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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운명 결정할 법사위 찬성 5, 반대 5, 유보 6명

 
상고법원을 신설해 대법원을 명실상부한 정책법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개혁안이 갈림길에 섰다.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상고법원 설치 법안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고법원 도입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양 대법원장의 역점 사업이다. 매년 폭증하는 상고(3심) 사건(지난해 3만8141건) 중 대부분을 상고법원에서 처리하고, 대법원은 중요한 공익이 관련되거나 법령 해석의 통일을 필요한 1000~3000건만 골라 재판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법안(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본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6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과 반대가 각각 5명씩으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 표명을 유보한 의원은 6명이었다. 새누리당 김재경·이병석ㆍ홍일표, 새정치연합 박지원ㆍ임내현 의원 등 5명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병석 의원은 "연간 4만 건에 가까운 상고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민들이 받는 피해를 줄여야 한다"며 "상고법원 설치가 국민 권익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금도 상고사건의 50~60%가 심리불속행(상고 요건을 따져 심리를 중단하는 것)으로 기각돼 제대로 된 3심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상고법원이 생기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 3심 재판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ㆍ김도읍 의원 등은 “하급심(1·2심) 충실화가 전제 조건” “대법관이 아닌 판사가 상고심 재판을 하는 건 위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판사 출신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도 “대법원이 내놓은 하급심 충실화 방안을 5년간 지켜본 뒤 상고허가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보 입장에 선 의원들은 “근본적으로 상고 건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새누리당 정갑윤)거나 “대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한 대안부터 가져오라”(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우선 1차 관문인 법안심사1소위(여야 8인)를 통과하는냐가 관건이다. 소위에선 찬성 2명(홍일표ㆍ임내현), 반대 4명(전해철ㆍ김도읍ㆍ김진태ㆍ서기호), 유보 2명(이한성ㆍ서영교)으로 반대가 더 많다.

하지만 가장 큰 복병은 정부ㆍ여당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찬성과 반대가 3 대 3이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여당 법사위원은 “대법원이 사전 상의 없이 상고법원을 추진한 것을 청와대에서 문제 삼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정부는 물론 기능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는 헌법재판소에도 의견조회를 하지 않은 채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차관급 판사만 수십 명 늘어난다”며 “대검찰청의 위상이 '상고검찰부' 정도로 격하되는 걸 법무부와 검찰이 내켜할 리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고법원안에 우호적이던 야당의 분위기가 변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달 20일 유죄를 확정한 데 따른 여파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과 우윤근ㆍ이춘석 의원이 찬성에서 각각 반대 또는 유보로 후퇴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한 법사위원은 “대법원이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한 전 의원 사건 등에서 편향된 판결을 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고법원의 운명은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에 충분히 설명해 오해가 풀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사건 처리 역량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과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상고심 개혁이 앞으로 수년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반대 의원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지적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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