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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월요일] 문배주 온더록, 매실원주 칵테일 … 클럽에서도 마셔요

전통주 현대화를 이끄는 2세대 전수자·경영인들이 지난 26일 서울 잠원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By30’에서 모였다. 왼쪽부터 우포의 아침 박중협 대표, 이강주 이철수 사장, 문배술 이승용 전수자, 매실원주 한정희 대표. 배경의 그림은 겸재 정선의 총석정(왼쪽)과 황려호. [임현동 기자]

바야흐로 추석 시즌이니까 전통주를 소개한다는 선입견을 버리자. 오늘 ‘맛있는 월요일’이 전통주를 불러낸 건 이들이 ‘핫’하기 때문이다. 찾는 사람이 늘었고 취급 업소가 다양해졌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로 전통주 ‘먹짤’(음식 먹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뜻하는 신조어)을 올리고 있다.

 젊어진 전통주 뒤엔 젊어진 전수자·대표들이 있다. 우포의 아침 박중협(41) 대표, 문배술 이승용(40) 전수자, 이강주 이철수(40) 사장, 매실원주 한정희(40) 대표 등 4명이다. 전통주 현대화를 이끄는 ‘4대 천왕’이라 하겠다.

 지난 26일 서울 논현역 인근 이탈리안 레스토랑 ‘By30’에서 이들을 만났다. 깔끔한 양복 차림에서부터 젊은 감각이 배어났다. 세 명이 마흔 살 동갑내기이고 박 대표도 불과 한 살 많다. 30대 중후반에 가업을 물려받거나 경영 일선에 선 것도 같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도 잠깐, 이내 각자 들고 온 술병을 비교하며 장단점을 논했다. 제품도 타깃도 다르지만 공통 고민은 하나. “어떻게 하면 전통주는 명절·제사 때나 먹는 술이라는 선입견을 깰 수 있나”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뤄온 결과물도 그런 고민에서 나왔다.
 

젊은 취향 노렸다

전통주 제조 기법의 클럽주 ‘르 깔롱’의 홍보 사진.
 “문배술이 40도라 독하다고 하지만 더 센 위스키도 잘 팔리잖아요. 전통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거부감을 없애고 싶었어요.”

 1000년간 제조법이 내려왔다는 평양의 명주 문배술. 5대째 문배술을 만들어온 집안에서 이승용 전수자가 아버지 이기춘 명인의 부름을 받은 건 2004년이다. “싱글 몰트 위스키 같은 느낌을 살리려” 디자인 혁신에 매달렸다. 2013년 말 일본에서 공수한 유리병과 온더록(on the rock) 술잔을 내놨다. 날렵한 원통형의 신형 문배술은 올해부터 대형마트에서 유통되기 시작해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음식점에 내놓은 200㎜ 용량은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젊은 층이 특히 선호한다.

 ‘우포의 아침’은 와인병 디자인을 차용했다. 양파를 20% 넣은 약주지만 맛 자체가 양파주라기보다 화이트와인같이 청량한 특성을 살렸다. “일본 사케는 비싸게 팔리는데 전통 약주는 저급하게 평가받는 게 안타까웠어요. 고리타분한 맛·향·디자인으론 시장성이 없다고 봤어요.”

 일제시대부터 정미소를 하던 집안의 아들인 박중협 사장은 특산물을 원료로 하되 현대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 창녕 특산물인 양파와 우포늪의 쌀, 오갈피 열매가 만난 전통발효 술인 우포의 아침이 그렇게 나왔다. 일본의 350년 전통 술도가와 기술 협약을 맺어 개발한 프리미엄 청주 ‘조선주조사’도 곧 시중에 선보인다.

 고급화된 입맛을 겨냥하는 프리미엄 전략은 매실원주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유학파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한정희 대표는 시중에서 파는 매실주가 성에 차지 않았다. “할머니가 만드시던 매실주랑 맛이 너무 다른 거예요. 알고 보니 기존 매실주는 세법 때문에 매실액에 과실주를 섞은 방식으로 만드는 거였어요.” 할머니식으로 만들 경우 주세법상 ‘리큐르’(원액에 당을 첨가한 것)로 분류돼 세금이 두 배 넘게 붙는다. 그래도 정공법을 택하는 게 승산이 있다고 봤다. 설탕 대신 꿀을 첨가하고 덜 익은 청매 대신 원숙한 황매를 썼다. 2010년 선보인 매실원주는 후발주자임에도 호주·홍콩·중국 등으로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도자기병을 고수할 정도로 전통에 충실한 이강주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3년 입사해 10년 만에 대표직에 오른 이철수 사장은 “회장이신 조정형 명인 주도로 ‘가루 술’을 만드는 실험 중인데 관계법령이 정비되면 ‘이강주향 아이스크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부턴 명인의 막내딸 조성심(38)씨가 전수자로 일을 배우고 있다.


