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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다큐 영화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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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저는 당신이 죽인 람리의 동생입니다.” 이렇게 말을 꺼낸 남자와 마주 앉은 남자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1965~66년 인도네시아에서 100만 명의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학살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풍경.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침묵의 시선’(아래 사진)의 한 장면이다.

 이 다큐는, 대학살 당시 형을 잃은 아디가 형의 죽음에 관련된 가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여정을 따라간다. 아디가 그들 앞에서 형의 이름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순간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을 이 다큐는 오래도록 응시한다. 앞서 만든 ‘액트 오브 킬링’(2012)으로 세계에서 촉망받는 다큐 감독으로 떠오른 미국 출신의 조슈아 오펜하이머(41) 감독의 신작이다. ‘액트 오브 킬링’ 역시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다룬 다큐로, 학살에 가담한 살인자 안와르 콩고가 자신의 잔혹한 학살 행위를 재연하는 과정을 담아 주목받았다. ‘침묵의 시선’의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오펜하이머 감독을 만났다.

 - 피해자 동생이 가해자들을 만나게 한 이유는.

 “대학살을 저지른 사람들이 여전히 인도네시아 사회의 권력을 잡고 있다. 대학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지난 50년 동안 어떤 두려움 속에 살아왔는지 보여주려면 감독인 내가 아니라 아디가 직접 가해자들을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대면 순간 아디와 가해자들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인상 깊었다.

 “아디는 가해자들을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화를 내고 변명을 둘러댔다. 그들도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긴 침묵이 흘렀다. 나조차 그 침묵을 견디는 게 무척 고통스러웠다. 카메라를 꺼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면 나를 믿어 준 수백 만 명의 피해자 가족들을 배반하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 순간을 넘어서는 것이 이 영화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학살을 다룬 다큐를 2부작으로 기획한 이유는.

 “두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인간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에게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탐구했다. ‘침묵의 시선’은 그런 가해자들과 한 마을에서 계속 같이 살아온 피해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두 작품을 함께 봐야 대학살이 현재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 영화를 만들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나.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이들 모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든 입장이 바뀌면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다양한 입장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안으려 노력해야 대학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가해자들과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성란 기자 hairpin@ joongang.co.kr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장성란 기자) : 아디와 가해자 사이에 흐르는 침묵의 순간이 손끝이 저릴 만큼 격렬한 통각으로 관객에게 전해진다. 역사의 무게를 ‘관찰’하는 대신 ‘체험’하게 하는 새로운 다큐.

★★★★☆(고석희 기자) : 학살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학살의 비극을 기록했다. 감독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에 이어 인간 본성의 폐부를 헤집는 영민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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