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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마다 전담전문의 두면 한 해 7000명 살린다

중환자실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으나 전담의사가 부족해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숨지기도 한다. 인공호흡기 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병원들은 중환자실 적자가 심해 전담의사를 두기 힘들다고 말한다. 28일 서울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약품을 주입하는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갑작스레 병이 악화되거나 큰 사고가 나면 응급실에 간다. 병세가 중하면 중환자실로 향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수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35)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진단과 처치를 받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겼다. 거기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완치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중환자실은 숨이 넘어가는 사람을 살려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윤모(여·당시 63세)씨는 2013년 9월 갑자기 쓰러져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뇌동맥류 출혈이었고 다음 날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20일 정도 지나자 병원에선 “상태가 좋다”며 식사를 권했다. 윤씨가 “몸이 안 좋다. 도저히 식사를 못하겠다”고 호소했지만 병원 측은 식사를 하게 했다. 그 이후 악화되기 시작해 혼수상태에 빠졌고, 두 달 만에 숨졌다. 윤씨 가족은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전문의를 본 적이 없다”며 “환자 상태를 얘기했지만 병원 측이 ‘수술이 잘됐으니 밥을 먹어도 된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한 중환자의학 전문의는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흡입성 폐렴’이 발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중환자 진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환자실 환자는 29만6356명으로 5년 사이에 20% 증가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환자 사망률을 25% 정도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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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 당국은 중환자실에 관심을 거의 두지 않고 있다. 10년 사이 응급실과 암 진료에는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을 꽤 투자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은 예외였다. 하루 입원료가 14만원(상급종합병원 2등급 기준)으로 낮다 보니 원가 보전율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다음달 24만원으로 오르지만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한 해 130억~140억원의 적자를 본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장은 “중환자실 병실이 꽉 차 환자가 대기할 정도지만 오히려 병상을 줄이려 한다”며 “병상을 늘릴수록 적자가 커져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전담의사를 두지 않아도 문제가 없게 돼 있어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전담의사를 배치하지 않는다. 43개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 중 13곳에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다. 전담전문의가 진료하는 중환자 수가 병원에 따라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간호사 부족 현상은 더 심하다.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는 환자 가족이 상주하며 간병한다. 이 병원 간호사는 “간호사가 적으니까 가족이 상주하며 자세 변경, 기저귀 갈기 등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 간호사들은 일반병실 환자까지 돌본다고 한다.

 인력 부족은 진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몇 년 전 서울의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남편(당시 58세)을 잃은 손해선(62)씨는 하루 두 번 면회 때 남편 팔에 꽂힌 주삿바늘이 빠져 있는 걸 수차례 목격했다. 남편이 대상포진에 걸렸는데도 의료진이 이를 알지 못하자 손씨가 문제를 제기했다. 손씨는 “전공의 1명이 상주했고 76일 동안 전문의는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며 “중환자실이 사람 살리는 곳이 아니라 죽이는 곳이더라”고 말했다.

 고윤석 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은 “중환자는 대부분 어떤 처치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의사가 전담하지 않으면 패혈증(혈액에 세균이 감염돼 독성이 발생하는 증세) 쇼크가 와 환자가 위험해진다”며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문의사가 있을 때 신종플루 환자의 사망률은 32%였으나 없는 경우 48%에 달했다.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전문의가 있으면 18%, 없으면 41.6%였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한 해 중환자실 사망자 중 7000~8000명은 제대로 진료할 경우 살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장은 “지금은 24시간 전담해 치료를 하고 싶어도 인력이 달려 할 수 없다”며 “진료 수가를 그대로 두면 현재 시스템은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김현아 간호사도 “저수가 문제가 해결돼야 병원이 인력 보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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