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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view &] 한국 국회의 ‘기업인 망신주기 쇼’ 꼭 보기를

표재용
산업부장
Dear 데이비드,

 정말 오랜만이야. 이렇게 장문의 메일 보내는거. 네가 날린 와츠앱(카카오톡 같은 SNS 메신저) 보고 깜짝 놀랐어. 네가 내 후임으로 한국 법인에서 근무하게 된다니! 그간 메신저 할 때마다 K팝, 한국 음식 얘기만 잔뜩 한 것 같은데 오늘은 한국의 근무 환경에 대해 조금 진지한 얘길 할까 해. 글로벌 본사의 휴먼 리소스(Human Resource, 인사·노무) 부서 동료로서 말야. 이게 다 네 생각해서야. 아무 생각 없이 오면 매일 놀랄 일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스트레스 받는 일 천지니까. 한국 샐러리맨이 즐겨 찾는 폭탄주라도 먹지 않으면 속이 터져 잠을 못 이룰지도 몰라.

 우선 한국에선 우리 회사를 ‘외국 기업’이라고 불러. 많은 한국 사람을 고용하고 세금도 내는데 말이지. 아마도 그룹 본사가 외국에 있다고 그런 것 같아.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한국 회사를 굳이 외국회사라고 부르지 안잖아.

 그래도 우리 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야. 한 아시아 신흥국 기업이 몇 년 전 한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는데, 그 아시아 기업을 폄하하는 기사가 지금도 나올 정도라니까. 일종의 기업판 인종차별이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국적을 따지긴커녕 공장 세운다고 하면 앞다퉈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려고 하는데 말이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어.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경쟁적으로 법과 규제를 쏟아내.

 상당수가 우리 회사가 한국 사업장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이지.

 예측 불가능, 불투명이라는 얘기야. 의견을 내도 현장의 이야기는 그냥 무시되는 느낌이야. 예를 들어볼게. 2004년 주 40시간 근무 제도가 전격 시행됐어. 이건 시작에 불과해. 4~5년 전부터는 거의 해마다 엄청난 법이 벼락같이 등장하고 있어. 2010년 법정근로시간을 갑자기 확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고, 2011년엔 교대 근무 체계를 정치권과 노동계 압박 때문에 바꿨어. 게다가 2020년까지는 근무시간을 연간 1800시간 아래로 무조건 줄여야 해. 문제는 이렇게 근로 시간은 줄었지만 임금은 그대로라는 거야. 노조가 임금총액을 유지 안 하면 작업 라인을 세우겠다고 겁박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를 먹고 있는 거지. 사실 근로시간 축소는 통상임금 이슈에 비하면 별것 아닐 수도 있어. 지금도 한국 법인의 생산직 노조에선 정기 상여금은 물론 각종 수당 항목을 모두 통상임금에 넣어달라고 압박하고 있어. 한국의 생산직 노조는 가히 세계 최고의 강성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어. 한국 자동차 업계에선 ‘공장 돌리려면 해마다 6개월 이상은 노사 협상에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니까. 우리 회사도 2003년 이후 해마다 임금을 적게는 5%, 많게는 12%까지 올려주고 있어. 일본 자동차업체에 비해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말이지.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면, 일본에선 생산라인에 파견 근로자를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한국의 환경 규제도 세계 최고야.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만 해도 한국에서 생산을 늘려 수출을 많이 하게 되면 배출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됐어. 환경 규제의 원조인 유럽보다도 센 규정이 많아. 고용 유발효과가 크다는 우리 업종조차 이러니 다른 업종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한국서 제조업 하는 기업인들 안쓰럽기도 해. 우울한 이야기만 해서 미안. 대신 재미있는 소식 하나 줄게. 네가 부임할 때쯤 한국 국회에선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이벤트가 열려. 국정감사 기간 중에 기업인을 국회로 호출해 죄인 대하듯 호통치는 거지. 외국 국적 기업인도 예외가 아니야. 적지않은 한국 국회의원이 기업을 망신주는 ‘기업 배싱(Company bashing)’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해. 몇몇 정치인들은 무고한 한국민들을 살상하는 북한은 모르는 체 하면서도 자국 기업들에겐 독설과 저주를 퍼붓기도 해. 그러면서도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느니, 기업이 앞장서 청년 실업 해결하라고 다그치니 심리 검사라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 그래도 다이내믹한 한국 생활 잘버티면 어느 나라 가서 일하거나 사업해도 성공할거야. 특수 훈련 받는다고 생각해.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good luck).

표재용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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