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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스타작가 박민규의 표절논쟁 ‘2라운드’

12년 만에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표절’ 인정한 소설가 박민규의 통렬한 ‘자기반성문’ 전문 공개

지난 6월말 개최된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 긴급토론회’의 모습. 최근 <월간중앙>의 ‘소설가 박민규 표절 의혹’ 보도가 나가자 문학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지난달 <월간중앙>(2015년 8월호)은 소설가 박민규 씨의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과 단편 <낮잠>이 각각 인터넷의 한 게시판 글과 일본의 한 만화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 씨는 “구성상 유사해 표절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고, 소설가 박민규 씨는 “제대로 가려보자”고 맞섰다.

당시 박민규 씨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삼미> <낮잠>을 둘러싼 표절 의혹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공식적으로 이런 표절 관련 질문을 받은 게 데뷔 12년 만에 처음이다. 대체 어떤 실수를 한 건지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며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학계 “실망스럽다”, “박민규답다” 엇갈린 반응

소설가 박민규 씨는 자신의 작품을 둘러싼 표절 논란에 대해 “당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무지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부덕의 소치”라며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박씨는 <월간중앙> 8월호에 게재된 ‘표절 의혹에 대한 박민규의 반박(문)’에서는 단편 <낮잠> 표절 의혹을 제기한 정문순·최강민 평론가를 향해 오히려 날 선 공격을 하기도 했다.

“<낮잠>에 대해선 지면이 짧아 말을 생략하겠는데… 최강민 씨, 당신 치매에 걸린 노모의 대소변을 손으로 받아본 적이 있는가? 4년간 모시던 노모를 요양원에 집어넣고(이것이 가장 객관적인 표현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로맨스 한편 고작, 정말이지 고작 써드리는 게 전부인 아들의 심정을 아는가 묻고 싶다.”

한마디로 단편 <낮잠>이 표절 의혹에 휩싸인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에 대해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단편 <낮잠>은 자신의 노모를 위한 ‘헌정(獻呈)’일 뿐 표절 의혹을 받을 만한 종류가 아니라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박씨는 데뷔작 <삼미> 표절 의혹에 대해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는 분명 신인(엄밀히 말해 작가지망생) 시절 문장을 도용하고 출처를 밝히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몰라서 저지른 실수라 더욱 낯 뜨겁다(무지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월간중앙>의 보도가 나가자 문학계 관계자 및 네티즌 사이서도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문학계 한 관계자는 “단편 <낮잠>에 대한 박민규의 대처는 적절치 못했다. 인물 설정 등 유사 부분에 대해서 개인사를 끄집어내 감정적 호소로만 대처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문학계의 또 다른 관계자 및 네티즌 일부는 “표절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아닌 부분을 명확히 밝히는 모습이 박민규 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간중앙> 8월호가 발간(7월 17일)된 지 며칠 만에 박씨가 <월간중앙>에 새로운 입장을 밝혀왔다. 단편 <낮잠>의 표절 의혹에 휩싸인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에 대해 “일본만화 <황성유성군>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는 당초 이 만화에 대해 “읽어보지도 접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박씨는 기자에게 “오래전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신인 시절 <읽을 만한 책 추천> 등의 잡문(雜文)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단편 <낮잠>과 일본만화 <황성유성군>의 유사한 플롯(Plot)과 관련해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박씨는 “모든 독서가 뇌리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제시하신 부분들은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검토해보고 그럴 만한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면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다. 좋은 지적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소설가 박민규 씨가 기자에게 보내온 해명 전문이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아주 크나큰 실수예요.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삼미>는 워낙 오래된 것이라 충격이 없었는데 낮잠에 관해선 정말 처음 듣는 말이라 머리털이 쭈뼛 서는 일이었어요.

제겐 트라우마가 있는데… 단 한번도 효도를 못하고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한 일이에요.

정말 골칫덩어리 인간이었거든요, 제가…게다가 <황혼유성군>이란 제목은 당시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도대체 누가 내 유일한 효도의 증표라고 혼자 위로하고 있는 소설에 표절의 낙인을 찍는 것인가분 바로 그 날밤 원고를 써야 한다고 해서 설사하듯 원고를 썼는데 아아… 실은 분노와 적개심과 막말이 가득한 글이었어요.

다음날 새벽 냉정을 되찾고 비로소 그 책을 검색해보고…그림과 표지를 보는 순간 알았어요. 아주 오래 전 분명 본 적이 있다는 걸… 등단하고 신인 시절 잡문을 써서 생활비를 벌던 때였을 거예요.

<작가가 추천하는 책> 이런 류의 청탁을 많이 받았는데 실제 제가 정독하는 책들에 대해 써주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볼멘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 때문에 도서대여점에서 괜찮은 거 없나요? 해서 추천할 책을 찾곤 했는데… 아마 그때가 맞을 거예요. 추천하는 책을 쓰기 위해 17권까지 봤을까? 싶긴 한데…아무튼 제가 본 책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귀한 지면에 절대 실어선 안 될 글을 드려 정말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박씨가 자신의 데뷔작 <삼미>에 대해서도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소설 <삼미>가 인터넷 글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를 부분적으로 도용한 사실을 그는 실토했다.

박씨는 “각설하고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의 부분 부분이 내 소설에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 이외에도 당시 인터넷 게시판 ‘딴지’ ‘독투’ ‘고물상’ 등에서 접한 몇몇 게시물에서 유머코드 일부를 따와 소설 <삼미>에 썼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인터넷 게시글이었고, 이를 참새 시리즈와 같은 유머코드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고 무지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부덕의 소치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민규 씨가 정문순·최강민 평론가에게 보낸 해명 전문이다.

