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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15) 북한 AIIB 가입 통일에 도움 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⑮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현장에는 무언가가 있다. 삶의 현장에는 땀이 있고 눈물이 있고 열기가 느껴진다. 역사의 현장은 좀 다르다. 고즈넉함 속에 놓여 있는 과거의 유산에 비장함과 의연함이 있다.

 평화 오디세이 여정의 첫 번째인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는 아쉬움이 더하는 현장이었다. 배를 타고 압록강으로 나가 최대한 북한 쪽으로 접근하자 북한 주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관공서에 쓰인 글씨도 눈에 들어왔다. ‘선군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 강 위에서 마주친 배에 탄 북한 주민들은 손을 흔들며 우리의 인사에 화답을 했다. 하지만 밤이 되어 호텔 방에서 본 강 건너 신의주는 어둠에 잠겨 있었고 불빛은 거의 없었다. 아쉬움이 진해졌다.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는 유리로 된 건물 안에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포효해야 할 거대한 맹수가 유리 동물원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다. 건물 안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밖에서만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광개토대왕비에 쓰인 1775자의 글자는 직육면체의 비석 네 개 면 모두에 쓰여 있었다. 그 거대한 비석에 그 많은 글자를 새기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아들 장수왕의 마음과 웅비하는 고구려의 기개가 진하게 전해졌다. 장수왕릉과 광개토대왕릉은 ‘적당하게’ 보존이 되고 있었다. 조금 더 신경 좀 써줬으면 하는 수준. 그리고 우리가 직접 관리한다면 훨씬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수준. 남의 나라에서 숨 쉬고 있는 우리 역사의 현장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중국 지안의 광개토대왕비, 유리 건물 안에 있다. 유리를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으나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다. 남의 나라에서 숨 쉬고 있는 우리 역사의 현실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안 근처에서 또 하나의 고구려 시대 비석이 발견됐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 중국은 이 비석을 전시만 해놓고 우리에게도 그 비석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직접 비문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한다. 소위 ‘동북공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느낌이 전해진다. 역사가 현재에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하기에 현재를 지배하려면 역사부터 지배해야 되나 보다. 부상하는 대국이 과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함으로써 현재의 모습을 정당화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역사에 대한 일종의 분식(粉飾)을 진행시키고 있다.

 백두산 천지는 압권이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분단된 우리 겨레의 한과 눈물과 바람이 어우러진 현장이었다. 차를 타고 중국 쪽에서 정상에 올라갔다. 갑자기 하늘이 개면서 백두산 천지가 자신의 장엄한 모습을 열었다. 파란 물, 파란 하늘. 이렇게 높은 산꼭대기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니. 입이 떡 벌어졌다. 우리의 산 백두산이 한쪽은 중국 한쪽은 북한으로 분단되어 버린 느낌이 주는 그 무엇. 산마저 분단된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천지와 만난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은 급부상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었다. 3조7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과 PP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한 국내총생산(GDP)이 그 증거다. 중국은 여세를 몰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주도해 출범을 확정 지었다. 미국이 배제된 국제금융기구는 사실상 처음이다. 일본도 미국의 반대로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을 접은 일이 있다. 영국이 런던 소재 유로달러시장의 경쟁력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상하는 중국 위안화도 취급해야 한다. 위안화 허브가 필요한 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전격적으로 이 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AIIB는 57개국이 참여하는 대형 국제금융기구가 되었다. 북한도 이 기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기구의 성공적 출범에 혹시라도 지장을 초래할까 봐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향후 적당한 시기에 북한이 이 기구에 가입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도록 유도하면 통일로 가는 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는 경우 의무사항이 주어지고 이를 위반하면 회원국 모두에게 대항을 하는 셈이 되므로 부담이 크다.

 얼마 전 발생한 북한의 지뢰 도발 사과 과정에서도 중국이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역사의 일부인 광개토대왕비가 중국에 있듯 현재 우리와 북한의 양자 관계는 중국을 포함한 삼자 관계 혹은 그 이상의 관계를 통해 작동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를 바라보고 중국 쪽에서 천지를 바라보지만 얼마 후에는 신의주에서 단둥을 바라보고 통일한국 쪽에서 천지를 바라보며 환호할 날이 틀림없이 올 것이다. 금번 평화 오디세이의 여정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다양한 현장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느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기회가 되었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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