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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생사 가르는 중환자실, 제대로 평가하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중환자실이 사람 살리는 곳이 아니라 죽이는 곳이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남편을 잃은 손해선(62)씨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남편 팔에 꽂혀 있어야 할 주삿바늘은 여러 번 빠져 있었고, 남편의 상태가 악화된 것을 의료진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탄식은 환자 가족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진도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이렇게 얘기했다. “간호사 한 명이 병상 10개를 챙기고 의료폐기물을 버리는 등 잡다한 일까지 도맡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게 기적 같은 일이죠.”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죽으러 가는 곳’이 됐다. 병원들은 돈이 되지 않는 중환자실에 투자를 아끼고, 몇 안 되는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제대로 볼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중환자실의 현실에 정부는 눈감고 있다. 의료법에 ‘중환자실에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는 애매한 규정만 두고 전담의를 의무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뒤늦게 수가를 올려주겠다고 나섰지만 중환자실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응급실이나 암 병동에 대한 관심과 대비된다.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중환자실이 많아 환자 또는 보호자가 어느 병원을 택하느냐에 따라(많은 경우엔 구급요원들의 선택에 의해) 생사가 갈리는 일이 흔히 생긴다. 국내 병원끼리 비교해 봤을 때 중환자 사망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곳이라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중환자실 공식 평가 결과는 없다. 이 와중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첫 실험적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3개 항목으로 평가해 그중 일부 결과만 내년 상반기 공개할 계획이다. 병원별 사망률은 평가 지표에서 빠져 있고, 의사·간호사당 환자 수, 장비 수준 정도만 들여다보고 있다. 정확한 등급 기준도 정하지 않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황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병원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중환자실도 포함시킨다. 시민들이 알기 쉽게 별 1~5개로 중환자실의 등급을 매기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다. 오거스틴 최 코넬대 의대 내과 과장은 “명단 공개로 병원 간 질적 경쟁이 벌어지고, 환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또 엄격한 평가와 결과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팽개치다시피 한 병원들을 환자와 가족에게 알려줘야 한다. 중환자실은 생의 마지막 관문으로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곳이 돼야 한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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