“신인시절 문장 도용했다” <삼미> 표절도 일부 인정

소설가 박민규 씨는 “오래전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신인 시절 ‘읽을 만한 책 추천’ 등의 잡문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최강민, 정문순 두 분의 지적에 답하며.

의혹제기란 말에 인터뷰에 응했는데 말이란 것의 불분명함, 내지는 미진함에 대한 우려에 약간의 글을 첨부하기로 합니다. 우선 <낮잠>은 제가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쓴 소설입니다. 실제로 치매를 앓으셨고 집에서 4년간 지내시다 요양원으로 적을 옮기신 후 고인이 되셨습니다. 주인공 한영진에게는 아버지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고 지방방송국 직원으로 평생을 보내셨습니다.(방송국이 있는 도시가 흔치 않기에 소설에선 신문사로 바뀐 것입니다) <올드 스파이스>며 <로마의 휴일> <오드리 햅번> <세월이 가면> 등은 모두 두 분이 좋아하셨던 영화와 노래 등을 실제로 쓴 것입니다. 정동필은 로맨스의 정석인 삼각관계를 위한 인물이고 이선의 아들에겐 평생 효도 한번 하지 못한 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실은 지극히 보편적인 구성과 구도이고 애초부터 해피엔딩이 목적이었습니다.

말씀하신 <황혼유성군>은 제가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인 시절 <읽을만한 책 추천> 등의 잡문을 쓰기 위해서였던 걸로 기억하니 분명 시기도 말씀하신 것과 일치합니다. 모든 독서가 뇌리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제시하신 부분들은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검토해보고 그럴만한 필요가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면 제시하신 대로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지적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삼미…>는 드러나진 않아도 꽤 많은 자료가 들어있는 소설입니다. 시작 부엔 82년 1년치의 신문 자투리 기사, 사건 사고기사가 필요했고 기본적으로 82~85년 3년치의 스포츠 신문 기사와 실제 경험담, 내지는 여러 풍문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제시하신 인터넷 글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 역시 그때 찾은 자료의 하나였습니다. 우선 말씀 드리고픈 것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자료를 찾은 경우이지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경우가 아니란 것입니다. 자료를 찾기 전 우선 두 개의 아이디어를 놓고 저는 저울질을 했습니다. 하나는 광주항쟁과 연결된 해태 타이거즈의 이야기(항쟁 피해자가 해태 선동열의 승승장구에 목숨을 거는 이야기), IMF와 연결된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패배의 상징인 팬클럽 소년이 성장해 IMF를 맞는 이야기)가 그것이고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우연이지만 두개의 소재 모두 비슷한 시기에 <슈퍼스타 감사용> <스카우터>란 제목으로 영화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모두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며 같은 시대를 살아온 모두의 경험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각설하고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의 부분 부분이 제가 쓴 소설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기하신 선수 이름 풀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일하지 않은 나머지 이름도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시 딴지, 독투, 고물상 등의 게시판에서 찾은 게시물에서 따서 쓴 것입니다. 프로야구 기명사전이란 타이틀로 누군가 올린 글이었고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1위 유두열(롯데는 다섯 명의 여자를 모아 한 명의 외야수를 탄생시켰다) 2위 김바위(그의 동생은 김자갈, 막내는 김모래) 하는 식의 유머였고 또 이를 패러디 한 몇몇 게시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를테면 참새시리즈와 같은 유머코드로 인식했고 이를 그대로 소설에 옮겨 썼습니다.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고 무지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부덕의 소치가 분명합니다. 이외에도 소설에 들어 있는 많은 부분(예컨대 담배를 세워놓고 공을 던져 맞힌다든지)들이 인천 토박이들로부터 전해들은 풍문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출처를 기재하지 않은 것에 따른 윤리적 비난은 제가 평생 감내해야 할 인생의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표절을 하기 위해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직접 이를 경험하며 느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교육, 둘째는 조정기구입니다. 뚜렷한 규정은 물론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소설은 인간이 쓰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양심과 기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또 문학의 발전을 위해 이는 정말이지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론가의 역할을 수행해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 역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국내 대표 작가의 용기 있는 고백의 의미

소설 <더블>(왼쪽)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오른쪽)


박씨는 2000년대 들어서 문단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은 대표적인 소설가다.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한겨레문학상 역대 수상작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으며(2015년 기준·약 15만 부),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핑퐁> <더블> 등으로 신동엽창작상, 이상·이효석·황순원 문학상을 차례로 수상했다. 최근에는 소설집 <카스테라>가 일본번역대상 실행위원회 주관 제1회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인작가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근래에 등장한 가장 성공한 문인이자 단단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작가인 것이다.

2000년대 국내 문단을 이끄는 주요 소설가 중 한 명인 박 씨는 최근 문인으로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박씨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소설가 신경숙이 그러했듯 “표절한 게 맞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하기보다 평소의 그답게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잘못을 적나라하게 고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표절을 하기 위해 작품을 쓰는 작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표절사태 방지를 위해 교육과 조정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조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배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나타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설은 인간이 쓰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양심과 기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정상 참작의 길을 열어 놓은 모습이다.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아직 그의 단편 <낮잠>에 대해서만큼 충분한 해명 없이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정문순 평론가는 “추가적인 반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진실이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문학계는 주목한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것이 영국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문구다. 표절의 정당화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문학에는 어떤 ‘독창적인’ 표현이라도 선대 작가들이 이룩해 놓은 언어의 망(網)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그만큼 문인의 표절에 대한 단죄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설가 신경숙 씨에 이은 박민규 씨의 표절 파문이 우리 문학계에 긍정적인 자정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깊고 폭 넓은 토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김포그니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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