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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외손녀가 되살렸다, 한국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

살아서는 고전, 죽어서는 역사
최일옥 지음, 크로바
336쪽, 2만원


역사에 갇혀 있는 수많은 인물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하고 영감을 주며, 나아가 그들로 하여금 그 인물에 대한 탐구를 독려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春谷) 고희동(1886~1965) 평전인 이 책을 집필한 최일옥은 춘곡의 외손녀다. 그는 머릿말에서 “돌아가신지 50주년이 되는 해에 맞춰 할아버지를 그려보려 했다”고 말한다. 소설가인 그는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조부의 이야기를 평전으로 엮었다. 논문·평론·신문기사 등 도서관을 뒤지며 찾은 자료가 늘어날수록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는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춘곡은 화가가 ‘환쟁이’로 취급받던 100년 전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웠다. 그리고 자신이 익힌 선진 문화를 이 땅에 이식시키기 위해 궁중에서 경험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화가들의 모임인 ‘서화협회’를 결성하고, ‘서화협회전’이라는 단체전을 열어 총독부의 온갖 탄압에 맞서며 19회나 이어나갔다. ‘서화협회보’라는 최초의 미술전문지를 창간한 시대의 선각자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춘곡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는 후학(後學)이 늘어나 그를 올바로 평가하는 논문과 글이 많아지기를 바라게 된다.

 저자는 춘곡이 1949년 대한민국 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교민들에게 한 말, ‘자승어부 기부희지(子勝於父 其父喜之·자식이 아버지를 능가하면 아버지는 응당 지하에서 기뻐하실 것)’라는 말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평전을 쓰는 시간이야말로 자손 된 도리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 숙연한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미술사학자도, 미술평론가도 아닌 외손녀가 엮은 춘곡의 평전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익 언론인·전 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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