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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이산가족 절반이 사망 … 100명 ‘찔끔 상봉’ 대신 정례화를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준비 궤도에 올랐습니다. 판문점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타결된 8·25 합의에 따른건데요.

 상황은 어느 때보다 순조로워 보입니다. 이례적으로 북한이 즉각 오는 7일의 실무접촉에 호응해온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실무접촉에서 논의할 의제는 주로 상봉 행사에 중점을 둘 것이고, 정례화 등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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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봉 날짜에 대해선 “아무래도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고려해서 추석을 계기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뤄지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으나 이대로라면 준비 절차를 거쳐 10월 중순 께 만날 전망입니다. 금강산에서 남북한 각 100가족이 2박3일씩 만나는 기존 방식이 유력한데요. 지난해 2월 19차 이산상봉 때도 이런 식으로 행사를 치렀죠.

 하지만 이 틀을 깨고 서울·평양 교환상봉으로 가자는 지적도 정부 안팎에서 힘을 얻습니다. 북측 지역인 금강산에서의 상봉은 여러모로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북측 가족들은 감시요원의 눈길이나 도청 우려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습니다. 우리 실향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2000년 6·15공동선언에 따라 그해 8월 이뤄진 첫 상봉은 서울·평양 교환방식이었죠. 3차 상봉까지 치른 뒤 북한은 금강산 상봉을 주장합니다. 서울을 다녀간 북측 가족들이 한국의 발전상에 동요하고, 소문이 번지자 부담을 느낀겁니다. 북측이 깐깐하게 나오자 정부는 상봉 장소를 금강산으로 옮기는데 동의해줍니다.

 그때 좀 더 버텼더라면 북한이 사소한 발언까지 트집잡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툭하면 중단시키는 문제는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북한은 9차 상봉(2004년 4월) 때 남측 지원요원이 금강산 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天出名將)’ 이란 글귀를 보고 ‘김정일이 천민출신이란 의미냐’고 농담한 걸 문제삼아 일정을 중단시켰습니다. 또 12차(2005년 11월)와 13차 상봉(2006년 3월)에선 납북어부 가족의 만남을 리포트하던 우리 TV방송기자가 ‘나포’ ‘납북’이란 표현을 썼다며 판을 깨려 들었습니다.

 북한은 실수로 금강산 상봉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죠. 5차상봉(2002년 9월) 때 북측은 70~80대 고령 상봉가족을 금강산호텔 식당에 모아놓고 “장군님(김정일을 지칭)이 은혜를 베풀었는데 남조선 가족을 만나 망탕(엉망진창)을 쳤다”며 자아비판을 시키고 반성문을 쓰게 했습니다. 남측 취재기자들에게 이 현장을 들킨 북한 적십자회 간부들은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서울·평양 상봉을 유지했다면 고령 이산가족이 교통이나 숙박이 불편한 금강산 골짜기로 찾아가야하는 불편함도 없었을 겁니다.

 1988년부터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2만 9698명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6만3406명은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펴낸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평균수명은 81.9세(2013년 기준)인데 상봉신청자 중 54.3%인 3만5997명이 이를 넘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령 이산가족들이 살아서 상봉할 수 있는 시간이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입니다.

 찔끔찔금 100명씩 시혜성으로 치러지는 상봉행사로는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만남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례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무엇보다 6만명의 명단부터 건네 북측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남북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이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라고 명시한 점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마침 정 대변인도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교환에 대해 “(남북실무)접촉이 있어 봐야 하겠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실향민 사회도 이번만큼은 통큰 해결이 이뤄졌으면 하며 술렁입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장은 “이산가족의 날(오는 25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전담기구인 이산가족교류재단을 만드는 등 실질적 해결의지를 정부가 보여달라”고 호소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간 통일 이후 뒷세대로부터 “최우선 현안이라고 말만 앞세우더니 결국 이산가족 숙제를 풀지 못했다”고 비난받을 게 뻔합니다. 국제사회는 우리를 “체제와 이념 대결에 빠져 가족의 생이별을 강요한 모질고 독한 민족”이라고 기억할겁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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