 수학여행은 해외여행으로 대체하고…. 그러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안전이라는 가치의 분배에 심각한 불평등이 나타날 겁니다. 이게 심해지면 그야말로 파편화된 사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행복과 안전을 기치로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일이 잦은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언론계 원로는 궁극적인 원인을 상류에서 찾더군요. 최상층의 인사 문제가 사회 저변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었습니다. 국무총리부터 규격 미달의 헛도는 나사못이었으니, 그 아래 단계의 기강이 다 풀어졌다는 겁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판에 어느 누구에게 ‘직무완수’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각료 인선과 관련해 “통치자의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첫 평가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자질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


이쯤 되면 비토 세력에게 힘이 실리기 딱 좋은 여건입니다. 정권을 조금만 흔들어도 원하는 효과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질 않습니다. 비토 세력 역시 나사 풀리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지요.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 꼭 그렇지 않습니까. 국민들은 정권 주도세력에게도, 비토 세력에게도, 믿음을 주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이쪽은 무능하고, 저쪽은 무기력하고….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좀 다른 시각으로 사회 곳곳이 온통 함량 미달의 무능력자, 즉 헐거운 나사못으로 채워지는 걸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으로 설명하는 분도 있습니다. 원래는 조직론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일을 잘해 유능하다고 인정받으면 승진하고, 반대의 경우 승진이 멈추는데, 결국 조직은 승진이 중단된 무능력자들로 가득찬다는 내용입니다. 예컨대 능력이 100인 사람이 처음엔 50의 역량이 필요한 자리에서 일하면 당연히 유능하다고 평가받지요. 그래서 60의 역량이 필요한 자리로 승진합니다. 그런 승진은 자신의 역량과 일치하는 자리를 넘어서는 순간까지 반복됩니다. 110의 역량이 필요한 자리에 오르고 나서야 역량이 10 모자라는 무능력자로 바뀌어 승진이 멈춘다는 겁니다. 그렇게 최후의 승진을 마친 사람이 늘면서 나타나는 집단적 무능이 조직의 병폐라는 게 ‘피터의 법칙’의 메시지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는 곳곳의 인재(人災)를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피터의 법칙’에 따르자면 풀려 있는 나사못은 대체로 ‘승진한 무능력자’ 아니겠습니까. 스페인의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조직의 무능을 일거에 해소하는 방법을 익살맞게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사람을 한 단계 아래로 강등시켜라. 공연히 승진해서 무능해지지 않도록.” 먼저 정부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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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태가 심상찮습니다. 잠수함에서 탄도 미사일을 쏘질 않나, 군 장성을 잔인하게 처형하질 않나, NLL 부근에서 포격훈련을 하지 않나…. 하필 우리 정부가 5.24조치 5주년을 앞두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시기에 럭비공 같은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군 장성 처형 뉴스를 듣고 있으니 “부하들이란 조금이라도 모욕을 당하면 반드시 복수하지만, 크게 당하면 그렇게 할 수 없으므로 냉대하려면 가혹하게 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이 떠오릅니다.금주 중앙SUNDAY에선 이런 일들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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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앙SUNDAY는 연금이 정당정치의 핵심 의제로 등장하는 현상, 즉 연금정치를 전면에 다뤘습니다. 고령화와 복지수요 증가에 따라 불가피한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입니다. 이를 배경으로 심각한 노인 빈곤을 놔두고 재정건전성 논리만 고수할 수 있겠나,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서서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정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라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어디에서 접점을 찾느냐 아니겠습니까. 금주엔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수정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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