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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 나무의 노래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 나무의 노래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 나무의 노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나무꾼이여.
내 그림자를 나한테서 잘라내 줘요.
열매 없는 자신을 보는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줘요.

왜 나는 거울들 속에서 태어났죠?
낮은 나를 에워싸 맴돌고,
별 많은 밤은
나를 판에 박듯 복사해요.

나는 나를 보지 않고 살고 싶어요.
그리고 꿈꿀 거예요
개미들과 엉겅퀴가 내
잎이며, 새이기를.

나무꾼이여.
내 그림자를 나한테서 잘라내 줘요.
열매 없는 자신을 보는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줘요.

로르카는 집시의 피를 물려받은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페인 시인이다. 이 뛰어난 시인은 스페인 내전 중 과격한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해 38세의 짧은 인생을 끝낸다. 그림자를 잘라내 달라는 오렌지나무의 애소(哀訴)가 그대로 시가 되었다. 그림자를 자신에게서 잘라내 달라고 오렌지나무는 나무꾼에게 애소한다. 오렌지나무에게 그림자란 “열매 없는 자신”이다. 평생 그림자를 바라봐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얘기다. 어디 그 고통이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나무만의 몫이랴! 사람들도 저마다 평생 동안 형상이 다른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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