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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수난시대에 임창용이 살아남는 법

지난 2008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뛰던 임창용과 도쿄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회를 몇 점 먹더니 그가 젓가락을 내려놨다. "음식이 좋은데 왜 먹다 마느냐"고 물었더니 임창용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어떤 음식이든 그가 배부를 때까지 먹는 걸 보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78~80㎏의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2013년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그해 8월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그를 만났다. 마이너리그 경기에 앞서 그는 2시간 넘게 혼자 스트레칭과 러닝만 했다. 젊은 선수들이 신나게 공을 던지는 동안 임창용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지루한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스트레칭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삼성 임창용은 여전히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그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며 NC 임창민(30·27세이브)에 이어 구원 2위(25세이브)를 달리고 있다. 임창용의 평균자책점(2.57)은 10개 구단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낮다.

1995년 해태에 입단한 그는 만 22세였던 97년 소방수가 됐다. 삼성(1999~2007년)-일본 야쿠르트(2008~2012년)-미국 시카고 컵스(2013년)를 거친 임창용은 지난해 삼성으로 복귀했다. 최근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심화하면서 마무리 투수의 수명이 짧아졌다. 그러나 임창용은 건재하다. 단지 빠른 공을 던져서가 아니다. 그의 강속구에는 특별한 점이 있고, 또 그걸 유지하기 위해 그만의 연구와 노력이 뒤따른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해태 후배인 임창용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노는 걸 좋아해도 자기관리를 잘 했다. 팔 스윙이 워낙 좋아서 몇 년 후에는 대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투수 전문가 최원호 해설위원은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폼을 가진 투수를 꼽으라면 임창용과 (뉴욕 양키스 출신) 한화 로저스를 선택하겠다"며 "마흔 살 임창용은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창용의 피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테이크백 동작부터 스트라이드, 릴리스까지 모든 구간의 동작이 역동적이고 빠르다. 활처럼 휘는 그의 투구동작은 하체부터 허리·어깨·팔의 힘을 효과적으로 응축해 폭발한다는 걸 보여준다.

최원호 위원은 "코킹(cocking) 동작에서 임창용의 오른 어깨는 다른 투수들보다 더 많이 위로 올라가고 뒤로 젖혀진다. 가슴을 쭉 펴며 힘을 모으는 게 좋다"며 "이후 스트라이드 폭이 매우 크다. 그만큼 많은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창용은 부드러운 몸을 타고났다. 그러나 프로 21번째 시즌까지 유연성을 유지하는 건 후천적 노력의 결과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근육이 커지면 탄력적인 피칭을 방해한다고 믿어서다. 훈련 때 많은 공을 던지는 게 단기 효과를 얻는 데는 좋지만 임창용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피칭은 목적이지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재미없고 지루한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체중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요즘은 빠른 공만으로는 마무리가 될 수 없다. 손승락(34·넥센)·윤석민(29·KIA)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도 고전하고 있다. 임창용의 공은 스피드뿐 아니라 회전력이 좋다. 온몸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힘을 모았다가 폭발시키기 때문에 회전이 강하게 걸린 공, 이른바 '뱀직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순철 위원은 "임창용이 지난해 미국에서 돌아와 지나치게 직구에 의존한 피칭을 했다. 몇 차례 세이브를 날린 뒤에는 패턴이 달라졌다"면서 "슬라이더만 가끔 섞어 던져도 타자의 배팅포인트가 뒤로 간다. 임창용이 직구를 던지면 거의 속수무책이다. 그의 직구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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