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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남자의 거시기를 닮은 '개불'

개불잡이는 겨울이 제철이며 요즘은 중국산이 판을 친다.


개불(Urechis unicinctus)은 의충동물문(?蟲動物門), 개불목, 개불과의 해산무척추동물이다. 한때 분류상으로 긴가민가하고 아리송하여, 어정쩡하게 환형동물로 취급했으나 그들에 비해 센 털(강모, 剛毛)이 적고, 몸마디(체절, 體節)가 없이 원통꼴이라 별도의 작은 문(門, phylum)을 만들어 따로 독립시켰다. 여기 의충동물의 ‘?’는 개불이란 뜻이다.

횟집에 가면 좀 거시기한, 통통하고 길쭉한 살색의 동물을 수조나 큰 함지에서 볼 것이다. 생김새가 ‘개 불알(음낭, 陰囊)’ 같다고 하여 우스꽝스럽게도 ‘개불’이라 부른다. 개불은 개(犬) 고환(睾丸)처럼 생기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점잖으신 조상들께서 발칙하고 민망스러워 남근(男根)이라 떳떳하게 못 부르고 익살맞게 개의 불알에 빗대 이름을 붙였던 것인가.

사실 얼핏 봐서는 큼직한 갯지렁이인지, 동물의 창자인지 긴가민가하다. 중국에서는 동물내장 같다고 하여 해장(海腸)이라 부르고, 서양 사람들은 ‘남근물고기(penis fish)’라고 보이는 그대로 쓴다. 그리고 입이 납작한 것이 앞으로 불쑥 튀어나와 설핏 숟가락을 닮았다 하여 ‘숟가락벌레(spoon worm)’라고 한다. 손으로 어루만지면 화들짝 놀라 팽팽하게 부풀면서 단단해지고, 물 밖으로 건져 올리면 마치 어린애가 오줌 싸듯 찍 하고 물을 쏟는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음경(陰莖)과 흡사하다.

개불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일본, 중국 연해에 서식한다. 그래서 유독 한국·일본·중국 3국에서 개불을 회(raw)로 먹는다. 그런데 외국 문헌에는 개불 하면 ‘Korea’를 대표로 삼아 어시장의 개불 사진, 회 접시에 오른 횟감 사진도 모두 한국 것을 인용했다. 먹성 하나는 중국인들에게도 지지 않는 알아주는 배달민족이니까.

또 정력에 좋다면 큰 코 다치는 줄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먹는 우리들 아닌가. 남성 성기 닮은 모양새 탓에 예로부터 더없이 즐겨 먹었다. 도통 시시껄렁한 시뻘건 거짓말인 줄도 모르고. 우리나라에서는 잘게 토막 내어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고, 말려 요리 재료로도 쓴다. 일본에서도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회를 퍽이나 즐기는 편이고, 중국에서 채소와 함께 볶아 먹거나 삶아 말려서 가루 내어 맛을 내는 조미료로 쓴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지방의 개불요리는 꽤나 이름났다고 한다.

개불은 행동이 아주 둔한 것이, 꿈틀꿈틀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기에 크기가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보통 체장 10~15㎝, 굵기 2∼4㎝ 남짓이다. 겉피부에 젖꼭지 닮은 자잘한 돌기가 많이 나고, 항문 근처를 9~13개의 뻣뻣한 털이 에워싸고 있다. 몸 빛깔은 살구색이거나 붉은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내장은 꼬불꼬불 배배 감겨 있다.

암수딴몸(자웅이체)으로 체외수정을 한다. 산란은 수온이 내려가는 12월과 수온이 올라가는 3∼4월에 일어난다. 또 수정란은 발생 중 갯지렁이 유생과 닮은, 둥글면서 몇 줄의 섬모 띠가 몸을 둘러싼 담륜자(膽輪子, trochophora) 유생 시기를 거친다. 그래서 환형동물과 의충동물은 조상이 같은 것으로 여긴다. 밀고 써는 물이 번갈아 들고 나는 조간대(潮間帶)에서부터 수심 100m 바다 밑에 U자형의 구멍을 파고 산다. 보통 우리가 잡아먹는 개불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드러나는 모래진흙이 섞인 사니질(沙泥質) 속에 구멍을 파고 산다.

성전환을 일으키는 화학물질

체액(體液)에 헤모글로빈(haemoglobin)이 들었기에 몸 빛깔이 살구색이고, 요리하느라 도마질하면 개불에서는 선홍색 피가 흐른다. 눈이 없고 특별한 감각기관도 없는 하등한 동물 축에 든다. 또 대부분 숟가락주둥이를 쭉 뽑아 흙을 파지만 물에 떠있는 부유물이 떨어진 것을 받아먹기도 한다. 개불은 겨울(11월부터 2월)이 제철이다. 근해의 개펄에서 개불잡이를 한다. 개펄을 내려다볼라치면 두 개의 구멍이 표면보다 좀 높게 봉긋 솟은 곳이 있다면 거기에는 필시 개불이 들었다. 삽으로 안간힘을 다해 파 들어가야지만 차고 넘치게 널려 있는 곳에선 쇠스랑 같은 것으로 개펄바닥을 쓱쓱 긁어 잡는다.

요리할 때에는 주위에 가시가 있기 때문에 입과 항문을 깔끔하게 잘라버리며, 배를 따서 내장도 송두리째 들어낸다. 냉큼냉큼 매매 씹으면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나고, 특유의 조직 때문에 씹히는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씹으면 오돌오돌한 것이 오도독오도독 소리까지 난다.

신선한 것은 회로 먹고, 곱창요리처럼 양념을 해서 석쇠에 알루미늄박(포일, foil)을 씌우고 굽거나 볶기도 하는데 회와 비교하여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자주 먹으면 맛이 당겨 부지불식간에 인(조건반사중추)이 박히니, 그렇게 자주 먹지 않은 필자도 군침이 동하는 판국이다. 도미나 가자미의 미끼로 쓰기도 하는데, 이 또한 함부로 거덜 낸 탓에 턱없이 달리는 바람에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산 없으면 온통 굶어 죽을 형편이다.

개불은 겨울철 애주가들의 술안주로 인기다. 고혈압·천식·빈혈에 효과가 있다 하고, 혈전(血栓)을 용해하는 성분도 들었으며, 콩나물에 많이 들었다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여 알코올대사를 촉진시켜 숙취해소와 간장보호에 좋단다.

개불과(科)에는 개불 말고도 연두색인 ‘green spoon worm’이라 부르는 보넬리아(Bonellia viridis)가 있다. 살갗엔 녹색의 독성 성분인 보넬린(bonellin)이라는 화학물질이 있어서 다른 생물들의 유생이나 세균을 죽인다. 또 보넬리아의 유생이 이 물질에 닿으면 아주 작은 수놈으로 성전환을 일으키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암컷이 된다. 그리고 암컷은 8㎝인데 비해 꼬마수컷은 1~3㎝로 암컷의 자궁에 들어가 산다. 이렇게 암수가 아주 다른 형태인 것을 성적이형(性的異形, sexual dimorphism)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성 결정이 염색체(染色體)가 아닌 다른 보넬린 같은 화학물질에 따라 결정되는 특이한 현상을 보넬리아에서 볼 수 있다.

글= 권오길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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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