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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리포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노벨상 14명 배출한 '유럽의 MIT'

江南通新이 ‘해외 대학 리포트’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대원외고·경기외고·청심국제고·한영외고·외대부고·민사고 등 국제반을 운영하는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진학한 해외 대학 상위 30곳 가운데 국제반 교사가 추천한 ‘주목할 만한 대학’을 소개합니다. 이를 위해 2012~2014년 6개 학교의 해외 대학 진학 실적을 제공받아 합산했습니다. 합산 결과 6개 학교 총 1998명(중복 합격 포함)이 미국·영국·중국·홍콩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회는 영국 런던의 명문대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입니다.





오전 9시~오후 6시 시간표대로 수업
의대는 예과 없이 1학년 때부터 실습
세 과목 이상 낙제 받으면 강제 휴학



1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2위 케임브리지대·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4위 하버드대, 5위 옥스퍼드대….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대학 순위다. 국내에선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이하 ICL)이 잘 안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유럽의 MIT’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가 선정한 고등교육 세계대학 평가에서도 ICL은 9위를 기록했다. 미국 코넬대·콜롬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들보다 높은 순위다.


대부분 학과에서는 수업 내용과 관련한 실험이 이뤄진다. 사진은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실험 모습. [사진 학교 홈페이지]



이공대·의대 특화

ICL은 1907년 영국의 에드워드 7세에 의해 설립된 공립 이공대로 영국 최대 부촌인 사우스켄싱턴에 있다. 학부는 크게 공대·자연과학대·의대로 나뉜다. 원래는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런던정치경제대(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와 함께 런던대에 속해 있었지만 2007년부터는 독자적인 대학으로 분리돼 나왔다.

 영국 대학은 보통 3년제로 운영된다. ICL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교양수업이 거의 없고 3년 내내 전공 공부에만 집중한다. 1년은 3학기로 이뤄져 있다. 대학은 3년 과정이지만 ICL에서는 ‘학사+석사’ ‘학사+해외 교환학생’ ‘학사+기업 인턴십’ 등 다양한 과정이 있다. 이런 코스를 선택하면 4년 동안 학교에 다닌다. 또 의대는 6년제다. 대학교에 지원서를 넣을 때부터 학과를 선택하고, 과정을 고르게 돼 있다.

강의-그룹스터디-튜터링의 3단계 수업

ICL은 학생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한국이나 미국 대학과는 학제뿐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교과목을 자신이 선택해 수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한다.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과학’으로 정해져 있는 한국의 고등학교 같은 방식이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학교 생화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안지환(20)씨는 “영국은 한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바뀌어 있다”며 “고등학교 때는 자신이 공부할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듣다가 대학교 때부터는 학교에서 정해준 시간표대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한인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전기전자공학과 2학년 이영한(23)씨는 이에 대해 “처음엔 정해진 수업을 듣는 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며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시간표를 자신이 짤 경우 점수 받기 쉽거나 흥미 있는 과목만 골라 듣기 쉬운데 짜인 시간표대로 수업을 들으니 배우기 싫은 것도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연히 넓고 다양한 지식을 익히게 된다. 물론 3년 내내 그러는 건 아니다. 학과별로 다르긴 하지만 2학년이나 3학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수업도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처럼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만 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학생들끼리 토론하며 정답을 찾아나가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 방식이 적절히 섞여 있다. 수업 자체가 3단계다. 1단계는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lecture)다. 같은 과 학생이 모두 함께 수업을 듣는다. 전기전자공학과는 180명, 생물학과는 120명, 의학과는 250명이 한 강의실에서 모여 강의를 듣는다.

