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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박 대통령에겐 통일 말고도 과제가 많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최근 한반도에서 갈등이 고조됐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중요한 결정을 했다. 이번 결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균형의 구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확성기를 끄라는 평양의 최후통첩을 무시해버렸다. 그러자 김정은 정권엔 대화를 애원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남지 않았다. 북한은 실제 합의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적당한 지위의 대표를 파견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 노동당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마주보고 앉았다.

 ‘북한이 사과한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당연히 남북 공동 보도문에 대해 북한 국내용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보도문 전체를 단어 하나 하나 들었다면 명백했다. 북한은 8월 4일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관련해 명백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해외에서 보면 남북 간의 사과를 둘러싼 설전은 불행히도 한·일 간의 건설적이지 못한 역사 전쟁을 연상시킨다. 미국인들이 바라는 것은, 아베의 최근 담화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부합되는지를 따지는 게(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이 한·미·일 공통의 이익 추구를 진전시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사안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루느냐에 맞춰져 있다.

 남북 합의에 있어서도 동일한 평가 기준을 부과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단어를 사용했느냐’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비극적인 병사들의 희생을 계기로 어떤 실용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불행히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수준의 간여(engagement) 정책을 북한에 적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의 신뢰외교(Trustpolitik)는 북한이 한국에 무엇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한국이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가(인도적인 지원, 원조, 투자 프로젝트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충분하지 않다. 어젠다를 넓힐 필요가 있다. 3대 어젠다는 안보, 경제, 사회적인 교류다. 남북 군사회담을 재개해야 할 때다. 군사회담에는 북한 재래식 군사력의 배치 문제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 군사회담은 또 한·미 공동 억지력에 대해 명백하게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한·미 억지력은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압박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력히 주장했듯이 모든 간여 전략의 첫 번째 전제는 “무력도발 금지”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어떤 형식으로든 수정하는 것도 남북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에 공짜로 선물을 줘선 안 된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등 핵심 영역에서 자제를 보여줘야 한다.

 경제 분야의 경우 만약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일종의 보조금으로 북한을 돕는다는 사고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대북 지원 활동에는 ‘영리(營利)’의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원칙들을 명백하게 표명한다면 5·24조치의 해제도 영리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남북 무역과 한국의 대북 투자를 바란다면 북한은 한국에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 북한에서 사업하려는 한국 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기업들이 리스크 보험을 원한다면 그들 스스로 리스크 보험을 구매해야 한다. 북한 내 비즈니스 환경이 매력적으로 만드는 문제는 서울이 아니라 평양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북한과의 장기적인 게임에서 사회적인 교류의 힘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활성화시키면 이득은 많고 비용은 크지 않다. 한국은 남북협력기금으로 NGO 활동을 지원했다.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NGO 또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북한에서 활동할 자유를 얻는 대신 활동에 필요한 기금은 스스로 조성해야 한다. 학술단체 등 전문가 조직들 또한 북한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그들의 북한 측 동료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남북 교류가 미칠 영향은 장기적이며 감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중요하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어젠다에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협상력은 ‘철수 불사(不辭)’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한반도 분단이 민족적인 비극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의 해결책은 궁극적으로 한국이 아니라 북한 수뇌부와 주민의 수중에 있다. 한국에는 통일 말고도 청년 실업, 혁신적인 사회 건설, 중국과의 복합적인 관계 등 도전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국이 북한 문제에 골몰하면 김씨 왕조에 이익이다. 박 대통령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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