마시는 방식 바꿨다

 지난 5월 제주 켄싱턴호텔이 한식당 ‘돌미롱’ 안에 ‘전통주 바’를 열었다. 문배술·이강주 등 전통주 15종을 구비했다. 3개를 선택해 각각 120㎜ 작은 병에 맛보기 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놨다.

 전통과 가장 거리가 먼 장소, 클럽에서도 전통주를 만난다. 추성주를 생산하는 전남 담양 추성고을이 죽력(대나무에 열을 가해 뽑아낸 액)을 주성분으로 빚어낸 리큐르 ‘르 깔롱’이다. 르 깔롱은 클럽 조명을 반사하는 모던한 술병 덕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클럽 ‘신드롬’ 등 핫플레이스를 파고들고 있다. ‘밍글스’ ‘7PM’ 등 모던·퓨전 한식당이 전통주를 내놓는 건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페어링(pairing) 혹은 마리아주(mariage의 프랑스식 발음) 개념이 와인을 넘어 전통주에도 도입됐다는 것이다. “이강주의 알싸하고 매콤한 생강·계피향이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의 감칠맛과 어우러진다”는 식의 추천이다. ‘술과 안주’라는 통념을 ‘음식과 반주’ 짝짓기로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양조업자들의 적극성과 젊은 오너셰프·소믈리에들의 도전이 빚어냈다. 전통주 유통회사 대표인 김보성씨는 “와이너리 투어하듯 양조장 투어를 꾸리고 셰프·소믈리에들을 초청했다. 지역별로 다른 전통주와 역사를 이해하면서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이탈리안 그릴요리에 우리 술을 특화해 내놓는 By30의 윤준영 공동대표는 “와인 포도품종이 갈리듯 우리 술도 지역별로 다른 곡류를 쓰기 때문에 다채로운 음식과 맺어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희 대표는 “W호텔 우바 측과 전통주 칵테일을 시도하는 등 마케팅 실험을 다양하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쟁보다 소통·협력

 4대 천왕은 스스로를 ‘전통주 2세대’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전통주는 해방 후에도 양곡관리법 등 정부 정책의 그늘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전통술 복원·판매가 허용됐다. 당시 중요무형문화재 등에 지정된 전통주 제조 명인들이 1세대라면 이들 4명의 전수자·경영인들은 다음 세대에 해당한다. 전통주 전문 매거진 ‘우리 술’을 창간 준비 중인 이승훈(39)씨는 “각 양조장이 재료·제조법을 다양화하면서 전통주 대중화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전통주 업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했다면 최근엔 소통과 협력에 주력한다. 지난 7월엔 공동으로 내외신 기자 대상 시음회를 열기도 했다. 2013년 출범한 한국전통민속주협회를 구심점으로 주세 정책 등에 한목소리를 내려 한다. 이철수 사장은 “협회가 주축이 돼 농림축산식품부의 양조장 설비 현대화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개별 양조장끼리 공동 수출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통주 이렇게 즐기세요


한정희 대표: 매실원주가 중국 음식과 은근히 잘 어울린다. 이연복 셰프의 ‘목란’에서 오향장피와 먹어보니 단맛이 기름기를 중화시켜 주더라.

이승용 전수자: 문배술의 40도가 부담스럽다면 온더록으로 즐기길 권한다. ‘By30’의 그릴 와규 같은 양식 메뉴와도 잘 어우러진다.

이철수 사장: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역시 한식. 홍어삼합의 알싸한 맛과 이강주의 향이 기막힌 궁합을 이룬다.

박중협 대표: 서울 논현동 태국식당 ‘반피차이’에서도 음식과 전통주가 착 달라붙더라. 창녕 우포늪 나들이할 때 우리 양조장에도 놀러오시라.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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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