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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홀대·학대한 자녀, 받은 재산 다 써도 물어내게 한다

#1. 경남 김해에 사는 박모(83·여)씨는 2013년 혼자 살고 있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장남 김모(61)씨에게 증여했다. 박씨는 2014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았지만 장남은 문병은커녕 전화 한 통 없었다. 박씨는 장남을 상대로 주택 소유권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고 말았다. 현행 민법상 이미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 법원은 “‘부양을 조건으로 주택 명의를 이전했다’는 게 박씨 주장이지만 입증되지 않았다”고 장남의 손을 들어 줬다.

 #2. 경기도 성남의 이모(80)씨는 2011년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겠다고 해 아파트 명의를 아들 이름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씨에 따르면 아들 부부는 명의 이전 이후부터 냉랭하게 대하다 2014년 11월 “이젠 양로원에 들어가시라”고 했다. 이씨는 아들이 괘씸해 법률 상담을 받았지만 변호사는 “이미 이전한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 검토는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민법개정위원회는 민법개정시안에서 “현행법으로는 배신행위(부모의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의 유형이 너무 좁고 재산을 반환 청구할 수 없어 증여자(부모 측)에게 불리하다”며 “민법을 개정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민법개정위는 구체적으로 민법 556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민법 556조는 상해·폭행 등 형법상으로 범죄행위, 부모 부양의무 불이행 시 부모가 증여하기로 한 걸 취소할 수 있다. 이를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로 넓혀야 한다는 게 민법개정위의 입장이다. 부모를 부양하면서 홀대할 경우도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현행법은 증여하기로 한 걸 취소할 순 있어도 자녀에게 한 번 준 재산은 돌려줄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시안은 준 재산을 돌려받는 것을 포함해 자녀가 상속재산으로 받게 될 미래 이익에 대해서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자녀가 이미 상속받은 재산을 써 버렸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대가를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부모가 증여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시점도 현행(배신행위를 인지한 지 6개월 내)보다 확대(1년)했다.

 민법개정위 실무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윤진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검토 과정에서 ‘자녀가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할 경우’ 이미 준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시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앞서 불효 시 증여를 철회하는 규정을 명시해 왔다. “증여자에게 중대한 배은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독일 민법 530조)거나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프랑스 민법 953조)는 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는 5772건으로 ▶정서적 학대(2169건·37.6%) ▶신체적 학대(1426건·24.7%) ▶방임(983건·17%) ▶경제적 학대(521건·9%) 등의 순이다. 학대행위를 한 이들은 아들이 1504명(38.8%)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588명·15.2%)와 딸(476명·12.3%)이 뒤를 이었다. 부양료 청구소송은 지난해 262건으로 10년 전(2004년 135건)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불효자식방지법안을 발의할 민병두 의원은 “현행 민법의 증여 조항은 사실상 배은망덕 조장법”이라며 “법무부가 검토한 내용을 적극 반영해 연내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상·이유정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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