 1단계 수업을 듣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같은 주제에 대해 그룹스터디가 이뤄진다. 그룹스터디도 정규 수업의 하나다. 이때는 인원이 10~20명으로 줄어 담당 교수와의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다. 강의 때 몰랐던 내용이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다. 3단계는 튜터링(Tutoring)이다. 보통 담당교수 1명당 학생 2~4명이 배정돼 보통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난다. 그룹스터디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학업에 대한 고민은 물론, 진로상담까지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유학을 떠나온 상황에서 담당교수의 존재는 가족 이상이다. 전공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교수에게 상담하면 그 누구보다 좋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청심국제고를 졸업하고 자연과학부 생물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윤여진(20)씨는 입학 초반의 기억을 떠올렸다.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할 때 담당교수 도움으로 위기를 이겨냈던 경험이다. 윤씨는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결벽증 때문에 해부를 하기가 두려워 전과를 고민하고 있었고, 담당교수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놨다. 당시 담당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게 돕거나 결벽증을 치료해줄 수 있는 심리상담사를 연결해주겠다”며 윤씨를 위로했다. 윤씨는 “덕분에 용기를 내 해부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학과에도 자연스레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론-실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위부터) 영국 런던 한가운데 있는 ICL 전경. 알렉산더 플레밍 빌딩의 연구 자료실. 2013년 영국 국빈 방문 중 ICL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 학교 홈페이지]
이공계다보니 실험이 많다. 실험은 단지 이론으로 배운 걸 실습하는 게 아니다. 실험을 통해 원리를 익히고 다시 이론으로 돌아와 탐구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실험시간이나 종류는 학과별로 제 각각인데, 전기전자공학과는 수업이 끝난 후 오후 4~6시에, 생화학과는 대부분 수업을 오전에 끝내고 오후에 실험을 한다. 실험 내용은 이론 수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씨는 “이번 주에 이론으로 ‘회로’에 대해 배웠으면 한 달이나 두 달 후 시간표에 ‘회로’에 대한 실험이 포함돼 있다”며 “‘A와 B전선을 연결하면 전구가 터진다’는 걸 책에서 배웠으면 실제로 그렇게 반응하는지 직접 해본다”고 말했다.

 의학과는 실험보다 해부와 임상 쪽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과 달리 예과가 없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바로 카데바(사체)를 이용해 해부를 한다. 민사고를 졸업하고 의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황우찬(20)씨는 “1학년 때부터 정규 수업에서 환자를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2명이 한 조를 이뤄 각 학기별로 2회씩 1년에 6번 류머티스·치매·당뇨 등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만나 진료를 받을 때 심정이 어떤지, 의료시스템의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해 대화하는 수업이다. 황씨는 “교수님들이 의료 지식을 쌓는 것만큼 사람을 대하고, 심중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며 “이런 경험이 나중에 의사가 됐을 때 환자의 마음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험수업을 이론에서 배운 걸 단순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보통 실험 하나에 소논문 정도의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씨는 “특히 전기전자공학과는 학교 정규수업 시간 안에 실험을 끝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버거운 양을 실험주제로 내 준다”며 “수업이 끝나고도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씨도 실험시험 전에는 주말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이상 틀어박혀 실험만 하고 있을 때도 많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게 교육

한국 대학이 길을 전부 다 알려주고, 미국 대학이 학생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방식이라면, ICL은 학생이 감당하지 못할 지식을 주고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든다. 그렇다 보니 해야 할 기본 공부량이 엄청나다.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50이라면 학교에서는 100을 알려준다. 이씨는 “학년 초에 학교에서 발표한 권장 자율학습 시간이 하루 5시간이었다”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 듣고 5시간을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빼고는 공부만 하라는 거다.

