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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국감 암시장 … 오너 증인 신청해놓고 “재단 만들자”


“매년 9월이 되면 여의도에 거대한 암시장(暗市場)이 선다고 보면 된다.” 3일 국회에서 대기업 대관(對官) 업무를 하는 인사가 한 말이다. 대관 업무는 정부나 관공서, 국회 등을 상대로 기업 입장을 설명하는 일이다. 그가 말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국정감사 증인’이다. 의원들이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을 경쟁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하면 기업은 이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①증인 빼 줄 테니 재단 만들라=야당 여성 비례대표 A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2개의 중견기업 오너 일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회사가 이들에게 상표권료를 과다하게 지급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에는 A의원 측 인사가 해당 기업 관계자에게 ‘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부당이득금을 전액 출연해 의원이 활동했던 시민단체와 함께 사회공헌재단을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상표권료 수입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상임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의도가 너무 뻔해 보여 동료 의원으로서 부끄러웠다”며 “불순한 ‘딜’ 때문에 필요한 증인 채택까지 싸잡아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A의원실 관계자는 “재단 설립 계획 자체가 없다. 증인 채택을 빌미로 딜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②잘 아는 하청기업 좀 잘 봐달라=수도권 지역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5개 건설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률상으론 안전보건관리비로 공사비의 1~2%를 사용하도록 했는데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5개사 관계자들이 줄줄이 의원실을 찾았다. 이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은 “잘 아는 하청업체가 돈을 못 받고 있다. 이걸 해결하면 빼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부 기업이 조건을 들어주자 의원실은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증인 채택 철회의 조건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럴 만한 사안도 아니었다. 큰 건이면 몰라도…”라고 했다.

 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인사는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해 놓고 협력업체를 언급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계열사 파견직 직원 문제를 지적하며 다짜고짜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③내 지역구에 투자하라=한 대기업은 최근 사업장이 없는 두 지역에 사회공헌팀 예산을 급히 추가 배정했다. 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신청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우리 지역에 공헌하라”며 3000만원짜리 지역사업을 제안해서였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해외 문화 프로그램의 비용을 대라”고 요구했다. 둘 다 증인 신청을 철회해 주는 조건이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무조건 ‘을(乙)’ 아니냐. 거부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비용을 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관 업무 담당자는 “증인 신청 철회 대가로 지역구 양로원 등에 TV나 컴퓨터, 인터넷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거의 고전적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④"모텔에 있는데…”=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발설한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못하는 걸 이해해 달라”면서도 “노골적인 성접대 요구까지 있었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의원 보좌관이 기업 총수를 끊임없이 증인으로 신청해 괴롭혔다. 그러고는 성접대를 요구해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지방의 어떤 야당 중진 의원은 증인 신청 대상인 기업 관계자를 불러 한 지방은행의 지점에 외환을 유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그 은행에는 그 중진 의원의 친동생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에 증인 신청을 한 적도 없고 의원의 동생이 해당 은행 직원인 건 맞지만 말도 안 되는 음해”라고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오너가 여러 상임위로부터 증인으로 신청된 한 기업은 최근 국감 준비만을 위해 국내 대형 로펌과 계약했다. 답변 등에 대한 법적 자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화여대 유성진(정치학) 교수는 “상시 국감을 통해 기업과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는 미국식의 청문회와 달리 짧은 기간 동안 호통을 치고 마는 형식의 국감에 대해선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가영·강태화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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