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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위암 이긴 ‘뭉치’의 기적, 한화 하나로 뭉치다

28일 창원 NC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정현석. [사진 한화 이글스]

“이제 살아 있는 것 같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현석(31)의 한마디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위암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는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정현석은 지난 28일 창원에서 열린 NC전에서 결승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4-4로 맞선 7회 2사 만루에서 나온 역전 결승포는 암 수술 후 터뜨린 시즌 첫 홈런이었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맛본 그랜드슬램이기도 했다. 한화 주장 김태균(33)과 외국인 선수 폭스(33)는 자신이 홈런을 친 것보다 더 기뻐했다. 한화 선수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현석은 “‘기적을 믿자’고 계속 되뇌면서 공을 끝까지 봤다. 아내가 내 홈런을 보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루홈런을 친 게) 실감이 났다”면서 “이제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화 선수들은 정현석의 별명인 ‘뭉치’를 모자와 배트에 쓰며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사진 한화 이글스]

 그는 지난해 12월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위장 3분의 2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병상에 있는 동안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에 온 투수 배영수(34)의 보상 선수로 삼성에 지명됐다가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쓰러져 있던 그를 야구가 일으켜 세웠다. 정현석은 “아무것도 안 하니까 사는 게 재미없다”며 훈련을 시작했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나서였다. 지난 4월 재활군에 합류했고 5월 육성군에 올라간 뒤 6월 2군 경기에 나섰다. 회복 속도가 놀라워 주위에서 “몸 생각해서 살살 하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김태균의 제안으로 한화 선수들은 각자의 모자와 방망이에 ‘뭉치’라고 썼다. ‘뭉치’는 정현석의 오랜 별명이다. 어려서부터 그는 무슨 물건이든 손만 대면 고장을 내는 사고뭉치였다. 한화 선수들은 ‘뭉치’를 위해 하나로 뭉치자고 의기투합했다. 김성근(73) 한화 감독도 “넌 강하니까 이겨낼 것이다. 다 나아서 오라”고 정현석을 격려했다. 지난해 혹독한 가을훈련을 잘 견뎌낸 정현석은 김 감독 눈에 쏙 들었다. 김 감독은 정현석이 암도 극복해낼 것으로 믿었다.

 정현석은 지난 5일 인천 SK전에서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몸무게가 10㎏ 넘게 빠져 볼이 홀쭉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빛났다. 암 수술 후 8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그는 2타수 2안타를 때렸다. 김 감독은 “정현석이 가을훈련 때 가르쳐준 폼을 잊지 않았더라”며 흐뭇해했다. 정현석은 30일 현재 21경기에 나와 타율 0.331·1홈런·10타점·13득점을 기록 중이다. 데뷔 후 가장 페이스가 좋다. 한화그룹은 암을 극복한 정현석을 앞세운 이미지 광고를 만들었다.

 정현석은 최근 재검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몸 관리를 해야 한다. 그는 “많이 먹지 못해서 조금씩 자주 식사하고 있다. 야간경기 다음 날도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다”고 말했다. 식사량과 수면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는 파워를 대신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정현석은 “힘을 빼고 치는 폼으로 조금씩 바꿔 가고 있다. (온몸을 쓰기보다는) 손목 힘을 이용해 툭툭 치는 타격을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석은 2013년 동료들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단체 삭발을 할 때 머리카락을 깎는 것도 모자라 눈썹까지 싹 밀었다. 그만큼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기에 암과 싸워 이길 수 있었다. 그는 “올해 꼭 가을야구를 해야 한다. 내 별명처럼 한화가 하나로 뭉치면 된다”면서 “10년 후에도 선수로 뛰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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