 시험도 매우 어렵다. 시험 보는 횟수는 과별로 조금씩 다른데, 생물학과, 생화학과 등은 2월과 6월로 나눠서 보고, 전기전자공학과를 포함해 대부분 학과는 6월에 몰아서 시험을 치른다. 황씨는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퀸즈타워에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아 문을 막아놨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험시험은 그때그때 치른다. 보통 하나의 실험을 2~4주 동안 진행하는데 실험이 끝나면 테스트를 본다. 지필시험은 물론 실험시험도 원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집중해서 묻는다. 예컨대 실험할 때 교수가 “A용액을 넣고 15분 기다리라”고 해놓고 “왜 기다렸느냐”고 묻는 식이다. 안씨는 “초반에는 그런 질문 받았을 때 당황했지만 이제는 사소한 것도 스스로 끊임없이 ‘왜(Why)’라고 묻고 답을 찾아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성적은 이론과 실험 점수를 합쳐 평가하는데, 이론이 70~75%, 실험이 25~30%다. 70점을 넘는 사람이 전체 10%정도밖에 안된다. 40점 미만은 낙제다. 매년 유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기전자공학과 기준으로 13과목 중에 3개 과목 이상 낙제면 강제휴학, 4~5개 과목은 퇴학이다. 많아도 2개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1년에 10명 정도 강제휴학 당한다. 1년 후에 다시 같은 과목 시험을 치러 하나라도 낙제하면 퇴학이다. 1년 휴학하는 동안에도 놀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 생화학과나 생물학과는 4~5개 과목을 보통 에세이로 치른다. 4개 문제 중에서 2개를 골라 답을 쓰는 식이다. 보통 한 문제당 4페이지를 쓸 정도로 머릿속에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놀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문화다. 수업시간에는 출석도 부르지 않는다. 학기말이 가까워지면 수업 시간에 한 명 두 명 빈자리가 생겨나는 데 실험시험 때문에 공부하려고 빠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2005년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연구소 이상래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공부한 덕분에 졸업 후 사회생활 하면서 어떤 문제에 직면해도 해결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고 말했다.



[Q&A] 재학생이 말하는 ICL라이프

Q. 입학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하나


A. 영국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정해진 대입전형이 없다. 영국에서는 보통 12, 13학년 때 A-레벨(Advanced Level)을 준비한다.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과목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이 학교에 들어오는 방법은 제 각각이다. 보통은 A-레벨이나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시험)를 하지만 내신점수와 면접만으로 입학한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진학한 학생 중에도 면접도 보지 않고 AP(Advanced Placement, 대학선이수제)점수만으로 합격한 경우도 있다.

Q. 학비·생활비 얼마나 드나

A. 학비가 한 해에 2만6000파운드(약 4900만원)다. 유럽연합(EU) 학생들의 등록금 9000파운드의 3배다. 성적장학금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기숙사에서도 1학년 때밖에 못 살게 돼 있어 2학년 때부터는 런던에 집을 구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이 런던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지하철 3~4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방이 4개 있는 132㎡(40평)집을 4명이서 나눠서 사용하는데 한 달 월세가 한 사람당 100만원이다. 학교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은 1.5~2배 정도 비싸다.

Q. 기숙사 생활은 어떤가.

A. 기숙사를 고를 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3명, 2명, 혼자 쓰는 방 중에서 고를 수 있고, 화장실이 방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고른 방에 100% 배정받는 건 아니다. 시설도, 거리도 천차만별이다. 2009년도에 지어진 신식 기숙사는 여름방학 때 호텔로도 사용하는데 4성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시설이 좋다. 먼 곳은 버스나 지하철로 10~15분 정도 걸리고,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리는 곳도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은 걸어서 1분 만에 학교에 도착하는 게 가능하다.



[ICL 학맥 지도]

한국과학원 이상수 초대 원장
페니실린 발견 플레밍도 동문






ICL이 이공계 대학이다 보니 동문들도 보통 그쪽 분야에 많이 포진해 있다. 2010년 작고한 이상수 한국과학원(카이스트 전신) 초대원장이 1955~59년 ICL에서 물리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한국과학원이 카이스트로 바뀐 후 6대 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카이스트와 서울대 이공계 분야 교수 중에 ICL출신이 많다. 홍성목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박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수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문제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자과학전공 교수 등이 ICL출신이다. 문 교수는 “ICL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철학자’를 길러내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런 교육철학이 마음에 들어 미국에서 할 계획이었던 박사과정까지 ICL에서 마쳤다”고 말했다. 이상래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공계 전공자 사이에서 ICL은 유명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화려한 학맥을 자랑한다. ICL은 지금까지 총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다. 그는 페니실린 발견으로 1945년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를 작곡한 영국 록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타임머신』『우주전쟁』등의 소설 등을 펴낸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도 ICL 출신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은 스티븐 스필버그, 사이먼 웰스 등이 영화로 만들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세계 1위 제약회사인 화이자 그룹의 CEO 이안 리드도 ICL 동문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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