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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법무총리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가 됐습니다. 여론의 반응이 어떻다고 보십니까. '그래 이 사람이다' 하며 무릎을 쳤다거나, '감동 받았다' 하며 가슴 벅차해 하는 분 보셨는지요. 제 좁은 교우관계 탓인지, 주변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더 많습니다. 심지어 혀를 차는 이도 있더군요.



황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으면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명의 총리가 모두 검찰 아니면 경찰 출신이 됩니다. 국민들은 검경 출신에게 어떤 인상을 받겠습니까. 한편으론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사람 잡아넣는 데 선수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동시에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소개했습니다. 후보자 자신도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합니다. 그는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합니다. 이미 종북정당의 퇴출에 공을 세운 바 있습니다. 경력이나 업무 스타일을 보면 비리 척결과 부정부패 소탕에 소명의식을 지닌 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게 꼭 국무총리가 돼야 할 수 있는 일인지요. 법무부 장관으로서 충분히, 아니 더 정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부정부패 척결은 꼭 특정인을 국무총리에 앉혀 특별히 실시할 일이 아니라, 법에 따라 평소에 하면 되는 일입니다. 국무총리가 무슨 법무총리입니까. 야당이 "사정정국 조성"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현실적으론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한 인사 아닌가 싶습니다. 장관 취임할 때 청문회를 거쳤으니 국회 인준도 무난하리라는 기대에 바탕한 인사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너무 수세적인 인선(人選)입니다. 이 정부 인재 풀의 협소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입니다.



정치적으론 다른 의미가 담긴 듯도 합니다. 황 후보자는 아무리 봐도 대선 잠룡 반열에 들지는 않습니다. 총리라는 자리를 발판으로 더 높은 곳을 멀리 내다보는 '꿈나무'는 아니라는 뜻이지요. 국민통합이다, 대탕평이다, 하면서 공연히 그런 분 앉혔다가 집권 후반기에 민망한 꼴 당할 개연성을 인사권자가 왜 따져보지 않았겠습니까.



나라를 통치하는 데엔 법, 경찰, 군대와 같은 공식적이고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사회관계나 관념에 기반을 둔 동의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주장입니다. 그는 후자를 헤게모니라고 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국무총리에 사정의 총수를 고른 것은 물리적인 힘에 의존하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결과적으론 집권 헤게모니의 후퇴이자 쇠락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반발할 게 아니라 반색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권의 헤게모니가 후퇴한 만큼 파고들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 역시 야당이 그럴 만한 역량을 지녔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겠지요.



이쯤 해서 총리 인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의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가 과연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될 만한 자리냐,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겁니다.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권한과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분 자체의 성격도 모호합니다. 임명 과정에 대통령과 국회의 신임을 이중으로 받아야 하는데도, 대통령은 총리를 아무 때나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총리에 각료 제청권이 있다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의사결정권자가 있다는 걸 누구나 다 압니다.



좀 심하게 말해 헌법에 따라 둬야 하는 자리이니 임명하는, 형식적인 자리 아니냐 하는 겁니다. 그런 총리가 국정을 주도할 수 있겠습니까. 의전총리, 대독총리로서 국경일 행사 챙기느라 바쁜 자리라면 누가 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책임총리를 구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와 곱씹어보니 진짜 그럴 의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선거 의식해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었던 듯합니다. 그걸 순진한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적었을 뿐입니다.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무슨 권한을 줬습니까.



그래도 총리가 되면 이래저래 바쁘긴 엄청 바쁠 겁니다. 총리 본인도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열심히 봉사하려 할 테지요. 그 충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기 바랍니다. 건강도 챙기셔야지요. 전임 총리 한 분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뭐에 그리 바쁘셨는지 과로로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더군요. 식물총리가 그럴 정도이면 법무총리는 얼마나 바쁘겠습니까.



박근혜 정부 인사 있을 때마다 실망과 불만을 표하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실망한 이는 체념하고 말지만, 불만을 품은 이는 뭔가 행동을 하는 법입니다. 즉 투표소에 가서 비토 의사를 표시한다는 것이지요. 황 총리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런 분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 먼저 신경써야 할 겁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한 기사들을 준비합니다. 황교안 후보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총리의 업무 스타일도 전망해 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북한 뉴스를 1면 머리에 올렸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사용된 미사일 사출장치가 2003년 일본 무역상을 통해 러시아에서 들여온 구(舊)소련제를 모델로 개발된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100% 확인되지 않아 '주장'이라고 표현했지만 미 의회보고서를 토대로 한 내용이어서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 동향에 대한 후속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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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는 한국사회과학협의회와 공동으로 ‘광복 70년, 기적의 70년’을 7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5월 10~11일자 ‘한국전쟁과 50년대’에 이어 지난주엔 ‘한·일 국교 정상화와 60년대’를 다뤘습니다. 1945~2015년을 10년 단위로 나눠 시대별로 정리하는 이번 기획은 금주 70년대 산업화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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