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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국감 암시장 누가 제보했나” 기업 추궁한 의원 보좌관들

이가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나가면 (의원들은) 어떤 기업에서 흘렸는지 색출 작업을 벌이고 끝내 희생양을 찾아내는 구태가 벌어집니다.”

 4일 기자의 휴대전화에 기업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국정감사 때 기업과 의원실 간에 증인 채택을 놓고 ‘딜’이 이뤄진다는 본지의 ‘국감 암시장’ 보도(9월 4일자 2면)에 대한 반응이었다.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기업 입장을 설명하는 대관 업무 담당자들 중엔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보복’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대관 업무 담당자들은 대부분 “할 말은 많지만 후환이 두렵다”면서 함구하려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우려대로 이날 증인 신청을 철회해주는 대신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몇몇 의원실 관계자들이 누가 취재에 응했는지 캐고 다니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어떤 의원실에선 부랴부랴 증인 신청을 하려고 했던 업체 관계자를 불러 누가 말했는지 닦달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의원실에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는 있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여야가 국감 때 증인을 신청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유 있는 증인 신청이어야 한다. 증인 채택을 흥정하는 암시장까지 벌어지는 건 누가 봐도 ‘불량 국감’이다.

 이번 국감을 앞두고 어떤 대기업은 임원급 대다수가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오너에 대한 구명 활동을 펼쳤다.

 이 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는 “모 의원실에 찾아가 ‘증인 신청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미 임원 5~6명이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증인 신청 철회를 부탁하고 갔다. 부탁하려면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핀잔까지 주더라”고 했다. 이 업체는 국감을 치르기 위해 대형 로펌과 계약도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들이 회사 일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대거 로비에 나서고 예상치 못한 변호사 계약까지 했으니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얼마겠느냐”며 “이런 게 모두 국가 경제의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번지수가 틀린 증인도 많다. 예컨대 여야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이유로 조현준 효성 사장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의 농어촌 공유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대표이사가 아니어서 지배구조 문제에 답할 적임자가 아니다. 정 회장 역시 농민들과의 이익 공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당사자가 아니란 걸 업계 종사자들은 안다. 대기업 총수에게 질문 한번 해선 풀 수 없는 문제를, 국회 스스로가 제도나 법을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이렇게 매년 요란하게 몰고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증인 신청으로 국회 권위를 세워 보려는 것이라면, 한번 군기 잡는 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이가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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