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요르단 난민 캠프엔 '아일린(숨진 시리아 3세 남아) 비극'이 또 싹트고 있다

5일 요르단의 자으타리 시리아 난민 캠프. 요르단 북부 시리아 국경에서 15km 떨어진 곳이다. 시리아 난민들은 2012년부터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8만3000여 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아이들이다. 캠프 안에는 학교가 있고, 중심에는 상업지구 비슷한 구역도 형성됐다. 중동 최대의 거대 난민촌이다.

캠프는 사막 위의 거대한 수용소와 같다. 캠프 외곽은 장갑차와 군인들로 둘러쌓여 있다. 캠프 바로 위로는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수시로 날아다닌다. 캠프와 행정 건물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생활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생지옥과도 같다. 물과 전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식량은 일인당 월 20디나르(약 3만3500원)를 바우처(비자카드) 형태로 받는다. 국제원조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이 카드로 캠프 안의 상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다. 요르단 민간소유인 이 상점은 캠프 내 판매독점권을 갖고 있다. 외부보다 판매가격이 3~4배나 높다. 난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 자체로 충분치 않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강렬하다. 캠프에서 만난 몇몇 아이들에게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언제 집에 돌아가요?" "언제까지 여기서 지내야 하나요?" ''차가운 물을 구할 순 없나요?" "난민 캠프 밖은 어떻게 생겼어요?" 등의 물음이 되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캠프에 온 뒤에 태어났거나 아주 어린 나이에 이 곳에 온 아이들은 캠프의 비참한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외부 세상은 전혀 모르고 살고 있다. 그들이 아는 우주와 세계는 오직 캠프 안뿐이다. 삶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캠프 밖 아이들보다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아이 엄마는 "TV에서 본 초록색 공원은 왜 우리 캠프에는 없어?" 하는 아이 물음에 선뜻 대답을 떠올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학교 역시 열악하다. 요르단 정부가 캠프에 배치한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이들의 미래에 큰 관심이 없다. 각 반의 학생 수가 75~95 명이나 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요르단 당국은 '모든 교사는 요르단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시리아 난민이 있어도 교편을 잡을 수 없다. 캠프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망치고 있는 셈이다.

난민들이 캠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행정 보조업무 정도다. 이에 종사하는 시리아인에게는 100~200 디나르(16만8000~33만6000원)가 월급으로 나온다. 반면 무경험자인 요르단 교사는 1000디나르(170만원) 이상을 받는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없고, 일을 한다 해도 충분한 돈을 벌 수가 없다. 수많은 난민이 난민 캠프를 탈출해 목숨을 걸고라도 유럽으로 가려는 이유다. 세살 꼬마 '쿠르디의 비극'은 이곳에서 여전히 불안한 싹을 틔우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다. 아버지들은 대부분 지금도 시리아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지금도 살아서 정부군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운이 좋지 않다면 이미 죽었거나 정부군에게 잡혀 있을 것이다.

아빠 없이 엄마들이 아이들을 혼자 키우기는 역부족이다. 엄마들은 아이를 학교에서 자퇴시키고 캠프 밖 인근 사업장에서 몰래 일을 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캠프 밖 출입은 금지돼 있지만 경비원들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눈을 감아준다. 요르단 정부는 캠프 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난민들을 시리아로 쫓아낸다. 불법 노동으로 인한 구금과 본국 송환의 위험이 있는 성인 남성 대신 저임금에 해고하기도 쉬운 아이들이 생계벌이의 최전선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새벽 4시30분이면 캠프를 빠져나가 근처 농장에서 일을 한 뒤 점심시간에 돌아온다. 7시간 가까운 중노동으로 손에 쥐는 돈은 겨우 6~9 디나르(1만~1만5000원). 사업주들은 푼돈으로 장시간 일을 시키며 아이들을 착취한다.

아이를 학교 대신 사업장으로 내모는 매정한 모정(母情)을 탓해야 할까. 유엔에서 받는 지원금으로는 며칠 밖에 버틸 수 없다. 먹고살기 위해선 아이 한 명이라도 일을 해서 푼돈을 벌어야 하는 게 이들의 운명이다. 돈이 떨어지면 엄청난 굶주림 속에 고통을 받아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고통보다 더한 것은 난민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이다. 특히 아이들의 고통은 외부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제법 큰 아이들은 시리아에 행복하게 살던 기억이 끊임없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들은 예전에 살던 큰 집, 대가족, 풍족한 음식, 학교와 친구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이 사막 위 작은 텐트에서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를 근심 속에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친구도, 학교도 없다. 이런 현실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트라우마다.

구호단체와 캠프 관리소는 선의로 난민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캠프 관리소나 국제단체 안에서도 부정부패가 벌어진다는 말이 난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도움조차 끊어지거나 갑자기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 사이에선 도움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커져 가고 있다.

구호단체의 선의도 아이들에게는 마냥 좋은 게 아니다. 도움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도움을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의존의식에 빠져든다.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겨났다. 아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폭력이나 싸움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적대적이거나 화를 잘 낸다. 구호물품을 나눠줄 때 아이들에 미치는 정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한편 시리아 출신의 세 살박이 아일린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전세계가 본격적인 난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난민 사태를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직면한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AP통신은 5일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난민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헝가리를 통해 입국하는 난민들을 무제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헝가리에 발이 묶였던 난민 수천 명의 독일·오스트리아 입국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에서 노숙하던 난민 수천 명이 이날부터 독일까지 240㎞를 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숨진 아일란 쿠르디에 대해 "충격적이고 비통하다"면서 "30일 유엔 총회에서 시리아 난민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도 4일 "유럽연합(EU)이 난민 이주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EU는 14일 내무장관 회의를 열어 난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10월 중순 예정된 유럽 정상회의에서 대책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올해만 35만 명을 넘었다. 3000명이 익사했고, 이동 과정에서 숨진 사람을 합치면 1만5000명이 희생됐다.

요르단=압둘와합 알 무함마드 아가 중앙SUNDAY 글로벌 인턴, 서울=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